“나주에서 20년 살았는데도 외지사람입니까?…”찻집에서 교회로, 절집으로 ‘음악나무’ 심는 문화기획자 조기홍 씨

▲나주의 르네상스와 문화트러스트운동을 표방하고 있는 무지크바움 조기홍 대표
“제가 본디 탯자리는 화순입니다만, 나주에 와서 산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저를 외지사람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문화라는 이름으로 세계가 하나가 되고 있는 마당에 나주에 문화 르네상스를 열어가자는 데 출신지를 따져서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2008년 겨울, 나주에서는 처음으로 ‘하우스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의 닻을 올린 사람이 있었으니 무지크바움 조기홍(57)대표다.

독일어로 ‘음악나무’라는 뜻의 무지크바움은 나주에서 풀뿌리 음악운동을 펼쳐가는 조기홍 대표의 1인 문화기업이자, 문화기획동아리다.

사단법인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독립운동단계에 머물고 있다.

초창기 나주향교 옆 금성명다원에서 시작된 ‘하우스 콘서트’는 그 뒤 심향사로, 남평성당으로,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로, 또 나주초등학교 실내체육관과 왕곡 장산마을회관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관객 수를 따지지 않고 장(場)을 펼친다.

그러던 것이 지난달로 훌쩍 쉰 두 번째 공연을 기록했다.

무지크바움이 펼쳐온 행사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금자탑을 꼽는다면 지난 2009년 5월 남평 출신 월북음악가 고(故) 안성현 선생 서거 3주기를 맞아 마련한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현대음악제.

이때 선보인 고구려대 윤대근 교수와 광주대 김선철 교수의 ‘엄마야 누나야’와 ‘부용산’을 주제로 한 네 곡의 창작곡은 지금도 음악애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행사를 마칠 무렵 조기홍 대표는 분연히 일어서 일장 연설을 빠뜨리지 않는다.

“천년목사고을 나주가 새로운 영산강 르네상스시대를 열겠다고 합니다만, 무엇으로 르네상스를 열겠습니까? 과거 문화와 문명의 중심지였던 나주에 문화 르네상스가 없다면 영산강 르네상스는 없는 겁니다.”

시민들 스스로 문화생활을 즐기고 자녀에게 문화에 대한 마인드를 심어주는 것, 그것이 나주의 르네상스를 앞당기는 길이란다.

무지크바움이 올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나섰다.

조 대표는 요즘 전문음악공연장을 겸한 음악인들의 게스트하우스를 짓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다닌다.

나주 목문화의 심장부인 금성관을 배경으로 문화아지트를 건설해보자는 것이 그의 야심찬 계획이다.
날이 갈수록 ‘불 꺼진 항구’가 되어가고 있는 나주 구도심 밤거리에 문화의 등대를 밝혀보자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하지만 그의 야심과 배짱에 어울리지 않게 확보한 부지가 너무 협소하다. 주변의 자투리땅을 모두 모아 봐도 전문음악홀로서 각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그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여전히 쌩뚱 맞다. 송월동에 있는 자신의 소유 땅을 줄테니 금성관 앞에 있는 나주시 소유의 땅을 달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땅땅교환’을 하자는 것. 그렇지만 쉽사리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조 대표는 “지역과 도시간 문화 수준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시민들과 전문 연주자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실력 있는 음악인들이 땅 한 평씩 사서 자연을 지키는 환경운동처럼 지역을 위해 문화적 환경을 기증하는 ‘문화트러스트’ 운동에 나주시가 동참해주길 기대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 김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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