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허름한 의자’에 김병한 사무장 주인공 열연&광주국제영화제 겨냥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 주연·감독

▲화탑마을 사무장이자 주인공 바우 역의 김병한 씨
나주의 한 녹색체험마을이 귀농인들의 좌충우돌 농촌정착기를 주제로 한 영화의 무대가 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나주시 세지면 송제리 화탑마을에서는 지난달 23일부터 “레디, 액션” “컷”을 외치는 소리가 잇달아 울려퍼졌다.

(사)광주영상미디어클럽에서 늦깎이 영화쟁이로 나선 일단의 어르신(?)들이 광주국제영화제에 출품할 영화 ‘허름한 의자’를 촬영하고 있었던 것.

늦깎이 영화감독 강홍길(66)씨가 메가폰을 잡은 ‘허름한 의자’는 법정스님의 유품인 낡은 의자에서 착안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사업에 성공해 귀농한 주인공 바우(김병한 분)와 이와는 반대로 도시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향한 동네 후배 귀동(송민종 분)이 서로 만나 사사건건 부딪히며 티격태격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다 바우가 귀동 아버지를 위해 허름한 나무의자를 고쳐 선물하면서 행복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바우와 귀동의 반목이 풀리게 된다는 전형적인 ‘전원일기’ 스타일의 과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특이한 점 한 가지는 출연배우와 영화감독이 중등교사 출신으로, 전교조 활동을 하다 해직돼 공사판, 족발집 등을 전전하다 복직한 뒤 퇴임했다는 것.

화탑마을 사무장이자 실제 귀농 2년차인 김병한(60)씨와 배우 겸 감독인 강홍길 씨는 1989년 광주 금호고에 재직하던 중 교육민주화를 외친 전교조 사태로 해직됐다가 광주 운암동에서 몇 년간 ‘하나족발’을 운영했다.

우여곡절 끝에 1994년 우산중에 복직한 그는 2010년 8월 광주고에서 명예퇴직했다.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사무장으로 농촌부흥을 위해 봉사하던 중 강홍길 감독에게 발탁(!)돼 이번 영화제작에 참여하게 됐다.

서울대 출신인 강홍길 감독은 김 씨와 같은 학교에서 전교조 활동을 하다가 해직의 아픔을 맛봤다. 해직 후 건축업을 하던 강 씨는 복직한 지 14년 만인 2008년 광주 충장중에서 정년퇴임했다.

이후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영화 관련 미디어교육을 받고 영화감독 겸 배우로 멋진 노년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김 씨와 강 씨의 금호고 제자인 송민종(47·환경공학박사·전 동신대 교수)씨까지 조연배우로 의기투합해 사제가 함께 출연·제작하는 영화가 됐다.

화탑마을 사무장 김병한 씨는 “한미 FTA 등으로 농촌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생의 제2막을 농촌에서 일궈보겠다는 각오로 귀농하는 도시인들에게 농촌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또 어려운 가운데도 마을주민들의 협력과 소통으로 희망을 일궈가는 농촌풍경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연기해 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20분 분량의 이 영화는 8월말까지 촬영·편집을 마친 뒤 광주국제영화제를 비롯, 각종 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며, 일반 상영관에서는 관람하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다. / 김양순 기자 ysnaju@daum.net

전남타임스 후원

저작권자 © 전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