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 Miscanthus sinensis var. purpurascens&속씨식물 외떡잎식물강 화본목 벼과 억새속

▲잎이 칼날 같아 스치면 살갗이 베일 정도로 억센 억새
『억새』는 농부들의 허연 머릿결을 닮았다. 민초들의 강인한 삶을 대변하는 듯 지독한 생명력으로 논두렁 밭두렁과 산허리 산기슭들을 살아간다. 어부들이 갈대숲의 물길 사이로 배를 띄운다면 농부들은 억새밭의 언덕 너머로 소를 몬다.

「갈대」를 비롯하여 벼과식물로는 잎이 부드러워 소 먹이로 썼던 습지의 「물억새」나, 식물분류학자 장형두씨를 기념하여 1964년에 명명하였다는 「장억새」, 제주도에서 나는 「흰억새」와「금억새」,
거문도에서 나는 「거문억새」등 몇 종이 더 있다.

억새는 잎이 칼날 같아 스치면 살갗이 베일 정도로 억세서 『억새』이다.

만 가지 풀꽃들이 봄에 일어나고 여름을 피우며 가을에 익는다.

억새라고 다를 바 없지만 그들처럼 꽃빛이 화려하다거나 잎매가 곱다거나 뽐낼 과실을 가진 것도 아니니 딱히 내세울 것이 없다.

그럼에도 억새는 억새만의 매력으로 남다르다.

‘만성(晩成)의 힘’이라 할까...

오색 꽃들이 한 시절을 풍미하고 모두 흩어지는 날 은빛 머릿결을 휘날리며 등장하는 ‘로멘스그레이’의 바람이라 할까 찬바람을 몰고 오는 그 형형한 자태는 부픗한 무채색의 미소로 담박하다.

“큰 종이나 큰 솥은 그리 쉽사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했던가.

드러나는 것인지 우러나는 것인지, 침묵인지 달관인지, 바람잡인지 눈보란지, 허심인지 허공인지 모르는 억새엔 그런 은은하고 슴슴한 매력이 있다.

스러지고 나서야 / 드러나는 것들이 있다 / 잎 진 미루나무 위의 / 까치둥지가 그렇고 / 참나무 숲속 / 버려진 무덤이 그렇다 / 한 철 깃든 새들 / 꽁지 빠뜨리고 어디 갔나 / 퍼렇던 시절들이 / 볏짚처럼 바래고 나서야 / 억새꽃 은빛 깃털로 / 온 들판 메우고 있나니
이학영의 시 「억새 들판」- 전문

억새는 꽃말도 억세다.

‘세력’이고 ‘활력’이다.

그러나 또 부드럽게 웃어주고 달콤하게 속삭이며, 곱게 손 사래질하는 이미지로 보면 ‘친절’도 썩 잘 어울린다.

날씬한 키가 1~2m까지 자라며, 절정기는 단풍나무보다 일주일 정도 빠르다.

▲억새, 산과 들과 강과 하늘을 치유하는 풀

억새도 결국 약(芒莖, 芒根)이다. 약명에서 까끄라기 '망(芒)'자를 쓰듯 씨앗 위로는 한 줄기의 긴 ‘까끄라기’가 돋아나 있다.

그리고 씨앗 아래쪽엔 털(기모)이 나 있어서 이것이 가을하늘에 물기를 털고 나면 흰 빛으로 환하게 부푸는 것이다.(‘물억새’는 까끄라기가 없고 아래쪽으로 털만 무성하여 억새보다 흰빛이 더 강렬하다.)

성품은 달고 평하며, 줄기(芒莖)엔 어혈을 없애고 지혈하며 해열하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

뿌리(芒根)로는 해수와 백대하, 이뇨작용과 임병 등을 치료한다.

전년도의 뿌리를 깨끗이 씻어 절단한 후 볕에 말려 사용한다.

(물)억새를 비롯하여 버드나무류, 줄풀, 창포, 붓꽃, 부들, 갈대 등은 물이 정체되어 있어도 자체 정화기능으로 수질 악화를 막아주는 풀이다.

수련이나 마름, 개구리밥 등 부유식물들도 수중의 인이나 질산 같은 오염물질을 빨아들이고 대신 산소를 배출하는 정화능력을 가지고 있다.

억새는 인간뿐 아니라 우리 자연의 혈관인 실개천을 맑혀 주고, 탁한 대기와 쿨럭이는 강을 되살리며, 누군가가 산을 허물고 들을 갈라놓은 곳곳의 상처를 고슬고슬 아물게 하는 산하의 치료약이기도하다.

전남타임스 후원

저작권자 © 전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