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세지면 화탑마을 30년 후 미래모습 만들기 프로젝트 시동-

▲“마을이 잘 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살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화탑마을 주민들은 종종 함께 목욕하고 함께 점심을 나누는 기회를 갖고 있다.(사진 중 가장 왼쪽에서 손벽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이 김병한 운영위원장)
‘2013년 1월 17일.

‘2013년 1월 17일.

오늘, 마을 30년을 내다보는 첫걸음을 연다.

화탑마을 30년 후 비전 만들기 세미나가 시작되는 날이다.

 시작은 사회적기업으로 연다.

 모두가 공유해야할 개념이기에 비전 만들기에 도움주시는 멘토들의 협의회도 갖는다.

 30년 후의 마을밑그림은 마을에 대한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한다. 관심이 참여의 시작이기에...’

 페이스북(facebook)에 나주시 세지면 화탑마을 김병한 운영위원장이 새벽바람으로 올린 글이다.

그리고 그날 밤...

 ‘오늘, 30년 후 마을을 그리는 프로젝트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시작됐다.

 전남사회적기업지원센터 센터장 신주환 박사의 강의가 첫 출발을 알렸다.

 주민들은 사회적기업 개념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지만, 마을이 달라진다는 것은 느꼈다고 한다.

 특히, 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커져야 한다는 생각, 이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계사년 새해를 맞아 지역사회의 희망과 긍지의 현장을 찾아내 생생한 모습을 전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신년르포 세 번째 현장이 결정된 순간이다.

‘위원장님, 내일 오전에 취재 갈께요. 사후약방문이지만 그래도 30년 후 화탑마을 프로젝트가 궁금합니다.

 사진에 부르튼 입술 안 나오게 바세린 바르고 주무세요.’라는 댓글로 취재계획을 알리고 이튿날 나주시 세지면 송제리 화탑마을을 찾았다.

 기분 좋으면 소고기 사 묵으러 오소

 화탑마을은 1등급 암소 한우를 연중 거품 없는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소값 파동에도 거뜬하게 버텨낸 한우 유통·소비구조 개선의 성공모델로 우뚝 서 있다.

새해 1월 1일자로 마을운영위원장에 취임한 김병한(61)위원장은 요 며칠 새벽에 도축장에 나가 당번을 서느라 입술이 다 쥐었다.

대형마트나 전문식육점에 공급되는 한우의 경우 최소 4~7단계의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지만 이곳은 마을에서 기른 한우를 새벽에 도축해 바로 판매를 하기 때문에 매일 신선한 고기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우직판장과 체험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식당은 연일 주문이 쇄도하는 데다 점심시간이면 원근각지에서 몰려드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그런데다 이날은 마침 마을 주민들이 단체로 목욕을 하고 점심을 함께 나누는 날이다. 김병한 위원장으로부터 마을비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사이 온천욕을 마친 주민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한다.

마을주민들이 격의 없이 우애를 다지는 방법으로 단체목욕을 택한 것도 이 마을만의 독특한 공통체운영 방식이다.

 목욕비용은 매달 한우판매장 운영수익금의 5%를 적립해서 마련한 마을기금으로 충당했다.

싱싱한 육회를 주메뉴로 점심식사를 나누는 주민들의 표정이 달처럼 환한 이유가 비단 목욕 때문만은 아닌 듯싶다.

▲화탑마을 부녀회원들이 손수 만든 청국장사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시에 나가있는 아들, 딸들아,

고향소식 궁금하면 인터넷 열어 봐라

 * 2013년 1월 17일 목요일

청국장을 또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만들기 시작했고 완성된 청국장이 예상외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해서 작년 수확한 콩이 아직 남아 있어 또 한 번의 도전을 한다. 이번엔 잘 띄어진 청국장을 절구통에 넣고 찧는 모습을  한우 직판장 앞에서 직접 보여드릴 생각이다.

 화탑을 방문하시는 분들께서 청국장 만드는 모습을 눈으로 보시게 되면 화탑의 정직함과 로컬푸드의 진정성을 평가해 주시리라 믿는다.

[김병한 댓글] 수고 많으시군요. 체험농장에서 생산된 콩으로 만든 청국장. 기대됩니다.

[김윤숙 댓글] 청국장 맛있겠어요. 안 그래두 지인이 믿을만한 청국장 파는 곳 알려 달랬는데 이제와 들어와 봤네요ㅜㅜ

* 2013년 1월 18일 금요일 맑음

전남타임스 김양순 기자님 방문.

화탑마을 30년 후 미래모습 만들기란 주제로 좋은 기사를 써 주실 것이다. 위원장님의 멋진 포부와 노력으로 얻어진 결과물이 기자님의 좋은 글로 표현될 것으로 믿는다.

 * 2013년 1월 19일 토요일

한우직판장의 서 실장의 활약이 돋보인다. 대단히 열심이다.

우리 마을의 복이다.

화탑마을의 소식을 시시각각 인터넷 홈페이지(나주화탑마을 http://www.hwatop.co.kr)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녹색농촌체험마을 프로그램 운영으로 인지도를 높인 화탑마을은 체험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전국 관광농원휴양지 부분 5위를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인지도를 발판으로 지난해부터 한우직판장을 온라인 공간으로 확대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도 크게 줄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마을소득사업으로 지난 2008년 4월에 개설한 한우직판사업이 초창기 호황과는 달리 해마다 매출이 줄어들었다. 첫해에 23억원의 고수익을 자랑했던 매출이 이듬해 13억원으로 뚝 떨어지더니, 그 뒤 2년 연속 12억~11억원을 맴돌고 있는 수준이다.

비슷한 업종이 늘면서 화탑마을 한우직판장의 오프라인 수요에 한계가 온 것이다.

 오프라인의 한계를 온라인에서 해결하자는 운영위 결정에 따라 잘 알려진 쇼핑몰도 접촉해보고, 지자체 운영 쇼핑몰, 소셜커머스도 알아봤으나 수수료가 문제였다.

마을의 저가전략으로는 기존 인터넷쇼핑몰에 발을 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직접 쇼핑몰을 개설하게 됐다. 기능은 좀 딸려도 주민들 손으로 쇼핑몰을 열고, 다른 쇼핑몰을 이용하는데 부담되는 수수료는 고객에게 돌리기로 했다.

그래서 책정한 할인율이 가격의 5~10%였으나 인터넷 주문은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2월 3일 한꺼번에 주문이 터졌다. 부산에서 갑자기 11건의 주문이 들어온 것.

 알아 봤더니 MBC전국시대 방영이 있었다고. 방송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반가운 만큼 어려운 문제도 있었다.

물량이 없다는 것이다.

마을에서 취급하는 한우는 나주와 영암에서 사육된 암소한우라 암소 개체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것.

게다가 육질등급이 2등급 이하가 나오면 마을에서 팔 수가 없다.

이는 마을에서 정한 원칙으로 2등급 이하의 육질등급 소는 경매처분해서 사육축산농가에 그대로 돌려준다.

안됐지만 사육농가의 책임도 있다는 불문율에 따른 것이다.

마을에서는 인터넷쇼핑몰 개설 이후 직거래를 통해 절약되는 수수료는 고객에게 돌리기 위해 가격을 할인하는 대신 5~10%를 적립해주고 있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화탑마을 30년 프로젝트 ‘출발’

 

마을 사무국장직을 맡고 있던 김병한 위원장은 지난해 이를 그만 두고 4개월 남짓 나주공공도서관에서 야간자료대출업무를 보면서 책과의 대화에 빠졌다.

그러는 과정에 몇몇 주민들로부터 새로 운영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고 다시 마을로 돌아오게 됐던 것.

당장은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마을의 10년 후, 30년 후를 내다보면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며 용기를 냈다.

김 위원장이 “공동체가 살아야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 낸 구호가 바로 ‘화탑마을 주민들이 환하게 웃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이쁜 마을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병한 위원장은 10년 후 마을비전으로 4S화탑마을을 제시한 바 있다. 스마일, 스무스, 스마트, 스터디.
그리고 이번에는 30년 후 장기비전을 세우게 됐다. ‘꽃과 나무가 아름다운 마을’을 염두에 두면서 ‘동물복지’, ‘식물복지’, ‘주민의 건강과 행복’이 주제가 되고 있다.

30년 후의 비전은 바로 2세와 3세들을 위해 세우는 계획이라는 것. 나무 한그루를 심더라도 30년 후의 손주들이 행복하게 뛰놀 마을을 생각하면서 해야 한다.

10년 후는 우리끼리 즐기고, 소통하고, 공부하다가 떠나면 마을은 텅 비고 말 것이다. 우리는 다음 세대가 행복하고, 소통하고, 공부하면서 살 수 있는 이쁜 마을을 준비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난 17일 ‘화탑마을 30년 후 비전 만들기’의 닻을 올렸다.

전남사회적기업지원센터 신주환 센터장의 강의가 첫 출발을 알렸다. 주민들은 사회적기업 개념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지만 마을이 달라진다는 것은 느꼈다. 특히, 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커져야한다는 생각, 이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비전 없는 마을사업은 난개발이 되거나 재정낭비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웃고 아름답고 소통 잘 되는 공부하는 화탑마을, 바로 30년 후의 모습이다. 

마을주민들은 이날 “웃고 아름답고 소통 잘 되는 공부하는 화탑마을”을 외치며 첫 강의를 마쳤다.

/ 김양순 기자
ysnaj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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