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Abeliophyllum distichum & 쌍떡잎식물 용담목 물푸레나무과의 낙엽관목.

▲김진수 회장/전남들꽃연구회
이른 봄 천지간에 하얀 향기를 흩날리는 아주 여리고 사랑스런 꽃나무가 있다. 이름 하여 「조선육도목(朝鮮六道木)」. 개나리와 외양이 비슷한데 흰꽃이 피므로 'White Forsythia(흰개나리)'라고도 부른다.

마치 선녀의 부채처럼 특이하게 생긴 날개열매로 한여름을 나는 토종의 우리나무다. 키 1m가량에 보라색을 띠는 어린 가지는 네모에 가깝고 개나리처럼 휘우듬 늘어진다. 꽃은 잎보다 먼저 피고 종모양의 통꽃이 네 갈래로 나뉜다.

분홍색은 「분홍미선(for.lilacinum)」이며, 상아색은 「상아미선(for. eburneum)」, 꽃받침이 연녹색인 것은 「푸른미선(for. viridicalycinum)」, 둥글게 꽃피는 것을 「둥근미선(var. rotundicarpum)」이라고 한다. 미선나무의 자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소박하여, 화려한 것들을 즐기는 시류의 입맛에는 썩 와 닿지 않는 걸까, 아직 우리나라에서 조차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선나무』는 지구상에서 단 1종 1속이라는 독보적 지위를 갖고 있다.

필자는 영춘화나 개나리들 보다 인동과의 길마가지나무나 괴불나무류의 소박하고 향기로운 봄을 더 사랑한다. 춘삼월이라지만 아직 뼛속까지 시린데 그 바람 속에서 발랑 까뒤집는 어린 꽃입술의 연분홍은 소녀처럼 이슬처럼 맑다.

학명 Abeliophyllum-에서, 『미선나무』는 댕강나무속(Abelia)의 잎(phyllon)과 비슷하며,  -distichum은, ‘두 줄로 나란히’의 뜻으로 잎이 달린 모양(대생)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꽃, 잎, 열매에서 항암치료 효능이 인정돼 특허등록과 함께 여성들의 피부미백과 활성화, 아토피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진 미선나무

 

그러나 실제로는 부채처럼 둥그스레한 열매의 모양에서 왔다.  오늘날에도 많이 볼 수 있는 태극선(太極扇)을 비롯하여, 공작의 깃털로 만든 공작선, 오동잎모양을 본뜬 오엽선(梧葉扇), 여덟 가지 좋은 쓰임이 있는 팔덕선(八德扇) 그리고 파초잎모양을 살린 파초선(芭蕉扇) 등이 있다.

‘파초선’은 대오리를 촘촘하게 짠 대형의 부채로 주로 의장용으로 쓰였으며, 조선시대  왕이나 귀족들의 나들이하는 모습을 그린 <행렬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미선나무의 시과(翅果: 평평한 섬유질의 날개가 달린 열매)가 바로 이 ‘파초선’의 가장자리 우아한 선을 닮았다.

시과(翅果)는 바람을 타고 어미나무로부터 보다 멀리 씨를 날릴 수 있다. 그래서 익어도 터지질 않는다. 느릅나무속의 씨들은 날개의 중앙에 박여있고, 단풍나무속은 날개의 한쪽으로 쏠려있다면, 미선나무의 씨는 날개 양쪽으로 각각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미선나무』는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산림청 제173호-1997)이며, 보호양생식물(환경부 제49호-1998)이다. 미선나무 천연기념물 자생지는 현재 괴산군 3곳(송덕리 추점리 율지리), 영동군 1곳(매천리), 부안군 1곳(중계리)으로 지정되어있다.

최근 꽃, 잎, 열매에서 항암치료 효능이 인정되어 특허등록을 하였으며, 여성들의 피부미백과 활성화, 아토피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녀의 부채 같은 미선나무 열매
미선나무는 세계적으로 외롭다.

 

그래서 사람들은 꽃모양이 비슷한 개나리를 친구로 맺어주려 한다. 분류학상 당연하지만 필자라면 인동과의 여러 「괴불나무」들을 초대하겠다.

오래 전 필자가 해남 어느 산기슭에서 순전히 향기 하나에 홀려 돌이 많은 물가에서 ‘길마가지나무’와 상봉한 적이 있다.

봄이 일러 차디찬데 덤불에 가려진 채 오로지 향기 하나로 자신의 존재를 외치고 있었다. 사는 환경이나 네모난 갈색의 어린 줄기, 가장자리가 밋밋한 잎사귀 하며, 같은 흰색 꽃의 기분, 그리고 무엇보다 그 향기의 애달픈 빛깔에서 이 둘은 신통방통하게 닮았다. 

이 미선나무를 개나리보다 먼저 알았더라면 봄빛은 더 일찍 우리 마을에 놀고 봄바람은 더 멀리 향기를 내보냈으리라. ‘우리나무’라는 말을 쓰고 보니 글자에 욕심이 베어나 자꾸 텅 빈 내 뜰의 가장자리가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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