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메주만들기도 꿈을 만들어가는 일 -

친정 작은아버지가 오셨네요.

황토방에서 발효시킨 메주를 밖에 매달아야 하는데 짚으로 엮는 일도 보통일은 아니라고 도와주신다고 오셨습니다.

짚 위에 자리를 잡고 하나씩 짚으로 엮어 새끼를 꼬아 한쪽에 가지런히 놓고 계시는 작은 아버님을 보며 제가 왜 된장 사업을 하게 되었는지가 생각이 납니다.

 20여 년 전 스무살 중반 꽃다운 나이에 저하고 동갑인 작은아버지의 딸이 자궁암에 걸렸었지요.

시집가려고 날 잡아놓고 그런 병을 알게 되니 집안이 발칵 뒤집히고 작은 아버지는 고명딸 병 낫게 하려고 시골 된장을 얻으러 사방을 다니셨습니다.

시골 사는  친척들이 장독을 열어 주었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막상 우리 주변에 아주 흔하다고 생각한 된장도 약에 쓰려하니 더 이상 구할 곳도 없고 작은 아버지의 깊은 슬픔과 상심하며 거의 된장구걸을 하러 다니는 걸 지켜보면서 그때 저는 그런 생각을 막연히 품게 되었답니다.

내가 만약 된장사업을 한다면 몇 년 묵은 된장도, 간장도 저 집엔 있더라 할 만큼 차곡차곡 묵혀서 꼭 필요한 환우들이 구해가면 그것도 이 세상 살면서 참 보람된 일이겠구나 싶었답니다

작은 아버지가 된장을 구해다 나른 정성 덕분인지 그 사촌은 결혼해서 자궁암 투병중에도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고 잠시 행복하게 살다가 아이가 초등학교에 갈 무렵  이 삶에서 떠나갔습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아픔을 겪어서인지 작은 아버지도 몇 년 전 대장암 수술을 하시고 지금 야채와 된장국 등으로 식단을 바꾸셨습니다.

먼저 간 딸과 동갑이었던 저를 딸 삼아 도와주시러  가끔 저희 집에  오십니다.

왜 암이나 중병에 걸린 환자들이 재래식 된장을 가장 많이 찾는지 저도 궁금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메주는 발효과정에서 발암물질인 아프라톡신이 100% 파괴되며 메주를 띄울때 생기는 갈색의 끈적끈적한 물질 속에  새로운 항암물질이 생겨 강력한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답니다. 특히, 볏짚을 좋아하므로 볏짚에 띄운 메주는 바실러스서브틸러스균에 의해 독특한 맛과 향기, 그리고 항암물질이 생깁니다.
그러니 환자들뿐만 아니라 인스턴트와 식품첨가물로 병들어가는 모든 사람들이 전통된장을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합니다.

하나하나 정성스레 묶어 매달린 메주를 보며 막연히 품었던 꿈이지만 많은 시간이 지나 도시의 생활을 정리하고 나주로 귀농을 해 어설픈 콩농사 부터 메주를 쑤고 된장 만들기까지를 하다 보니  힘든 메주 만들기도  꿈을 만들어가는 일인지라  힘든 줄을 모릅니다 . “음식이 곧 약이다” 라는 생각으로 정성스레 된장을 만들어야지 생각하니 오늘도 곰팡이 핀 메주를 바라보는 저의 눈길이 따뜻합니다. 

 /윤이정 메주꽃 피는 나주 대표(나주 산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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