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원 주필
가깝게 지내는 사람 중에 한우를 키우는 친구가 있는데, 언젠가 얘기를 나누는 중에 농장을 옮기고 싶다는 말을 했다. 어디 갈 곳을 봐둔 곳이 있냐?고 했더니 영암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평생 고향 나주를 떠난 적이 없는 친구한테 나온 의외의 대답있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영암이 나주보다 시·군에서 나오는 축산지원금이 훨씬 많다고 했다.

몇 달 전 친족 중에 출산한 사람이 있는데 출생신고를 시댁인 무안으로 했다고 해서 나주로 하지 그랬냐고 했더니, 그 이유가 출산보조금이 무안이 나주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농경시대였던 옛날에는 고향에서 죽을 때까지 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거주지를 쉽게 옮긴다.

요즘 전국의 지방지치단체에서 가장 중요한 행정목표가‘인구지키기’다. 대부분 전남도 지자체마다 인구가 대도시로 빠져나가 과거보다 1/3도 채 되지 않는다.

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중앙정부에서 지급되는 교부금 등 여러 가지 재정이 줄어드니 지자체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자치단체마다 여러 가지 정책으로 인구를 잡아보려고 하나, 지역에 마땅한 일자리도 없고, 지방재정에도 한계가 있어, 사정이 여의치 않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달 26일 통합 시·군·구에 보통·특별교부세와 SOC확충사업지원, 자율형사립고 우선설립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내용을 담은 자율통합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여러 지역에서 통합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역사와 문화가 다른 지역을 통합하자니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지만 정부의 인센티브도 엄청난 것 이여서 이를 외면할 수도 없다.

정부의 계획은 전국 시·군을 50-60개로 합치는 행정구역개편작업을 1단계(자율), 2단계(권고), 3단계(강제)로 구분해 추진할 예정이다.

내년 민선5기 선거 때까지 1단계, 다음 2014년 선거 때까지가 2단계에 해당된다.

그리고 2014년 이후는 강제로 실시할 계획이라는 말이다. 전국을 50-60개로 나누어 한곳에 인구 50만이상의 지방자치단체를 목표로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주인근에는 4-5개의 자치단체가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나주는 1895년 이전까지만 해도 지금의 신안군 일대 도서지방과 지금 도청이 들어선 무안 삼향면이 나주 땅 이였다.

바다와 연결되는 영산강을 통하여 천리도 더 떨어진 흑산도, 홍도, 가거도 주민까지 나주사람 이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주는 최근 전국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시·군·구 통합논의에서 관심이 없는 듯하다. 지역의 어느 누구도 통합에 대해 한마디도 없다.

하지만 나주의 형편이 그렇게 녹녹치만은 않다.

전남의 경제지표가 전국의 시·도중에 최하위이고, 그중에서도 전남서부권의 지역총생산액(GRDP)이 전남동부권의 1/12밖에 되지 않는다. 나주를 중심으로 한 전남서부권이 전국에서 가장 낙후됐다는 얘기다.

일본은 지방정부의 재정이 악화되면 민간회사처럼 부도가 난다.

그결과 지역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인구도 상당수가 떠나버리고 만다고 한다.

양극화현상이 더욱 심해진다.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전남 서부권의 한가운데 있는 나주도, 어차피 통합의 큰 흐름을 피할 수는 없는데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좀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때가 아닌 가 싶다.

따라서, 서해와 연결되는 영산강을 축으로 나주, 영암, 함평, 무안, 목포, 신안을 대통합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논의해 볼 것을 감히 제안해 본다.

전남타임스 후원

저작권자 © 전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