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Chloranthus japonicus Sieb.&쌍떡잎식물강 홀아비꽃대목 홀아비꽃대과 홀아비꽃대속의 여러해살이풀

▲홀아비꽃대
필자가 들꽃에 빠져 꼭두새벽부터 저물녘까지 산중을 헤매던 시절 홀아비꽃대에 걸친 졸시 한편을 얻었다. 좋은 집 놔두고 먼 시골학교로 내려와 고생하는 선생님들을 우리는 서로 ‘홀애비’라 불렀으니,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외롭고 소박하기 이를 데 없다. 어느 날 아침 후배홀아비가 교내방송으로 급히 날 불러 내려가 보았더니 내 책상에는 홀아비꽃대 몇 모가지가 놓여 있었다.

직장 따라 산골마을 학교에/혼자 집 떠나와 홀아비 된 두선이는/잠 못 이룬 봄날 새벽/고사리 꺾으러 다녔지요/수풀 양지 무덤가에 할미꽃 반갑고/산모롱이 길섶마다 각시붓꽃 고아도/두 손 내밀어 애기나리/어서 먼저 안아본다는데/두선이 어느 날 홀아비꽃대를 들고/요리 보고 조리 봐도/꽃모양 한번 우습다며/"성님! 이 꽃이 뭔 꽃이요?" 아침부터 종일/시린 옆구리를 건드리는 거예요/아, 바보 두선이 - 졸시「홀아비꽃대」

홀아비꽃대는 이삭화서로 외줄기 끝에 조촐히 한 개의 꽃대만 내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꽃은 4~5월에 실밥 같은 흰 꽃술을 꽃잎도 없이 피운다. 볼품없다기보다 기이하다.

키는 고작 20~30cm 내외에 잎은 난형 또는 타원형으로 마주나지만 마디 사이가 짧아서 마치 돌려나는 것처럼 보인다. 근경은 굵고 마디가 많으며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분포한다. 같은 과에 「옥녀꽃대(Chloranthus fortunei (A.Gray) Solms)」와 「꽃대(C. serratus Roem et Schult.)」가 있다.

홀아비꽃대는 최근 거제도의 옥녀봉에서 처음 채집하여 학계에 발표하였다 하여 명명한 「옥녀꽃대(조선꽃대)」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구별 없이 ‘홀아비꽃대’로 통칭하였다.

그러나 홀아비꽃대의 꽃은 남자의 까끄라기수염처럼 굵고 짧은데 비해 옥녀꽃대는 여자의 머리오리처럼 가늘고 길다. 옥녀꽃대가 수술대 아래 숨은 노란 꽃밥을 살포시 감춘다면 홀아비꽃대는 숫제 누렇게 드러내놓고 있다.

옥녀꽃대가 유독 따스한 남쪽지방을 산다면 홀아비꽃대는 전국을 누빈다.
희귀종 「꽃대」는 홀아비꽃대과의 홀아비다운 면모가 무색하게 꽃이 두 개가 올라온다. 별명도 아예 쌍꽃대, 두

▲옥녀꽃대
사람꽃대, 쌍동꽃대들이다.

홀아비꽃대와 옥녀꽃대에 은근히 기대했던 항간의 그것은 적잖이 싱거울 것이다. 그럼에도 대강 혼자였던 홀아비학계에 옥녀의 출현은 대 반전이 아닐 수 없다.

홀아비로서는 자칫 궁상스러울 수도 있는 자신의 옷을 벗고 과시 ‘변강쇠’의 자리로 풀떡 올라앉게 되었으니 말이다. 홀아비의 지난 ‘외로움’은 변강쇠의 ‘뜨거움’으로 요강이 뒤집힌 셈이다.

홀아비꽃대의 약명은 ‘흰 꽃술’ 이미지 그대로 「은선초(銀線草)」다. 성질은 맵고 쓰고 따뜻하며 폐, 심, 간경으로 귀경한다. 화담(化談)작용이 있어서 해수와 가래, 기관지염, 인후염에 쓰고, 어혈(瘀血)을 풀어 타박상이나 생리통, 종기 등에 활용한다.

또한 한(寒)과 풍(風)과 습(濕)을 없애는 공효(功效)가 있다. 홀아비꽃대를 북한에서는 「홀꽃대」라 하고, 중국에서는 「사협초(四?草)」, 「괴괴세신(拐拐?辛)」, 「등롱화(??花)」라고도 부른다.

사협초라는 이름은 ‘잎이 넉 장’으로 둘러친 점을 든 것이고, 괴괴세신은 ‘지팡이 拐’를 써서 홀아비꽃대의 ‘꼿꼿한 줄기모양’을, 또는 ‘속일 拐’를 적용하여 ‘세신(?辛:족두리풀)을 속일만큼 유사한 약성’을 붙든 것으로 본다. 그리고 등롱화에서 ‘대그릇’ 자도 ‘마디가 많은 홀아비꽃대의 근경’에 꽂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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