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풋가슴에 안기는 듯 알싸한 향기

/김진수 회장 (전남들꽃연구회)
학명: Lindera obtusiloba Blume var. obtusiloba
쌍떡잎식물강 미나리아재비목 녹나무과 생강나무속의 갈잎작은키나무

 경칩에 남녘의 바닷가에서 동백꽃 소식이 날아오더니 뜰의 꽃나무들도 도도록이 꽃꼭지를 내밀며 낯을 붉히기 시작한다. 산중이라고 어찌 꽃바람이 없을까. 생강나무는 잎보다 먼저 꽃을 피워 무겁던 산등성이에 봄날개를 달아준다.

『생강나무』는 노란 꽃이 매화처럼 일찍 핀다 하여 「황매목(黃梅木:약명)」이라 하였으며, 동백나무 대신 이 열매로 기름을 짜‘개동백’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은 순박한 열일곱 살의 ‘나와 점순이’ 사이에 벌어지는 야릇한 사랑이야기다.

‘산기슭에 널려 있는 굵은 바윗돌 틈에 노란 동백꽃이 소보록하니 깔리었다.’거나, 점순이에 어깨를 짚인 채‘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버렸다.’ 의 ‘노란 동백’은 바로 이 생강나무였던 것. ‘동백’은 강원도지방의 향명이다. 또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진 중국단풍을 닮아 「삼각풍(三角楓)」이라 하였고, 부드럽고 달콤한 생강냄새가 나서 「감강(甘薑)」이라고도 불렀다.

동속의 식물로 고로쇠생강나무, 둥근잎생강나무, 털생강나무가 있다.

 

 ▲매화처럼 일찍 눈을 떠 아직 덜 깬 산중의 둔부를 희롱하는 생강나무
같은 시기에 피는 비슷한 꽃나무로 「산수유나무」가 있다.

 

잎이 나기 전, 가지마다 샛노랗게 붙는 꽃모양이 언뜻 구별하기 힘들다. 그러나 꽃만 아니면 다른 면은 서로 확연히 다르다.

『생강나무』는 우선 산지에서 자란다. 꽃잎이 5장이며 잎은 오리의 물갈퀴 모양으로 갈라지고, 미끈한 수피에

잔가지의 색이 초록빛이다.

 

그런데 「산수유나무」는 중국원산으로 집 주변에 재식하였으며, 꽃잎은 4장이고, 잎은 둥근 편이며, 연한 갈색 가지에 수피는 비늘조각처럼 벗겨진다.

특히 생강나무의 꽃은 산수유나무보다 샛노랗고, 가지에 더 가깝게 다닥다닥 붙는다. 열매도 산수유는 타원형의 장과로 붉게 읽는다면 생강나무는 둥글고 까맣게 익는다.

또한 암꽃과 수꽃이 한 나무에 피는 산수유나무와 달리 생강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다.
약성(藥性)의 비교도 꽤 흥미롭다. 산수유 열매는 신맛으로‘수렴’하여 월경과다,

◀생강나무의 꽃은 산수유나무보다 샛노랗고 가지에 더 가깝게 다닥다닥 붙는다.

식은땀, 빈뇨 등을 다스린다면 생강나무 가지는 어혈을 ‘흩어’ 월경을 순조롭게 하며, 막힌 것을 뚫어 통증을 없애주므로 예로부터 산후풍 등에 널리 써왔으니.

봄에 꽃이 핀 생강나무의 잔가지를 꺾어 그늘에 말려두면 오래 두어도 좀체 곰팡이가 피거나 꽃빛이 변하지 않는다.

보관이 용이하여 첩약의 활용도가 높고 꽃꽂이소재로도 손색이 없다. 생강나무는 매화처럼 일찍 눈을 떠 아직 덜 깬 산중의 둔부를 희롱하는 나무다.

김유정이 소설의 끝자락에서 묘사한 ‘알싸하고 향긋한 노란 동백꽃 냄새’는 우둔하고 천진한 ‘나’와 활달하고 앙큼한 ‘점순이’ 사이에서 부푼 꽃내음이다.

‘노란 동백꽃’은 세상에 없다. 하지만 생강나무의 코끝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톡 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모를리 없다.

열일곱 살 풋가슴 같은 향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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