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화려한 얼굴에 연둣빛 수줍은 몸매

학명: Iris rossii Baker var. rossii & 외떡잎식물강 백합목 붓꽃과 붓꽃속의 여러해살이풀

▲김진수 회장/전남들꽃연구회
식물 이름 앞에 ‘애기’나 ‘각시’가 붙는 것은 공통적으로 식생의 크기가 ‘작다’는 뜻이다. 다만 ‘애기’가 작고 귀여운 느낌이라면 ‘각시’는 여리고 수줍은 편. 『각시붓꽃』은 과연 봄날의 새색시다운 꽃이다.

꽃이 피기 전에야 조금도 특별할 것이 없던 가늘고 긴 잎은 보랏빛으로 활짝 눈을 뜨는 순간 그야말로 난초의 잎에서나 보는 고상한 미감으로 변신한다.

화투패의 오월 난초는 난초가 아닌 붓꽃속의「꽃창포」다. 미루어 보면 저 단아하고 기품 있는 자태에서 사람들이 난초의 이미지를 까보지 않았을까 싶다.

「붓꽃」은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꽃 가운데 하나인데, 300여 종(種)의 식물로 이루어진 속을 자랑한다.

▲붓꽃

 

한국에는 기본종인 붓꽃을 비롯하여 금붓꽃(노랑꽃이 꽃대에 한 송이 핌), 노랑붓꽃(노랑꽃이 꽃대에 두 송이 핌), 대청부채(대청도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잎이 부챗살처럼 펴진다.), 흰붓꽃, 노랑무늬붓꽃(흰 외화피 중앙에 노란 무늬가 있다.) 타래붓꽃(잎이 타래처럼 비틀림), 난장이붓꽃(높이가 10cm 미만으로 작다.), 솔붓꽃(잎이 솔잎처럼 가늘고 뿌리가 솔 같다.) 등 10여 종(種)이 자란다.

이 중 노랑붓꽃, 노랑무늬붓꽃, 대청부채는 법정보호식물이다.

붓꽃이 붓꽃인 이유는, 바야흐로 화려한 날개를 펼치기 위해 꽃잎을 꽈보듬고 뾰족하게 날을 세운 꽃봉오리가 묵화에 쓰는 모필(毛筆)을 빼닮았기 때문이다.

숨 가쁜 획이 이제 막 화선지 위에 내려 새들이 쌍쌍이 나뭇가지를 노닐거나 나비들이 분분히 하늘을 희롱하는 그림이 펼쳐질 듯 오색 물감을 필호(筆毫) 가득 머금고 있다.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가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피운 꽃이 붓꽃이라 하여 ‘아이리스’라 부르게 되었다는데, 이름값을 한다.

또한 그 날렵한 모양이 솔개의 꼬리를 닮아 연미(鳶尾, 또는 小鳶尾)라고도 부른다.

 

▲붓꽃이 붓꽃인 이유는, 바야흐로 화려한 날개를 펼치기 위해 꽃잎을 꽈보듬고 뾰족하게 날을 세운 꽃봉오리가 묵화에 쓰는 모필(毛筆)을 빼닮았기 때문이다.
붓꽃종류들은 꽃잎, 꽃받침, 암술대가 꽃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언뜻 형태가 복잡하게 보이지만 석장의 외화피(꽃받침에 해당하며 중앙부에 무늬가 있고 뒤로 젖혀진다.)와 석장의 내화피(좁은 꽃잎이 곧추선다.) 그리고 세 갈래의 암술대(가장 안쪽에서 갈라져 올라온다.)로 나누어 보면 간편하다.

 

『각시붓꽃』은 4월부터 보라색 꽃을 피우는데, 초기에는 꽃과 잎의 키가 비슷하지만(약 10cm) 꽃이 시들면 잎은 꽤 높이 자란다.(약 30cm) ‘미인박명’이라더니 이 아름다운 꽃은 꿀풀(하고초)처럼 여름이 오면 뿌리 속으로 꽃과 잎을 모두 감춰버려 아쉬움을 남긴다.

한방에서는 붓꽃의 까만 씨를 ‘마린자(馬藺子: 약명)’라 하는데 성질은 달고 평하다. 지혈작용이 있어 자궁출혈, 토혈, 코피 등에 쓰이고, 습열(濕熱)로 인한 황달, 이질 등에 유효하다. 인후염이나 비뇨기결석, 숙취, 종기 등에도 널리 사용한다.

《성경통지》에는 씨를 ‘려실’이라 하여 통리(通利) 및 지혈제로, 잎은 질겨서 물건을 묶는데 쓰고, 뿌리는 솔을 만드는 재료로 쓴다 하였다.

‘화려한 얼굴에 수줍은 몸매’이미지는 『각시붓꽃』에 대한 필자의 감상이다. 활달하여 유쾌하며, 청초하여 조신한 이 양면성을 필자는 ‘통리하고 지혈하는(막힌 것을 트고 흐르는 것을 그치게 하는)’ 음양의 힘이 잘 반영된 꽃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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