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사의 힘을 갖춘 신령한 약초

▲김진수 회장/ 전남들꽃연구회
국민약초 『쑥』은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쑥쑥 잘도 자란다. 하도 흔하고 뿌리도 깊어서 농부들에겐 귀찮은 존재일지 모르지만 단군신화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삶에 가장 익숙하게 뿌리를 내린 향미로운 음식이며 약초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종인 쑥을 비롯하여 뺑쑥, 제비쑥, 맑은대쑥, 율무쑥 등 약 25종이 분포하는데, 학명과 약명과 속명이 뒤섞이고 그 효용에 따른 세간의 주장도 분분한 식물 가운데 하나이다.

이 다양하고 무던한 『쑥』은 기본적으로 따뜻한 성질과 찬 성질로 구별하여 보는 것이 좋다. 가령 항암효과가 높다하여 근래 유명해진 개똥쑥(黃花蒿:황화호)은 성질이 찬 반면 참쑥은 따뜻하여 다르다.

그러므로 황해쑥, 싸주아리쑥, 사자발쑥, 참쑥, 산쑥 등은 약명으로「애엽(艾葉)」이라 하여 따뜻함을 바탕으로 쓰고,「인진(茵蔯)」은 서늘한 성질의 더위지기, 사철쑥, 비쑥 등을 말려 그에 합당하게 적용한다.

흔히 쑥이름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인진’이다.

인진의 이름이 들어가는 식물은 그러나 두 가지 뿐이다. 강이나 바닷가의 모래땅과 산기슭에서 자라는 인진호(茵蔯蒿)라는 약명의 사철쑥(학명: Artemisia capillaris Thunb.)과 전국 어디서나 자라는 한인진(韓茵蔯)이라는 약명의 더위지기(학명: Artemisia iwayomogi)가 그것이다.

사철쑥은 재배가 어렵고 자생물량이 적어 품종이 유사한 더위지기를 사용하는데서 빚어진 오해로 우리가 약재로 사서 쓰는 ‘인진(쑥)’은 대부분 더위지기(한인진)이다.

「인진」이란 <本草拾遺>에 “이것은 비록 쑥의 종류이지만 겨울 동안에 죽지 않고 다시 오래된 싹이 살아나므로,

 ▲단군신화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삶에 가장 익숙하게 뿌리를 내린 국민약초 쑥
인진이라 이름하였으며 후세에 호자(蒿字)를 더해 주었을 따름이다”라고 하였다.

인진(茵= 因緣, 즉 지난 해 묵은 싹눈을 인연으로 다시 성장한다는 뜻)은 겨울에도 하부가 목질화(갈잎떨기나무) 되어 살아남았다가 봄에 새로 싹이 돋으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애엽(艾葉)」의 애(艾)에는 ‘질병을 칼로 벤다.’는 뜻이 들어있다.

백병(百病)에 뜸을 떠서 병을 ‘징계한다.’는 의미다. 또한 뜸의 주재료가 되므로 구초(灸草)라고도 부른다. 애엽의 하나인 ‘사자발쑥’은 원래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에 기록된 강화특산의 ‘사자족애(獅子足艾)’에서 유래하여 1995년 강화군농업기술센터에서 품종을 개발하면서 붙인 새 명칭이다. 역시 강화에서 나는 싸주아리쑥을 포함하여‘강화약쑥’으로 통칭하기도 한다.

「애엽」과 「인진」은 둘 다 맵고 쓴맛이 있지만, 애엽은 온경지혈약(溫經止血藥)으로 간과 비와 신경으로 들어가고, 인진은 이수삼습약(利水?濕藥)으로서 비, 위, 방광경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애엽은 따뜻한 기미을 바탕으로 기혈(氣血)과 경맥(經脈)을 조절하고 습을 제거하므로 자궁이 차서 잉태하지 못하는 것이나 하복부가 허약하고 차서 생기는 출혈이나 냉증, 생리불순, 습진과 피부가려움증에 사용한다.

▲습열(濕熱)을 내리고 소변을 순조롭게 하여 황달을 치유하는데 쓰는 사철쑥(인진호)
사철쑥(인진호)과 더위지기(한인진)는 반대로 습열(濕熱)을 내리고 소변을 순조롭게 하여 황달을 치유하는데 쓰는 요약이다.(습열이 없는 허증성 황달엔 쓰지 않는다.)

따라서 ‘인진’은 약리적으로 간 기능을 보호하고 항바이러스 작용을 하며, 심혈관에 작용하여 동맥벽의 경화를 감소하고 혈압하강을 돕는 치료 결과를 낸다.

이렇게 쑥을 둘로 나누어보니 하나는 몸을 따뜻하게 하여 산한(散寒)하고 지혈(止血)한다면 다른 하나는 서늘히 하강(下降)하고 이수(利水)하게 하므로 두 약재의 적용은 반드시 차별이 필요하다.

인간이 눈으로 구별하여 자신의 몸에 두 가지를 가려 적용할 때까지 우리 벽사의 신령한 힘을 갖춘‘단군의 쑥’은 서로 어슷비슷한 얼굴의 헛갈리는 모습으로 서서 엄히 우리 주변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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