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보은의 자리에 피어난 무병장수의 초화

 

▲김진수 회장 /전남들꽃연구회
찔레나무가 장미의 조상이듯 『패랭이꽃』은 「카네이션(carnation)」의 기원식물이다. 말하자면 카네이션은 아득한 옛날부터 남유럽에서 재배 되어진 패랭이꽃과의 원예식물인 것.

 학명의 다이안서스(Dianthus)는 그리스어의 ‘dios(신)’라는 뜻과 ‘anthos(꽃)’라는 뜻의 합성어로 ‘신이 내린 꽃’인 바, 어여쁘고 생명력이 강하며 우리 인간에 여러 모로 요긴한 식물이다.
이 꽃이 오늘날 ‘어버이날의 꽃’으로 대표하게 된 동기는, 미국 버지니아주 웹스터마을에 살았던 ‘안나 자비스’라는 소녀의 이야기에 숨어있다.

 1907년 5월 12일 어머니의 기일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흰 카네이션을 나눠주면서,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사랑에 감사하며 하루만이라도 잘 섬길 수 있도록 ‘어머니의 날’을 제정해 줄 것을 정치인들에게 호소한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 1908년 5월 10일 최초로 어머니의 날 기념식이 펜실베니아주에서 거행되었고 그 자리에서 카네이션이 ‘어머니에게 드리는 꽃’이 된 것이다.
「카네이션」은 온 세상의 『패랭이꽃』을 대신하여 우리 한반도의 어버이와 스승님의 가슴에까지 오르는 ‘행운의 꽃’이 되었다.

 반가우면서도 숙연한 자리의 꽃, 과시 지구촌의 꽃이 되어, 고대 로마인들이 불러주던 ‘flos Jovis(쥬피터의 꽃)’의

▲패랭이꽃
지위를 달성한 셈. 그리하여 패랭이꽃에 붙은 수많은 꽃말처럼 ‘사랑과 감사의 꽃’이며, ‘순애(純愛)와 모정(母情)’의 꽃인 것이다.

 우리 역사에도 이른바‘효도꽃’이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은 정조대왕이 수원 화성행궁에서 어머니 혜경궁홍씨를 위한 진찬연(進饌宴:회갑연)을 열었는데, (무병장수를 상징하는)복숭아꽃 3천 송이를 선물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패랭이꽃』은 조선시대 역졸이나 보부상, 상제(喪制)가 쓰던 대오리 갓 ‘패랭이’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한층 민초다운 꽃이 되었다. 또한 줄기가 대나무를 닮아 석죽(石竹), 산죽(山竹), 참대풀로도 불리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회갑 때 주고받은 석죽도(石竹圖)나 단원의 황묘농접도(黃猫弄蝶圖: 노랑고양이가 나비를 희롱하는 그림)에 그려진 ‘석죽’의 공통점은 ‘무병장수의 축원’이다. 한편 열매 속 납작한 씨가 보리알을 닮고, 결실 때의 모습이 보리이삭 같다고 하여 ‘구맥(瞿麥)’이라는 약명도 가지고 있는데, 이 풀꽃의 효용이 궁금해진다.

▲술패랭이꽃
「구맥(패랭이꽃 및 동속식물의 전초를 건조한 것)」은 성(性)이 차고, 맛은 쓰며 맵고 달다.
주로 소염(消炎), 수종(水腫), 소변불리(小便不利), 임질(淋疾) 등에 쓰는 요약이며 근래엔 혈뇨(血尿), 방광결석(膀胱結石), 어혈(瘀血), 급성요도염(急性尿道炎), 방광염(膀胱炎)에도 널리 사용한다.
특히 직장암, 분문암, 식도암에 탁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더하다.  우리 꽃 패랭이가 곧 들녘에 피어난다. 행복하여 눈시울이 촉촉해지는 사랑과 보은의 감정으로 바라보면 그것이 패랭이꽃이든 복숭아꽃이든 복수초든 산자고든 무엇이 문제랴.

 오늘은 이 아름답고 푸른 별을 조건 없이 내어주신 두 분 어버이와 내 존재의 꽃망울을 어여쁘게 터트려준 여러 스승님께 존경과 감사의 꽃대를 가슴껏 밀어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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