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꽃에 강한 향기를 품은 피부약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
백(白)이란 뿌리가 희다는 뜻이고 선(鮮)이란 그 뿌리의 향기가 생선냄새와 비슷하여 생긴 이름이다. 

꽃자루와 포에는 선점(蜜腺)이 있는데 가연성의 강한 방향물질이 방출되므로 'gas plant' 라는 영어이름을 얻었다. 

양고기 냄새라고도 하고(白羊鮮), 썩은 빨래비누냄새라고도 하는데 박하나 상산, 초피나무처럼 향이 강할지언정 결코 고약하지는 않다. (참고로, 백선의 꽃말은 ‘방어’이다.) 

『백선』은 식물체가 선모로 덮여 있으며 줄기는 90cm까지 크게 자란다.

꽃이 희고 우아하여 송이송이를 백선(白扇: 흰 부채)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예쁜 이름에 부합한다.
산행에서 백선을 만나면 누구나 감탄을 하며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게 된다.  

▲특유의 강하고 독특한 향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꽃 백선
필자가 아침 숲에서 숨죽이던 이 꽃이 한낮에 바위지대에서도 무리지어 피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았다. 중턱 이상의 숲그늘을 좋아하지만 아무 볕이라도 마다하지는 비밀은 그 뿌리에 담겨있다.

괜한 약초꾼들은 ‘봉삼(鳳蔘)’이라 하여 이것의 뿌리를 산삼 이상으로 부추기기도 하는데 내게도 더러 물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외형상 굵은 뿌리가 인삼과 유사한데 불과하며 성질과 성분과 기미가 많이 다르다.

굵고 길게 휘늘어진 뿌리에 실 같은 잔뿌리가 무수히 나 이것을 보고 혹 그림 속 봉황의 겨드랑이 깃털을 연상하였다 한다면 ‘봉삼’도 듣기 좋은 이름임은 분명하다.

▲백선은 성미가 쓰고 차며 기향(氣香)하여 심, 폐, 비경으로 들어가서 그 열을 내리고 독을 푸는 약효가 있다.
한약은 이 뿌리의 목심을 버리고 연질의 껍질(皮)을 쓰므로 약명을 백선피(白鮮皮)라 하였다.

성미가 쓰고 차며 기향(氣香)하여 주로 풍열습독(風熱濕毒)으로 인한 피부병에 사용하는바 심, 폐, 비경으로 들어가서 그 열을 내리고 독을 푼다. 

만성습진에 생건한 백선피를 지부자(댑싸리 씨), 사상자(뱀도랏) 등과 배합하여 목욕제로 하거나 달인 물을 환부에 바른다.

호랑나빗과의 산호랑나비나 산제비나비류들은 운향과 식물에 알을 낳아 애벌레의 식초(食草)로 삼는다. 

필자가 살고 있는 농가마을에는 가까이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어서 해마다 호랑나비가 많았는데 몇 해 전에 이 나무를 베어내고 집 담장을 새로 치는 바람에 뜰에 자라던 몇 포기의 백선이 남아나지 못한 일이 있었다.

백선은 예의 독특한 향기를 뿜어 다른 해충의 침습으로부터 건강하고 깨끗한 모습을 잘 유지한다.  향기는 때로 유혹이 아니라 방어의 수단이다.

 자신만의 냄새를 피운다는 것, 그것은 사람이 자신의 행복한 영역을 외부로부터 보호하고 사랑의 꽃을 가득 피우기 위해 둘러친 요새요 성채라 어찌 아니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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