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아침. 전화 벨이 울렸다.

본지 애독자라고 밝힌 그 사람은 "혜은이 엄마의 전화번호를 알고 싶다"고 했다.

본지가 지난 10월 12일자 신문 1면에 내보낸 “혜은이를 도와주세요”란 내용의 기사를 그 독자께서 읽고 나서 마음이 아파 “혜은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 끝에, 먼저 ‘어린이 재단’에 도움을 요청한 후, 본지에 전화를 한 것이었다.

본지의 기사내용은 “진도에서 살고 있는 6살 혜은이가 ‘급성횡단성바이러스척수염’을 앓고 있는 가운데 생활비조차 어려운 환경 속에서 어머니가 치료비 때문에 걱정이 크다”는 내용이었다.

어린이 재단’은 그 독자에게 “혜은이 엄마와 통화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말을 했고, 그 독자께서는 본지로부터 혜은이 엄마의 전화번호를 알아서 ‘어린이 재단’에 전해주기 위한 뜻이었다.

“너무나 마음이 따스한 사람이 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요즘 사회복지의 개념이 일반화되고 갈수록 확대되면서 사회복지를 목적으로 한 단체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이들 단체들은 자신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일이라면 무관심한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

예를 들어, 그 단체들의 정규적인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만 비정규적인 일에 대해서는 “한 발 뺀다”는 것이다.

이번 혜은이 역시, 일반인들보다도 사회복지제도 등에 관해 더욱 폭넓게 알고 있을 이들 단체 등이 더욱 빨리 나섰더라면 가족의 고통은 조금이나마 더욱 빨리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혜은이가 살고 있는 지역인 진도에서 초·중·고 학생들이 중심이 돼 모금운동을 펼친 결과, 혜은이 엄마에게 “600여만원이 전달됐다.”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퍽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그 애독자께서 자신의 지역에서 일어난 일도 아닌데 이렇게 “발 벗고 나섰다”는 것에 우리는 퍽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지난 10여년 전만 해도 이 같은 딱한 사연들이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난 후에는 관심을 갖는 독자들이 많이 있었던 것으로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우리’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는 지금 우리 사회구조가 지속되면서 “서로를 위한 공동체의식이 사라져 간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 독자는 그 와중에도 우리에게 “바쁘신 데 전화로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가 그동안 사회를 살아가면서 당연히 해야 될 일로 배워왔던 상대에 대한 배려도 그 독자는 잊지 않은 것이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감마저도 모르고 떠들고 다니는 어느 정치지도자 보다도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는 너를 먼저 생각하고 서로를 아껴주고 이해해주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구호성으로만 그치는 정치지도자들 보다는 이처럼 마음이 따스한 소시민들의 마음이 그러한 사회를 만드는데, 더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다.

혜은이는 이같은 그 독자분의 노력으로 현재 ‘어린이 재단’에서 적극 도움을 줄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혜은이 엄마는 지난 15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애독자분께 고마움 전했으며 “애독자분의 그 은혜를 결코 잊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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