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드라마는 ‘마음치유’의 명약

 

      김동규 원장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
 우리는 이양기가 우리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의 일상은 이야기로 채워져 있고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의미화 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 김동규원 장에게 마음의 치유에 대해 알아본다.

  심리 치료의 여러 이론 가운데 ‘이야기 치료’라는 것이 있다. 1990년대에 마이클 화이트와 데이비드 엡스톤이라는 호주의 두 학자가 시작한 이 치료의 핵심은 자기 패배적이고 절망적인 이야기를 버리고 자신에게 힘이 되고 만족을 주는 대안적인 이야기를 가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가 우리 내면의 무엇인가를 밝히고 이를 보다 건설적이고 긍정적으로 바꾸면 우리가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담아 전달하는 다양한 매체가 있지만 그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 일상적으로 다가오는 매체가 바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영화 속, 소설 속 이야기도 우리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드라마에 비해 책은 멀고 영화는 덜 일상적이다. 드라마만큼 우리의 일상 속에서 쉽게 우리 마음을 열어주고 치유해주는 것이 없는 것이다.

 좋은 드라마는 재미와 감동, 위로가 동시에 전달되는 이야기 종합 선물세트와 같다. 그래서 우리는 힘든 현실을 위로받을 이야기를 찾아 TV를 켠다. 그리고 좋은 이야기가 담긴 좋은 드라마는 우리에게 세 가지 힘을 전해준다.

공감의 힘 ‘삶의 긍정’

 

 공감이란, 내 곁에 바짝 다가와 “그래, 그럴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끄덕임은 지친 우리 마음에 힘을 주고 우리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긍정해준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나와 닮아 있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공감을 건네준다. 내 이야기가 네 이야기가 되고, 네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는 그 교차점에서 우리는 타인의 삶이 그럴만하듯, 우리의 삶도 그럴만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우리는 현실이 아프고 힘들 때마다 나와 비슷한 곤경에 빠져 있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씩씩하게 곤경을 빠져 나가고 지혜롭게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내 삶을 긍정하게 된다. 공감은 큰 위로가 된다. 우리는 공감을 주고 받으며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몰입의 힘 ‘건설적 회피’

하루 동안 이런저런 사건에 긴장하고 상처받았던 우리의 마음은 드라마 속 이야기에 나를 맡기는 동안 편안해진다. 드라마는 우리를 타인의 삶으로 초대하고, 그 초대장을 받아든 우리는 잠시 이쪽의 삶은 내려놓고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적어도 드라마를 보는 동안은 잠시 멍해져도 된다.

 내 삶에만 몰입하느라 좁아지고 뾰족해진 마음으로부터 건설적 회피가 일어나고 딱딱해졌던 마음의 응어리가 풀린다. 그러다보면 무겁게만 느껴졌던 내 삶의 무게가 어느 정도 가벼워진다. 드라마가 끝날 즈음에는 조금은 가볍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내 삶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희망의 힘 ‘다시 일어나기’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보통 착하고 순수하며 세상의 아름답고 희망적인 면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에는 이렇게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겪게 되는 삶의 고난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이들이 복을 받는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담고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그래도 세상이 살 만하다는 희망을 전해주는 것이다. 때로는 이런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주인공의 고난이 극단적이거나 자극적으로 전달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런 현실에 함께 분노하고 아파하며 희망이 사라지지 않기를 집단적으로 열망한다.

 절망을 극대화함으로써 희망을 이야기하는 역설이 드라마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된다. 힘든 현실을 헤쳐 나가 꿈을 이루고 선을 실천한 주인공처럼 우리도  절망의 다리를 건너 희망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된다.

좋은 이야기로 나를 채우자

 드라마에는 이렇게 치유적인 속성이 담겨있지만 드라마 역시 하나의 매체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드라마가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현실에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덧붙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서 드라마를 본다. 또한 자극에 중독된 우리 마음을 건드리는 데에 주력함으로써 위로가 되기보다는 절망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드라마들도 많다.공감이 되지 않는 드라마,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 우리에게 현실에 전념할 힘을 주지 않는 드라마는 좋은 드라마가 아니며 우리 마음에 절망감을 채우는 드라마 역시 좋은 드라마가 아니다.

 드라마에 빠져 현실을 외면하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로 채우게 된다면 드라마는 ‘치유’가 아닌 ‘중독’이 된다. 드라마를 통해 우리의 일상이 어떤 이야기로 채워져 가고 있는지 한번 돌아보자.

 그 이야기가 치유적일 수 없다면 우리는 다른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전남타임스 후원

저작권자 © 전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