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군 의신면 운림예술촌&삼별초공원…관에서 닦은 텃밭에 주민들 심고 가꾸기 솔선

전국에서 마을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농어촌에서는 특산물과 아름다운 자연경관, 독특한 체험활동을 곁들여 도시민들을 마을주민으로 끌어들이는 생계형 마을 만들기가, 도시에서는 삭막한 도시공간을 문화와 건강한 삶이 어울리는 공동체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주거형 사업이 한창이다. 대부분 지역주민들이 스스로의 요구와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몇몇 선각자들의 이상과 열정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마을 만들기 사업의 현주소다. 전남타임스가 지난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직원수련회를 위해 찾은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운림예술촌과 운림삼별초공원은 단순히 농어촌체험관광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자원과 지역문화, 그리고 마을주민들이 직접 경영하는 마을 만들기의 금자탑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 옛날 쿠빌라이 칸에게 정면으로 대적하며 끝까지 항거하다 불꽃처럼 사라져 간 삼별초가  세웠던 그 멋진 유토피아의 ‘신세계’ 진도를 향해 떠나보자. / 편집자 주

미국 CNN도 극찬한 ‘가장 아름다운 섬’ 진도

▲2004년 농촌진흥청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선정돼 마을가꾸기 사업을 벌여온 운림예술촌
미국의 뉴스전문방송 CNN이 지난해 8월 여행전문섹션인 CNN Go(www.cnngo.com/seoul)를 통해 ‘대한민 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33개’에 진도 관매도와 고군면을 20위와 24위로 각각 선정했다.

 CNN GO는 ‘지역을 보고, 세계를 경험한다’는 주제로 2009년에 출범한 아시아 문화정보 사이트로 전 세계 각지 로컬 에디터들의 여행 관련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예년에도 여름휴가철이면 국립남도국악원과 진도토요민속여행, 진도 북놀이생생체험 등의  국악체험과 피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각광을 받아왔던 진도가 올해 부쩍 주가를 올렸다는 게 전남타임스 진도군 주재기자인 박미자 기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진도관광이 더욱 뜻깊고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은 천혜의 비경이라 할 경치 뿐만 아니라

▲삼별초 체험관 내부
진도만이 간직해 온 독특한 섬문화, 그리고 한반도 이남에서는 보기 드문 고려의 역사유적이 오롯이 남아있다는 데 있다.

 오랜 세월 잠자던 고려 삼별초의 대몽 항쟁의 불꽃을 되살려서 오늘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진도군의 혜안이 돋보인다.

또 하나의 고려궁성 용장성, 그리고 삼별초의 부활

고려시대 삼별초 대몽항쟁의 근거지였던 진도 용장성(龍藏城)이 치밀한 준비 끝에 건설된 고려의 궁성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재 성의 대부분은 원형이 사라진 상태이며, 성지가 부분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지만 진도군이 2009년부터 본격적인 발굴을 벌인 결과, 용장성에는 왕궁과 내성 등 건물 38채를 비롯해 배수체계 등이 발굴됐다.
또, 촛대로 추정되는 청동사자상 광명대와 청자 철재귀문 향로, 기와 등 다양한 유물이 대거 출토됐다.

 삼별초가 사전에 치밀한 계획과 준비를 거쳐 새로운 고려 궁성을 진도에 건설해 대몽항쟁을 했다는 근거로 추정되고 있다.

 

▲삼별초의 역사적 숨결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삼별초홍보관. 진도군 정기문 주무관이 8백여 년의 세월을 거쳐 온 삼별초 역사를 전하고 있다.
삼별초가 진도를 새로운 거점으로 정한 것은 우선 개경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강화도에 비하여 몽고군의 침입을 수비하기에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또한 진도는 경상·전라도 지역의 세곡(稅穀)이 조운(漕運)을 통해 서울로 운송되는데 있어 중요한 길목이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다는 것.

 삼별초는 이곳 용장성을 거점으로 삼고 자신들이 고려의 정통정부임을 자처하면서 황제국가를 표방하였고 그 세력을 확대해 나갔다.

 합포(合浦 지금의 경남 마산)·금주(金州 지금의 경남 김해)·동래·거제·남해도·나주 등 전라·경상도 연안의 내륙지역을 점거하였고, 제주도까지 확보함으로써 후방의 안정지대까지 갖추게 되었다.

 현재 진도군에는 삼별초 대몽항쟁 유적지로 국가지정 사적126호인 용장성을 비롯 남도석성과 왕온의 묘 등 삼별초의 유적이 흩어져 있다.

 이처럼 또 하나의 고려 궁성을 진도에 짓고 항쟁을 벌였던 삼별초가 8백여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역사 관광자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삼별초공원, 휴식·레져·체험공간으로

진도군이 이같은 삼별초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내세워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바로 삼별초공

▲삼별초 공원 체험관
원이다.

 지난 5월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운림예술촌과 인접한 곳에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인 농업·농촌테마공원 조성사업으로 88억원을 들여 운림삼별초공원을 조성한 것.

 운림삼별초공원에는 남도진성과 삼별초 궁녀둠벙 미니어쳐, 배중손 장군과 진도처자 동백이의 사랑을 스토리텔링한 동백미로공원, 삼별초 항쟁기념광장, 허브정원, 자생 초화류원 등이 있다.

 특히, 고려 왕궁식으로 건축한 삼별초홍보관에는 삼별초의 대몽항쟁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삼별초의 역사와 유물유적 전시, 3D 입체영상 및 포토존 등이 설치돼 있다.

 운림삼별초공원의 백미는 드넓은 공원을 배경으로 전통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농어촌체험관(3동7실)을 꼽을 수 있다. 시골생활은 냄새나고 불편하고 모기가 들끓는다고 생각하는 도시아이들에게 전혀 거리낌을 주지 않을 정도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어릴 적 친정엄마의 넋두리 같은 노랫가락이 듣기 싫다며 투정을 부렸는데 그 소리를 내가 하고 있다”며 들려주는 빗기내전수관 박말심 여사
 아침 일찍 눈을 떠 이슬 내린 공원잔디를 밟으며 마을을 거쳐 편백나무 치유의 숲과 운림예술촌, 첨찰산 등산로를 걸어보는 삶을 생각해 보자.

 그것이 단 하루, 이틀뿐일지라도 요즘 흔히 말하는 ‘힐링’의 삶이 아닐까 싶다.

구름도 쉬어가는 ‘운림예술촌’

이에 앞서 2009년 가을 운림예술촌이 문을 열었다.

 운림예술촌은 35억원을 들여 5천100㎡ 규모의 전통 주제공원과 전통체험관 및 특산품 판매장(199㎡), 수라간체험장(108㎡) 등이 갖춰졌다. 또 마을 세 곳에 소공원을 조성하고 시멘트 담장을 돌담길로, 슬레이트지붕도 전통기와로 교체했다.

 담장 위에는 박주가리, 수세미꽃이 푸른 하늘을 향해 나팔을 불고, 돌담길 따라 수수, 조, 울금밭이 도시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운림예술촌 주변에는 진도를 대표하는 자연자원인 첨찰산을 배경으로 남종화의 본산인 운림산방과 고적이 찬연한 쌍계사, 진도역사관, 소치기념관이 위치해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진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새해벽두 해맞이축제와 정월대보름놀이, 매년 11월 둘째 주 주말에 열리는 운림예술촌축제는 지역축제를 넘어서 전국 축제로 손꼽히고 있다.

 ‘구름도 쉬어간다’는 운치있는 주제로 2007년부터 시작된 운림예술촌축제는 전통혼례와 운림예술단 국악공연이 펼쳐지며, ‘신비의 바닷길축제’와 함께 진도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향토축제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하지만 운림예술촌의 역사는 하루아침에 시작되지 않았다. 2004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농촌전통테마마을 조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자 마을주민들을 중심으로 운영위원회가 조성됐다.

 운영위원회는 노인회와 부녀회, 청년회 등을 중심으로 각자의 역할과 규모에 맞게 마을사업을 운영해 갔으면 몇몇 목소리 큰 사람의 독선이나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철저히 공동체방식으로 운영된다.

 마을주민들은 관광객들을 위해 너나없이 진도북놀이, 사물놀이, 판소리, 진도아리랑, 강강술래 체험 등 전통문화체험의 전수조교로서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다.

 직원연수를 위해 지난 12일 삼별초공원 농촌체험관에서 하룻밤을 묵는 전남타임스 숙박객들을 위해 빗기내전수관 박말심 여사가 들려준 진도의 소리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울림으로 남을 것이다.
/김양순·박미자기자 jntimes@jn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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