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과 축농증을 고쳐주는 도깨비방망이

/김진수 회장  전남들꽃연구회
늦가을 마른 풀숲에 들면, 산으로 들로 거침없이 뛰놀던 옛 생각이 절로 난다.

 바지잠방이에 들러붙은 풀씨들 때문에 한참을 털고 뽑고 들어와서도 엄니에게 다시 끌려나오기 일쑤였는데 그것들은 담배풀, 털진득찰, 주름조개풀 같은 ‘끈끈이’들이거나 쇠무릎지기, 짚신나물, 가막사리, 도둑놈의갈고리, 그리고 저 ‘도꼬마리’씨처럼 갈고리 가시를 이용하여 아무 데나 들러붙는 ‘찍찍이’ 짜리들이었다.

 ‘도꼬마리’를 영어로 ‘카클러버(cocklebur)’라 하는데 뜻은 고집, 애교이다.
마구 들러붙는 씨가 ‘고집’쯤 된다면, 그 모양이 동글동글 귀여운 것은 ‘애교’나 같다.
향약구급방(1236)에서는 ‘도고체이(刀古體伊)’라 하였고, 구급간이방언해(1489)에서는 돗귀마리, 훈몽자회(1527년)에서는 ‘돗고마리’로 쓰고 있었다.

 어원을 두고 여러 설이 있지만 모두 분명하지는 않다. 다만 생김새는 영락없이 ‘도깨비방망이’이고, 어성(語聲)은 ‘도깨비머리’와 더 닮았다.

 우리나라에는 큰도꼬마리, 가시도꼬마리 등이 더 있다.

 언덕이나 비탈, 집 근처, 텃밭 등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이 한해살이풀은 키가 150cm에 달하며 넓은 잎은 가을까지 왕성하다. 꽃은 8~9월에 피는데 개화기가 매우 짧고 수꽃은 연노랑색 암꽃은 연자주색으로 핀다. 낮의 길이가 짧아지기 시작하면 꽃이 피는 단일식물(短日植物)의 대표적인 식물이다.
‘도꼬마리’의 약명은 「창이자(蒼耳子)」이다.

 경엽의 빛이 푸르고(蒼) 열매는 쥐의 귀(耳子) 같다는 뜻. 필자의 눈엔 귀보다는 쥐의 주둥이가 더 잘 보인다.
여물어도 단단하여 벌어지지 않는 이 열매를 통째 약으로 쓴다.
맛은 맵고 쓰며, 성질은 따뜻하고 소독(小毒)이 있다.

 주로 폐와 간에 작용하는바, 땀을 내는 성질을 이용하여 풍한(風寒)의 초기감기를 치료하거나, 경락을 통하게 하는 성질로 콧물과 코막힘도 다스린다.

 

▲도꼬마리는 언덕이나 비탈, 집근처, 텃밭 등 어디서나 잘 자라며  여물어도 단단하여 벌어지지 않는 도꼬마리 열매는 통째 약으로쓴다

 

습을 없애는 효능으로는 한습(寒濕)으로 생긴 관절과 근육의 통증을, 가려움을 없애는 능력으로 피부소양과 습진 등에도 사용한다.

 또한 요오드 함량이 높기 때문에 갑상선기능저하에도 유용하지만, 약 12%의 크산토스트루마린

 (Xanthostrumarin)이라는 배당체가 함유되어 있어 한꺼번에 많이 먹게 되면 변비. 출혈, 오심. 구토. 복통. 호흡곤란. 저혈압 등 중독 증세를 일으키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열을 가하면 창이자의 독성이 감소되므로 열매를 심황색이 나도록 잘 볶아서 껍질의 따가운 가시를 제거한 후 증상에 따라 다른 약재와 함께 달여 쓴다.

 필자가 시골로 이사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집 주변이 낯설고 또 외떨어져서 인적 없는데 어느 날 펜스 안으로 이슥한 노인이 들어와 무얼 따고 있었다.

 아내가 뜨악하게 바라보는데 바로 이 창이자에 정신이 팔린 것. “무엇에 쓰려고 그럽니까?” 물었더니 “축농증에는 이것 아니면 안 돼요.”했다.

 오랜 천식과 고질의 축농증을 도라지나 더덕, 대추 등을 더해 달여 먹고 해마다 수월히 넘어간다며 ‘이것’ 욕심이 여간 아니었다.
그래도 그렇지...!

 나는 웃으며 비염에 함께 쓰면 좋은 행인(살구씨), 유근피(느릅나무 뿌리껍질), 상백피(뽕나무 껍질), 천문동, 맥문동, 지모, 황백, 오미자들을 보태주었다.

 오늘날 흔한 비염환자들이라면 바짓부리의 도꼬마리 씨를 낮도깨비인 양 화들짝 털어내며 꼬마 애들처럼 그렇게 수선 피울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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