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산길에도 동무 삼을 장수하는 산약초

가을이 깊어가는가 싶었더니 별안간 첫눈이 내리고 첫눈의 옛사랑이 설렌다하였더니 눈꽃이 사위기도 전에 먼저 고뿔이 들었다. 

김진수 회장 전남들꽃연구회

몸이 바깥 찬 기운에 상해서 오는 이 겨울손님의 대강은 이렇다. 우선 온몸이 오슬오슬 춥고 콧물에 재채기가 빈발하며, 두통과 근육통으로 사방이 욱신거리기도 한다. 찬물에 손 넣기가 싫어지고 땀은 나지 않는다. 

인플루엔자 감기가 아니라면 이런 증상은 모두 추위에 일시적으로 체온이 떨어져서 생기는 것이므로 갑작스런 고열은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전염성도 없기 때문에 항생제는 별 의미가 없고 함부로 해열시켜도 안 된다.  이럴 땐 맵고 따뜻한 성질의 음식이나 생약으로 부족한 열을 보태주어야 한다.

생강 대추를 앞세우고 잔대와 총백(대파뿌리의 흰 부분), 계피, 감초, 갈근(칡뿌리), 방풍(갯방풍이나 갯기름나물의 뿌리), 자소엽(차즈기 잎), 천궁(궁궁이 뿌리) 등을 적당량 뒤따르게 하면 속이 따뜻해지면서 주리가 풀리고 경락이 통하여 아픈 증상들이 금세 가신다. 만일 시작부터 잔기침과 가래, 목잠김 등이 따르는 사람이라면 ‘도라지’나 이‘잔대’를 증량하면 좋다.

▲당잔대
 『잔대』는 생약명으로 「사삼(沙蔘)」 또는 「제니(薺?)」라 부른다. 사삼은 모래땅에서 잘 자라고 인삼의 대용이 될 만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 인삼이 보양을 잘한다면 사삼은 보음을 잘하므로 「백삼(白蔘)」이라 하였으며, 「백면근(白麵根: 흰 국수처럼 먹을 수 있는 뿌리)」’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사삼은 예로부터 인삼, 단삼, 현삼, 고삼과 함께 ‘오 삼’의 하나로 꼽았다. 성미는 달고 조금 쓰며, 조금 차다.

 위, 폐, 간경으로 들어가 주로 윤폐지해(潤肺止咳: 폐를 적셔 기침을 멈추게 함.), 양위생진(養胃生津: 위를 자양하고 진액을 생성함.)한다. 기표(肌表; 살과 피부로 둘러싸인 인체의 외부) 사이의 열과 두통, 오한, 발열, 심복통을 잘 다스리며 항진균작용에 가래를 삭이는 능력이 있다.

 또한 어혈을 풀고 심장과 간장을 보하는 공효도 크다. <명의별록>에서는 ‘모든 약독을 풀어준다’고 하였으며, <본초강목>에서는 ‘기침, 소갈증(당뇨병)을 치료한다.’ 고 하였다.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모르고 더덕을 사삼으로 유통하기도 하지만 성미와 효능 면에서 별 차이가 없으므로 나쁘지 않다.

 더덕은 자르면 흰 젖이 나와 약명이 따로‘양유(羊乳)’이다.

◀층층잔대
 만 가지 풀 중에 가장 오래 산다고들 말하는 잔대는 동속에 비슷비슷한 이름이 세계적으로 오십여 종이 있고, 국내에도 삼십 종이 넘는다. 

 그만큼 잎모양과 꽃모양도 다채롭다.  잎은 줄기에 윤생, 대생, 호생하고 모양도 타원형, 피침형, 넓은선형, 난상타원형 등으로 다양하니 둥근잔대, 가는잎잔대, 넓은잎잔대, 톱잔대, 진퍼리잔대, 층층잔대, 가는층층잔대, 당잔대, 고산잔대 식으로 부르는 이름마다 분분하다. 
이들도 약성은 유사하니 비슷한 목적으로 사용해도 좋다. 뿌리를 얻는 시기는 꽃이 피는 7~8월 보다는 3월과 9월이 적기다. 

풋내기 시절, 골목길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엿장수부터 상 장수. 비누 장수, 양은냄비 장수, 찬거리 장수할 것 없이 오만 행상들이 다 다녀가는데 이들 속에 “딱주~”하는 외마디로 한낮의 달콤한 잠을 깨우던 목소리도 끼어있었다.

 꽃모양이 마치 예배당의 종탑이나 학교의 창가에서 도리반거리는 종 같고, 작은 술잔(盞臺)을 엎어놓은 듯 어여쁜 이 『잔대』가 바로「딱주」였던 것. 인삼보약은 상상하기 어렵던 시절 날마다 골목길을 외치는 저“딱주”를 설마 어른들이 몰랐을까. 

불러들이고 싶은 손을 감추어 빈주먹만 갑북갑북하였을 돌아가신 아버지의 호주머니가 오늘 잔대 꽃 앞에서 환하다.

전남타임스 후원

저작권자 © 전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