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고문은 지난 11월 28일 동신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라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의 특강내용을 옮긴 내용이다.

<지난호에 이어서>

▲라스 다니엘손/주한 스웨덴 대사
그렇다. 공평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단순함이다. 그 결과 오늘날 스웨덴에서는 부과되는 세금의 약 98.5%가 실제로 걷힌다. 여러분이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그 수치가 70%에도 못 미친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복지시스템에 대해 논의할 때 세금을 확실히 걷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이것이 없으면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다.

세 번째는, 약간 놀라실 수도 있는데, 스웨덴 복지제도는 개인주의와 현대적 가정개념, 그리고 시장경제에 기초하고 있다.

스웨덴에서 가장 기본적 단위는 개인이다. 가족이 아니다.

스웨덴 복지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개인의 자율권과 사회적 (계층) 이동성을 최대한 넓히는 것이다.

이것은 여성이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도록 해서는 안 되며, 아이들 역시 부모에게 의존만 해서는 안 되고, 반대로 나이가 들었다고 자녀에게 의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

여러분이 스웨덴의 법 체제를 찬찬히 뜯어보면 모든 제도가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개인 세금체계를 가지고 있다.

저와 제 아내는 각자 세금을 내고 있고, 내가 얼마의 세금을 내는지가 그녀의 세금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우리는 가족법을 바꿔서 나이 든 부모를 지원하도록 했다. 어린 아이들을 낮에 돌볼 수 있는 사람을 국가가 소개시켜줌으로써 여성이 일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면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는데, 부모의 수입과는 상관 없이 누구든 받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현대화된 가족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성인들은 모두 일을 해서 서로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며, 아이들도 가능한 빨리 독립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스웨덴 가족이 화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이러한 현대화된 가족 개념은 스웨덴을 가장 출산율이 높은 국가로 만들었다. 유럽 안에서는 카톨릭 국가인 아일랜드만이 스웨덴보다 출산율이 높다.

그리고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의 부모들은 유럽의 다른 어떤 나라 부모들보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이것이다.

남성과 여성, 부모와 아이들이 서로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선 안 된다는 것. 많은 나라, 특히 미국에서는 스웨덴을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매우 개인주의적인 국가다.

다음 요소(시장경제 관련)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우리는 언제든 우리의 시스템을 개선할 자세가 돼 있다. 처음 사회복지가 시작됐을 때는 주로 공공기관이 모든 종류의 서비스를 담당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민간 영역의 대안과 시장 질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것 한 가지는, 우리가 민간의 대안을 받아들였다고 해서 누군가 복지서비스에 접근하는 데 있어 그가 얼마나 부자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현재 스웨덴 초중학생의 약 30%는 사립학교에 다닌다. 하지만 사립학교라고 등록금을 따로 받는 것은 아니다. 사립학교의 수입은 학생 수에 따라 정부가 지원하는 지원금뿐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누구라도 공립이든 사립이든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부모가 얼마를 버는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지금 스웨덴 안에서 민간 대안이 과연 복지에 어느 정도 이로운지에 대한 뜨거운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야겠다. 우리가 시장논리를 지나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닌가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대안적이고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어떻게 복지사회에 적용할 것인가라는 부분이고, 이러한 인식은 스웨덴 사회에서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지막 네 번째로, 복지사회의 주춧돌은 통합사회가 필요하다는 믿음이다. 지나친 불평등은 대단히 위험하다. 원칙적으로 스웨덴인들은 부자가되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데에 동의한다.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면 괜찮다.

실제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중 몇 명은 스웨덴인이다. 가구회사인 이케아의 창립자는 세계에서 5번째로 부자다. 스웨덴에서도 돈을 많이 벌어도 괜찮다.

하지만 스웨덴인들은 부자와 빈자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않은 사회일수록 더 강하고 건강한 사회라고 굳게 믿고 있다.

모든 세금 제도는 부자와 빈자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우리 복지시스템의 핵심은 복지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보면 모든 스웨덴인들은 어떤 시기에는 복지의 혜택을 받지만 또 다른 시기에는 세금을 통해 복지에 기여를 하게 된다.

만약 여러분이 아프거나 어리거나 실업자이거나 나이가 많다면 복지혜택을 누릴 것이다. 만약 25∼60세 사이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면 이 제도에 기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면 제도의 혜택을 받을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복지제도를 부자의 재산으로 빈자를 돕는 것이라고 설명하면 절대 보편적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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