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혁신도시와 나주곰탕

·아동문학가·수필가
봄 햇살이 따스한 창가에 앉아 온 가족이 함께하는 봄나들이는 정말 행복한 시간입니다.

은성이랑 은홍이 그리고 엄마 아빠랑은 기차에 오르자마자 신문과 책, 그리고 노트를 펴놓고 진지한 토론을 이어 가느라 조금도 피곤한 기색이 없습니다.“쨘! 됐어요. 아빠! 이번 봄방학 숙제 제목은 ‘정도전과 나주’로 정하기로 마음을 바꿨어요”

“왜? 거북선을 만드신 나대용 장군이 아니고?”“나대용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어 나라를 구한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정도전 선생님이 조선건국의 기초를 세웠다는 사실도 그에 못지않은 아주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 이예요”

“그래. 잘 생각했다. 아빠도 이번에는 작년에 했던 인물을 다시 선정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새로운 인물 탐구에 들어가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구나”은성이는 아무래도 ‘위대한 역사의 인물을 찾아서’라는 과제로 정도전을 택한 점이 스스로도 대견한 듯 싶습니다.

“아빠! 벌써 광주예요”

“그렇네... 어서 짐을 꾸려야겠다.”

“은홍이는 가방 잘 챙기고..”

“걱정 마시라구요. 엄마, 내가 뭐 항상 어린아긴가요?  벌써 5학년이라구요. 참 ”

어리광스런 목소리로 웃는 은성이의 보조개는 이럴 때 더 예쁩니다.

바쁘게 가방을 챙기고 윗옷을 입다말고 은성이가 소리를 칩니다.

“우와! 아빠! 저기 좀 보세요. 저기 저 높은 건물.....”

“뭐야..뭐야?”

두 남매는 동시에 왼쪽에 높이 솟아 오른 건물을 가리키며 말을 잇지 못합니다.

“어머..세상에... 벌써 저렇게 도시가 다 들어섰네”

엄마도 놀랍다는 듯이 말을 잇지 못합니다.

창가에는 과연 지난 여름방학 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말로만 들어왔던 혁신도시의 모습은 오랜만에 고향에온 은성이네에게는 전혀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아빠는 자주 자주 내려오니까 올 때마다 꾸준히 변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은 했지만 너희들이 이렇게 놀라워 하니 또 다른 새로운  생각이 드는 구나. 그러나 저러나 한 달 사이에 또 엄청나게 많은 건물들이 쑥 쑥 올라가 가지고 도시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구나 ”

아빠도 혁신도시의 빠른 발전 속도가 놀라운 것 같습니다.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힘차게 솟구치는 혁신도시의 모습은 이전의 나주 모습과는 전혀 새로운 기운이 용솟음치는 것 같기만 합니다.

“멋있다. 멋있다. 정말 멋있다 ”

두 남매가 넋을 잃고 혁신도시의 모습을 보며 박수를 칩니다.

“빠~앙 다음 정차 역은 나주역, 나주역입니다”안내방송이 나오자 여기저기에서 승객들이 일어서며 내릴 준비를 합니다.“자! 빠트린 물건 없이....”

“염려마세요 아빠”

온 가족을 통솔하는 아빠랑 아빠의 지도에 순종하는 은성이 가족의 이럴 때 모습 잘 훈련된 교관과 군인들의 모습같이 박자가 척척 맞습니다.

안내방송이 나오고 기차는 드디어 나주에 도착 했습니다.

기차역에는 하람이네 가족이 마중 나와 있습니다.

“야 ! 우리 은성이 은홍이 이제 처녀 총각 다 되었네. 이 키 좀 봐”

“하람이 하늘이도 시집보내야 되겠네. 정말 예뻐졌구만.”

기차역이 왁자지껄하게 서로 얼싸안고 오랜만에 만난 기쁨을 나누며 온 가족이 차에 오릅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 했어요. 우선 배가 고프니까 간단히 식사하시고 오늘의 일정을 시작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모부와 이모의 따뜻한 환영의 말씀과 함께 차는 벌써 나주시내 한복판 금성관 앞에 멈추고 일행은 언제나처럼 어느 식당으로 갈까 두리번거립니다.

“어머... 아직 이른 식사 시간인데도 저 많은 사람들 좀 봐요”

“엄마 저쪽 식당도 사람들이 줄을 섰어요.”은홍이가 놀랍다는듯 크게 소리를 지릅니다“요즘 같은 불황에  이렇게 사람이 모인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지요.”

자나 깨나 고향 발전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아빠도 감개무량한 목소리입니다.

10여분이 넘게 줄을 서서 겨우 들어선 식당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아! 이 맛...! 으흠”

은성이가 나주곰탕을 끌어안고 오래도록 눈을 감고 냄새에 취한 듯 코를 벌름 거립니다.

“녀석두..”

“호호호..우리 은성이가 이제 곰탕 맛을 안다니까.”

“내버려둬..., 맘껏 취해 있으라고..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고급 음식이라도 한 두 번 젓가락질 하는 시늉만 하는 아이가 왜 이리 곰탕 맛에는 호들갑인지 모르겠다니까.”

음식냄새에 취해있던 은성이가 변사처럼 이상한 목소리로 뜸을 들이자 모두 “푸핫” 하고 웃음보를 터트립니다.

“이 음식은 아무래도 보통 음식이 아닙니다. 정말로 세계적인 음식이예요. 맛과 또 이 정직한 내용과 양에서 얼마나 뛰어난 음식인가요. 이 부드러운 한우의 맛과 식감 그리고 적당한 가격... 아 참 대단합니다. 대단해요”

“하하하”“호호호 ”

“곰탕 한 그릇에 이렇게 감동해 주니 내가 참 기쁘네..”이모도 은성이의 감사의 표현과 귀여운 모습이 무척이나 흐뭇한가 봅니다.“요즘 들어 나주 곰탕이 더욱 좋아져서 많은 외지인들이 남도 여행을 할 때 일부러 나주를 들러서 한 끼 식사를 꼭 해결하고 가는 경우가 부쩍 늘었어요.”

“나주 곰탕 맛은 뭔가 특별한 그런 맛이 있어요. 거기에 정겹고 푸근한 그 무엇....”엄마도 식사를 하다말고 한참을 곰탕 맛에 취해 뭔가 한 말씀 하고 싶어 하는 눈치입니다.

“에이 참. 엄마 그냥 세계 제일이다. 뭐 이렇게 표현해 버리세요. 이 정도 음식 앞에서는 그렇게 불러 주는 것이 당연한 예의예요”

“그거야 ! 바로.. 세계 제일.. 우리의 맛!. 우리 서민들에게 친숙한 그 특별한 그 맛!”

“형님, 그러잖아도 지금 나주에서는 이렇게 맛있는 곰탕의 이름을 뭐라 붙일까를 시민들 모두가 고민하고 있는 중이예요” “뭐? 곰탕에 이름을 붙여줘?”“네, 나주가 역사적 자원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볼거리는 많지만 관광객들에게 나주를 자주 찾도록 만드는 강한 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제야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맞아! 바로 그거야!”아빠는 이모부의 말씀에 무릎을 치십니다.“

<다음번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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