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순
/취재기획국장
‘한생원은 경술년 나라가 망하고, 삼십육 년 동안 일본의 다스림 밑에서도 같은 가난한 소작농이었다.

그리고 속담에 <남의 불에 게 잡기>로 나라를 도로 찾기는 하였다지만 그 나라가 오죽할 리 없고, 여전히 남의 세토나 지어 먹는 가난한 소작농이기는 일반일 것이라고 한생원은 생각하던 것이다.’

채만식의 단편소설 <논 이야기>에 나온 대목이다.

여기에 나오는 ‘남의 불에 게 잡기’는 남의 덕에 일이 잘 이루어졌을 때 하는 속담으로, 비슷하게는 ‘남의 바지 입고 세 베기’ ‘남의 친 장단에 궁둥춤 추기’ ‘남이 켠 횃불에 조개 잡기’ ‘남의 팔매에 밤 주워 먹기’ 등이 있다.

그런데 요즘 여기저기서 남의 불로 게 잡다 빈축을 사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한 나주시장 예비후보자가 마련한 출판기념회에 도지사 예비후보, 교육감 예비후보, 시장, 도의원, 시의원 예비후보들이 우~ 몰려들어 명함을 돌리자 한 노인장이 “참~ 남은 기껏 돈 들여 손님들 모아놓았더니 엉뚱한 사람들이 몰려들어 남의 불로 게를 잡고 있구만!”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대체로 이런 자리에서는 주최측이든 객이든 상부상조하는 것이 상례다. 다만, 이미 행사가 시작됐는데도 자기 자신만을 알리겠다며 끝까지 관중석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분명 빈축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나주시 노인일자리 선포식에서 한 예비후보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다른 예비후보들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 식장 안팎을 한 바퀴 돌며 인사를 나누고 식이 시작하자마자 휑하니 떠나버리는데, 한 여성 예비후보든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노래가 나오면 함께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르고, 춤이 나오면 어깨춤을 덩실거리며 흥을 돋우며 그 자리의 관객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적어도 축하의 자리에 가서는 그 자리의 주인공들에게 최소한의 배려를 하는 것이 또 정치도의가 아니겠는가.

나주 정치권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끊임없이 갈등하며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나주시가 미래산단을 추진하던 업체에 주기로 한 74억원을 안 주고 버티다 결국 소송에 패해 주게 된 것을 두고 정치권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전임 시장 때 쓴 각서가 잘못돼 재판에서 졌느니, 가만히 놔두었으면 휴지조각이 됐을 각서를 나주시가 꼼수를 부리다 고스란히 물어주게 됐느니...

이렇든 저렇든 손해는 나주시가 입게 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언제까지 덧없는 논쟁을 계속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지금까지 입은 손해를 최소화 하고 미래산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것인가? 이런 주제로 논쟁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권력에 눈먼 정치는 끊임없는 갈등과 분쟁을 초래한다. 그들이 내놓는 각종 달콤한 공약과 선심성 사업들이 결국은 선거에서 자신들에게 돌아올 표로 계산되고 있음을 모를 리 없다.

마타 하리라는 여성이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정보기관에 2만 마르크를 받는 조건으로 포섭된 그녀는 연합군 장교들능 유혹해 군사기밀을 빼낸다.

술술 정보를 내주었던 연합군 장교들은 그들이 사랑에 눈이 멀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 대가는 연합군 5만 명의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고급정보였던 것이다.

마타 하리는 결국 연합군에 체포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시민을 현혹하는 정치를 하지 말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현혹 당하는 사람이나, 현혹하는 사람이나 그 대가는 쓰디 쓴 독이 돼 시민사회를 병들게 하기 마련이다.

올 지방선거는 지역정치권이 서로 자기 불로 게를 잡아주는 정책잔치를 펼쳐주길 바란다.
왜 많잖은가?

“나주시민 여러분, 제가 당선되면 나주에서 자녀 공부시켜도 대학 잘 가고, 취업 잘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위해 이렇게 일 하겠습니다.”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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