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훈
나주교회 담임목사
금성산에 진달래가 피는가 싶더니 어느덧 벚꽃이 만개했다 사라지고, 얼마전부터는 영산강 둔치에 노란 유채꽃이 피어나 사람들에게 기쁨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온갖 꽃들이 때를 만나 너나할 것 없이 자태를 자랑하듯 앞을 다투어 꽃을 피우고, 나주천지엔 온통 배꽃으로 새하얗게 물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의 탄성을 내지르게 합니다.

그런데 저 화려하고 예쁜 꽃들은 저절로 피었을까 하는 생각에 생각해 보니 반드시 그 뿌리에서 거름이 썩어야 꽃을 볼 수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결과물을 보고 풍성한 열매를 맺고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안겨다 준다는 것이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 밑에서 누군가 썩어지고 희생하는 거름 같은 존재가 있기 때문에 그런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은 꽃과 열매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뿐이지, 그렇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 수많은 것들의 희생과 썩어짐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모든 영광의 박수는 밑에서 썩어지는 거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드러나지 않는 섬김의 영광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조선조 말엽의 김정호 선생은 처음으로 우리나라 지도를 완성시킨 분입니다. 그때는 버스도 없었고 기차도 없었습니다. 짚신감발을 하고 남쪽에서 북쪽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삼천리강산을 여덟 번이나 내왕 했습니다.

백두산으로, 압록강으로, 한라산으로 다니는 동안 지쳐 병들 때도 있었고 의복이 남루해서 다 떨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집에 돌아오면 그의 부인이 의복을 깨끗이 빨아 기워드리고 또 지친 몸을 회복시켜 다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나갔다 오면 의례히 병들어 지쳐 돌아 올 때마다 따뜻하게 맞이해서 그 병을 고쳐주고 위로해 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어서 내 보냅니다.

이러한 정성으로 이 산천을 여덟 번이나 내왕하면서 마침내 ‘대동여지도’를 발간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러 집에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부인은 없고 딸 하나만 있는 것입니다.

부인이 보이지 않아 “어머니 어디 가셨느냐” 했더니 “어머니 돌아가셨어요”라고 하더랍니다.

지도를 완성하기까지 그 부인이 내적인 공이 많았는데 “이제 거의 완성단계에 왔는데 당신이 갔으니 누구와 논할 것인가” 하며 부인의 산소에 가서 땅을 치고 통곡을 했답니다.

김정호 선생은 역사에 크게 드러나지도 않은 분이고 크게 대우 받은 분도 아닙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분도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지도를 완성하신 분이며 만고에 남을 그런 역사를 남기신 분입니다.

이처럼 지도 하나를 완성하고 그 분이 역사를 하나 장만하는 동안 자신의 노고와 인내와 고심은 물론 있었지만 이면에는 부인이 거름이 되었기 때문에 꽃을 피울 수 있었습니다.

부인의 거름이 없었다면 의지가 상하고 기운이 꺾여서 그 일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렇듯이 우리의 가정에 우리의 삶의 터전에 우리공동체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 아무도 보지않는 땅속 밑에 거름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소중합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 거름이 됩시다.

꽃과 탐스런 열매를 거두는 사람도 있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거름이라는 겁니다.

거름이 없으면 나무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먼저 거름이 되어야 합니다.

가정에 썩지 않는 영화로운 기쁨의 꽃이 필 때는 반드시 밑에 거름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 서로 섬기며 우리의 마음으로 응원하고 거름이 되어 줍시다.

그렇게 우리 서로 섬김의 밑거름이 되어줄 때 우리 가정이 행복의 꽃이 피고 우리의 교회에 기쁨의 꽃이 피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의 터전이 지역에 영광의 꽃이 피어나리라 믿습니다.

우리 모두 섬김의 밑거름이 되어서 영광의 꽃을 피우는 복된 삶, 가치 있는 삶을 살아 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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