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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라가 나라인가, 이런 정부가 정부인가?
2014년 04월 30일 (수) 17:10:47 전남타임스 jn-times@hanmail.net

   
▲임준선 논설위원
세월호 침몰 당시 최초로 119에 신고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최덕하 군의 입관식이 안산산재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최 군의 어머니 김상희 씨가 아들에게 쓴 편지가 언론에 공개됐다.

사랑하는 아들 덕하에게

덕하야 사랑해. 너와 내가 함께했던 순간은 짧지만 엄마는 너를 아주 많이 사랑했고 너 또한 엄마를 많이 사랑했던 걸 우린 서로 잘 알잖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이 모든 것이 왜 일어났는지….

어른들의 비양심적이고 무책임한 행동들 때문에 꽃다운 어린아이들이 물속에서 죽어간 것이 아닌지 너무나 슬프단다.

(…)처음에는 나는 네 죽음을 믿을 수 없어 모든 말이 거짓이라고 생각했어. 이렇게 가는 그날까지 엄마 마음에 깊이 네 모습을 새기고 가는구나.

사랑해 아들. 우리 아들 참 자랑스럽고 믿음직스럽고 장하다.

네가 엄마의 아들이라는 것이 엄마는 정말 자랑스럽다. 덕하야, 너를 사랑했던 이 소중한 순간들 영원히 간직할게. 너도 좋은 곳에 가서, 하느님 나라에 가서 엄마 기다리고 있어. 엄마 가는 날까지. 우리 꼭 다시 만나자.

그리고 아직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네 친구들 모두 구해줘. 그 아이들이 다 구조될 수 있도록 네가 지켜주길 바래. 사랑하는 아들. 너무너무 사랑하고.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고. 이제 여기는 잊고 아직 물속에 있는 네 친구들을 부탁해. (…) 사랑한다 아들아.

영원히 사랑한다 아들아. 우리 아들아. 너를 한 번 안고 싶다. 내 품에 안아보고 싶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잘 가라. 그리고 도와줘라.

탄식과 분노, 그리고 허탈과 체념. 모든 국민들이 세월호 침몰 이후에 이런 감정으로 지냈다. 비참하고 눈물겹고 슬프다는 말로는 도저히 다 표현하지 못할 깊은 좌절을 느꼈다.

도대체 무엇이 어린 학생들을 저 어두운 바다 가운데에서 숨이 막혀 죽도록 내팽겨졌다는 말인가? 그 어린 학생들을 내버려두고 선장과 승무원들은 자신들만 살려고 먼저 배를 탈출했다는 말인가?

정부 당국은 왜 어린 학생들을 구해낼 수 있는 시간을 허비하고 우왕좌왕했단 말인가? 이런 비상 상황에 정신 차리고 신속하게 책임감 있는 구조 시스템을 가동시킨 정부 당국자가 한 명도 없었단 말인가?

선사는 왜 그 조악하기 그지없는 배에 그토록 많은 욕심을 부려 화물을 싣고, 승객들은 화물보다 못하게 취급하면서 불법으로 운항을 했단 말인가? 그 선사의 뒤에 흑막이 쳐져 있고, 더 거대한 자본의 욕심으로 숨어있는 세모그룹의 탈세와 횡령과 온갖 불법은 무엇이란 말인가?

비정상이 일상화된 거대 자본과 그것을 눈감아준 행정당국, 아무런 대책이 없는 정부, 또 막무가내식 보도를 일삼아 희생자 가족들은 안중에도 없었던 언론, 종북, 미개사회, 선동꾼, 시체장사 같은 막말을 하면서 희생자 가족들의 명예를 훼손한 누리꾼들 그리고 철부지들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도대체 이것이 나라인가? 한 국민인가? 자식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실종자 가족들의 처연한 모습이나, 사고 발생부터 구조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이었던 우리 사회의 맨얼굴을 그대로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나라가 내 자식을 버려서 나도 내 나라를 버리겠다.”는 유족의 절규가 가슴 절절한 진실인 그런 나라에서 우리는 살고 있지 않은가?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손대고 진실을 규명하고 상처를 치유해야 할 것인지 막막하고 두렵고 절망스러워 온 국민들은 좌절하고 집단 우울증에 빠진 것이다.

정부는 사실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모든 국민이 납득할 만한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과 진실 규명, 책임자 처벌 등의 후속 대책을 내놓고 내각 사퇴와 대통령 사과, 국가재난 재해 대응 체계를 범국가적인 동의로 구상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심각한 저항을 받을 것이다.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지 못하는 그런 정부가 무슨 정부이며, 국민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외면하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가 무슨 국가인가? 이제부터라도 우리 국민 의식 깊숙이 뿌리내린 물질 만능의 자본주의 사고방식과 불법과 탈법이 발붙일 수 없는 투명한 정부, 투명한 국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충대충, 편법, 불법, 안전 불감증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 엄격한 사회 질서와 준법정신이 살아 있는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더라도 지금 팽목항에서 울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통곡과 비탄을 다 위로할 수 없다.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손잡고 울어줄 그런 리더는 없는가? 더 쓸쓸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바로 그것이다.

모든 일상의 손을 놓고 희생자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있는 그 소소한 진도 사람들, 전남도민들, 광주광역시민들, 그리고 전국 각지의 국민들, 자원봉사자들, 희생자와 아픔을 함께하겠다고 나선 외국의 한인 동포들의 애도 기원 행렬까지 국민 모두가 껴안고 서로 힘을 합칠 것이다.

국가의 기강과 국민의 신뢰가 회복되기 위해서 우리는 정말 아직도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그걸 해놓지 못한 어른으로서 우리는 너무 부끄럽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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