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를 든 사제’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경전, <나무에게 배운다>

숲 속의 나무처럼 많던 장인들이 하나 둘 쓰러진 뒤, 단 한 사람 니시오카 쓰네카즈가 남았다.
1300년을 이어 온 절 호류지에서, 오직 나무와 더불어 평생을 살아온 사람. ‘손의 기억’을 배우고 잇는 그 길 위에서, 그는 입에서 입으로, 손에서 손으로 긴 시간 전해 온 소중한 지혜 속으로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고, 열매를 맺었다.

호류지의 마지막 대목장으로서 1000년을 넘나드는 가르침을 배우고 물리며 그가 얻은 깨달음은 비틀린 문명과 삶, 교육을 비추는 묵직한 은유들로 넘쳐 난다.

여든여섯, 살아온 삶이 그러하듯 곧고 간명한 말 속에 담긴 지혜는 깊고 또렷하다.

작은 몸놀림 하나, 말 한 마디, 허투루 뱉는 법이 없었던 ‘자를 든 사제’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이야기를 기록의 대가 시오노 요네마쓰가 마음을 다해 엮었다. 책장 곳곳에 오래 곁에 두고 되새길 만한 잠언들이 가득하다.

오직 나무에 빗대어 꿰뚫은 이치, 일본을 사로잡다

일본의 초대형 종합상사 이토추itochu의 회장 니와 소이치로는 nhk 〈나의 1권, 일본의 100권〉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그 어떤 경영서보다도 가치 있는 책”이라고 이 책을 소개했다.
프로야구 홋카이도 니혼햄 파이터스의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새롭게 팀을 맡자마자 이 책부터 꺼내 읽었다.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이 마지막 구술본을 두고, 누군가는 ‘신의 목소리’라는 헌사를 아끼지 않았다.

《나무에게 배운다》는 1993년 소시샤草思社에서 처음 나왔고, 2005년 신초샤新潮社로 출판사가 바뀌어 다시 나온 뒤 지금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폭넓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목수들이나 고대 건축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필독서를 넘어, 교대 입학생에게 교사와 선배가 추천하는 책, 유아교육과 학생들의 필독서, 소아과 의사들이 엄마들에게 추천하는 책, 대학원 경영철학 수업 필독서, 대학생 교양 교육을 위한 참고서, 도쿄 대 젊은 졸업생 모임 산시로 회 추천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여든여섯, 평생을 말 없는 나무와 이야기를 나눠 가며 나무를 생명 있는 건물로 바꿔 온 사람. 더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비로소 연장을 손에서 놓은 한 궁궐목수의 낯선 세계가 20년 동안이나 독자들의 마음을 이토록 사로잡은 까닭은 무엇일까.

니시오카 쓰네카즈는 이 책에서 자신이 살아온 삶을, 1300년 동안 이어져 온 목수들의 가르침을, 찬찬히 돌이켰다. 투박하지만 온화한 장인의 목소리에 담긴 이야기들은 결코 에두르는 법이 없다.

나무에 빗댄 깨우침은 자신의 일과 삶을 넘어, 우리 시대의 문명과 교육에 이르기까지 모자라고 어그러진 자리로 어김없이, 단숨에 가 닿는다.

쉽게 읽히지만, 어느 대목을 펼치든, 그 속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소중한 가르침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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