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있는가?”

▲김양순 취재기획국장
요즘 같은 날은 예외 없이 박석무 선생의 다산이야기를 펼쳐든다.

감히 내 식견으로는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기 어려울 때 예외 없이 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세상일이 내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고,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가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지경일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을까?

세상과 담 쌓고 홀로 유유자적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끝까지 문제에 파고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나을까? 강진에서 18년 동안 유배살이를 하던 다산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잃고 막막하게 살아가던 고향의 두 아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집안의 가장이 큰 화를 당해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을 때 대부분 남은 가족들은 서울에서 먼 시골이나 산속으로 피난 가서 숨어살기 마련인데, 다산은 아들들에게 그러지 말라 전한다.

높은 고관대작으로 한창 잘 나가는 때에야 반드시 산비탈에 셋집이라도 얻어 검소한 처사(處士)로서의 본색을 잃지 않아야 하지만, 화를 당한 집일수록 가능한 서울의 한복판에 살면서 벼슬하는 집안사람들과 차이 없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손자들의 세대라도 과거에 응할 마음을 두고 경국제세(經國濟世)의 일을 한다는 생각을 지녀야 한다. 천리(天理)는 돌고 도는 것이니, 한번 넘어진 사람이라서 반드시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하루아침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여 먼 시골로 이사가버린다면 무식하고 천한 백성으로 일생을 끝마치고 말 뿐이다.(두 아들에게 내려주는 교훈(示二兒家誡) 중” 최근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주의 정치권은 물론 지역사회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임성훈 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에 컷오프(공천배제) 당한 뒤 탈당해 일찌감치 무소속의 선거행보를 다져가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의 깃발 아래 모여든 8명의 후보들은 군웅할거하며 온갖 음모와 조작설이 난무하고 후보자간 비방과 흑색선전이 지여사회에 회오리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는 기자회견에 쫓아다니느라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

처음에는 여론조사에서 집전화를 핸드폰이나 다른 사람의 전화로 착신해 높은 지지도를 얻은 후보가 몰매를 맞더니, 두 번째는 유력한 경쟁후보의 범법사실을 들먹이고, 세 번째는 특정후보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 경선방식을 밀실에서 야합을 했다며 시끄럽다.

선거기간에 표 얻을 욕심에 돈 좀 쓰고, 상대후보 흠집 좀 내고, 여론조사에 전화착신 좀 했기로서니 그게 문제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앙정치건 지방정치건 꼼수를 부리는 몇몇 정치인들 때문에 지역이 시끄러운 것 아닌가.

나주시 민선2대 김대동 시장은 두 번의 도의원 선거에서 재선을 하고 세 번의 시장선거에서 1승2패를 기록한 뒤 이번에 네 번째 시장선거에 도전했다가 공천 경선에 불공정성을 제기하며 뜻을 접었다.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목숨을 걸고라도 이번 선거의 불공정성을 막아 내겠다”던 그의 말이 비장하다 못해 섬뜩하게 들릴 지경이다.

이번 선거를 총괄하며 지역 정치권의 수장으로서 중심을 잘 잡고 나가야 할 배기운 위원장은 특정후보에게 마음이 기울었다는 불신을 낳고 있고, 정치권이 이렇게 어지러운데도 나서서 수습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정당정치를 비웃으며 재야의 맹주로 활동하던 신정훈 전 시장은 드디어 정당에 입당해 중앙정치 진출의 교두보를 쌓아가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마치 검은손(?)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치능력으로는 9단이지만 정당정치에 첫발을 내딛은 신참으로서 신 전 시장이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자기 손아귀에 사람을 넣겠다는 야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런 정치권을 바라보면서 넌덜머리가 났던 시민들에게 좀 더 신선한 정치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나주라는 사회, 이제는 내편, 네 편이 아니라 우리가 한 편이 되어 함께 사는 사회로 이끌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위기야말로 또 다른 기회’라는 다산의 말을 믿고 이제는 분쟁과 갈등과 편가름이 없는 그런 나주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정치인들의 신사협약이 있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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