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순결과 행운의 상징

▲김진수 회장/전남들꽃연구회
학명: Convallaria keiskei Miq.

외떡잎식물강 아스파라거스목 백합과 은방울꽃속의 여러해살이풀

『은방울꽃』은 이름도 실물도 참 어여쁜 꽃이다. “어린 듯 앙큼하며 숙녀인 듯 상큼한 꽃” 이는 은방울꽃에 다가갈 때 나만이 내는 발걸음소리다.

오월에 피어서 「오월화」이고, 은은하고 투명한 향기가 매혹적이어서 「향수화(香水花)」요, 님의 그림자 풀이란 뜻으로 「군영초(君影草)」이며, 꽃이 요정들이 쓰는 와인 잔 같다고 하여 「요정들의 찻잔」이란다.

또 흰 꽃이 작은 종 모양이라서 「초옥령(草玉鈴)」이며, 이것의 우리말 이름은 『은방울꽃』이다. 일본에서 부르는 이름은 방울처럼 생긴 향기 좋은 난이란 뜻으로 「영란(鈴蘭)」이며, 아일랜드에서는 앙증스런 꽃망울이 꽃대에서 차례차례 피어나는 모습을 보고 「요정의 사닥다리(fairy ladders)」라 하였다.

십자가 밑에서 흘린 마리아의 맑은 눈물을 연상하여 프랑스에서는 「성모 마리아의 눈물(larmes de ste. Marie)」 이라 하였으며, 영국에서는 「계곡의 백합」, 독일에서는 「오월의 작은 종」, 프랑스에서는 「천국의 계단」이라 부른다. 이 모두는 하나같이 아리잠직한 은방울꽃의 흰 꽃이 자아낸 달고 명랑한 호칭들이다.

▲은방울꽃의 열매는 이뇨, 진정, 혈액순환 등에 쓰며, 꽃에는 콘바라톡신이라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으나 독성이 강해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16세기경부터 유럽 각지에서 많이 재배하였는데, ‘행복의 상징’으로 연인에게 선물을 하고, 또 결혼식에서 신부에게‘사랑의 꽃’으로 안겨주기도 하였다.

『은방울꽃』의 순결한 이미지는 공감도가 범세계적이다. 속명인 콘발라리아(Convallaria)는 골짜기란 뜻의 라틴어 콘발리스(convallis)와, 백합이란 뜻의 그리스어 레이리온(leirion)의 합성어로 ‘산골짜기의 백합’이라는 뜻.

애기나리, 윤판나물, 둥굴레, 고사리, 연꽃, 메꽃들처럼 땅속으로 기는 왕성한 뿌리줄기(根莖)를 가지고 있어서 어디서나 만나면 크고 작은 군락들이다.《만선식물자휘》에서는 ‘둥구리아싹’이라고 하였는데, ‘둥굴레’와 비슷한 식생이나 꽃차례의 이미지에 잇닿은 것으로 보인다.

낙엽이 잘 쌓여 흙이 보드랍고 비옥하며 적습한 곳이 은방울꽃의 삶터이니 속명에서 보듯 산곡의 그늘이 있는 완만한 골짜기의 경사지에서 곧잘 무리를 이룬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동시베리아, 유럽 지역에 분포하며, 잎은 2~3장이 얼싸안으며 원줄기처럼 되고, 키는 30cm내외로 청순하다. 8월에 달리는 열매(漿果)는 붉은 구슬처럼 곱다.

오뉴월 낮은 숲정이에는 또 ‘정금나무’와 ‘산앵도나무’들이 꽃을 다툰다. 빛은 다르지만 화형은 영축 없이 은방울꽃이다. 요새 외국에서 들여온 ‘블루베리’도 이 놀음에 초대될만하다. 또 꽃으로만 따지면 ‘사스레피나무’도 반색하겠다. 하여도 이 방면에서 공인된 은방울꽃의 매력에 어이 답할까.

▲‘행복의 상징’으로 연인에게 선물하고, 결혼식에서 신부에게‘사랑의 꽃’으로 안겨주었던 은방울꽃
「영란(鈴蘭: 생약명)」은 맛이 달고 쓰며 성질은 따뜻하다. 열매는 주로 이뇨, 진정, 혈액순환 등에 쓸 수 있으며, 유효성분인 콘바라톡신은 꽃에 많이 들어 있다. 전초는 심장에 작용하는 약효가 디기탈리스의 두 배라고 하는데, 독성이 강해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은방울꽃』의 꽃말은 ‘순결’외에도 ‘행복한 기별’, ‘다시 찾은 행복’등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5월 1일에 이 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누군가에게 보내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어 ‘뮤게(Muguet:은방울꽃)’를 꺾으러 다녔다 한다. 『은방울꽃』을 야생에서 만나면 설레는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떼어야 한다.

그리고 납작하게 엎드려 피차 송글송글한 콧등으로 대화를 나눠보라. 그 옛날 순백의 향기로운 우리의 첫아기를 만날 때처럼 ‘행복한 기별’, ‘다시 찾은 행복’을 맛볼 수 있다.  그러면 또 오월의 가슴이 초강초강해지고 이내‘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성모마리아의 종소리’라도 듣게 될지 누가 알랴.
 

전남타임스 후원

저작권자 © 전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