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Stauntonia hexaphylla&쌍떡잎식물강 미나리아재비목 으름덩굴과 멀꿀속의 상록만경식물

▲김진수 회장 /전남들꽃연구회
『멀꿀』은 여름그늘이 달고 겨울에도 잎이 어여뻐 정원수로 으뜸인 덩굴식물이다.

미역줄나무나 등나무처럼 목본식물임에도 멀꿀나무라 하지 않고 그냥 ‘멀꿀’이다.

자생지에서는 ‘멍’ 또는 ‘멍줄’이라고도 부른다. 열매 맛이 ‘꿀’같아서 생긴 이름이라 하고, 입안에 넣는 순간 그 달콤함으로 인해 ‘멍’해질 정도라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도 하니 익살스럽다.

암수한그루이며, 줄기는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는 습성이 있다. 잎은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손꼴겹잎(掌狀葉: 단풍나무, 으름덩굴처럼 잎자루 끝에 작은 잎들이 손바닥 모양으로 붙어 있는 것)이며, 만져보면 두껍고 반질거린다. 마침 청미래덩굴 새순의 질감과 색감이다.

같은 과의 으름덩굴은 가을에 잎이 지지만 멀꿀은 겨울에도 푸르다. 성숙한 으름열매(갈색)는 속살을 드러내며 헤벌어지는데, 멀꿀의 열매(적자색)는 다 익어도 벌어지지 않는다.


으름이 바나나처럼 생겼다면 멀꿀은 모과처럼 둥그스레하여 다르다. 과육은 희고 달며, 씨는 검고 쓰고 아리다.

일본에서는 ‘장수를 상징하는 나무’란 뜻으로 「장명수(長命樹)」라 하며, 한자명 「야목과(野木瓜)」는 효능보다는 열매모양이 ‘모과(木瓜)’와 유사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칠저매등(七姐妹藤)」, 「칠엽련:(七葉蓮)」 역시 멀꿀의 소엽이 보통 석장에서 다섯 장, 많게는 일곱 장인 것에서 빚은 이름이며, 「목통칠엽련(木通七葉蓮)」에서의 ‘목통’은 줄기의 속이 비어 있고 소변을 잘 통하게 하는 약효에 잇닿아 있다. 주지하듯 덩굴식물은 거개 이뇨작용에 공효가 있다.

『멀꿀』은 또한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기후변화로 인해 계절활동, 분포 및 개체군의 크기변화가 뚜렷하거나 그럴 것으로 예상되어 지속적인 조사ㆍ관리가 필요한 생물종) 100종의 하나이며 환경부 권장 식재수종이기도 하다.

◀멀꿀열매
최근 전라남도가 도내 비교우위 특산자원을 활용한 산업화사업의 하나로 ‘멀꿀 열매 연구’를 통해 국가공인시험인증서를 획득한바 있으며, 전남 고흥에서는 대량번식에 성공하여 도로변 절개지에 심었다.

향후 고부가가치 건강기능식품과 천연의약품소재 개발이 기대되며, 수형이 아름다워 정원의 아치나 울타리, 그리고 지붕을 덮지 않은 파고라에 혹 등나무를 대신하여 올릴만한 귀한 토종 덩굴나무이다. 번식은 종자, 삽목, 접목, 분주, 휘묻이가 모두 가능하다.

예로부터 한방에서는 뿌리와 줄기를 약용했다. 『멀꿀』의 맛은 달고 쓰며 성질은 차다. 함유된 성분은 사포닌(saponin), 페놀(phenol), 아미노산(amino acid) 등이며, 산어지통(散瘀止痛: 어혈을 흩고 통증을 멈춤)하고, 이뇨소종(利尿消腫: 종기를 없애고 오줌내기를 잘함)하며, 심장근육의 수축력을 증강시켜 강심(强心)하고, 인후염, 진해, 해열 등에도 유효하다. 필자가 도심전원에서 시골로 이사하던 날, 지난 15년 동안 마당에 길러온 한 그루의 『멀꿀』을 차마 두고 올 수가 없었다.

으름덩굴과 멀꿀을 아치 양쪽으로 나란히 올려 매년 오월이면 두 닮은꼴의 얽힘과 설킴을 즐겼던 것인데,

▲멀꿀꽃
지극히 여성스러운 으름덩굴과 상대적으로 매우 남성적인 멀꿀 사이를 오가던 시적 감상을 잊지 못한다. 급기야 아치를 친친 감은 웃대목은 포기하고 아랫도리를 불끈 들어서 새 터에 옮겼다.

죽은 듯 이파리를 다 떨구더니 올 봄 오월의 새 꽃떨기를 환하게 흔들어준다. 아, 안심이다.

그런데 그리움이란 또 무엇일까. 옛 멀꿀이 돌아와 지금 이러한데도 난 그 푸르던 날의 멀꿀을 서성거리며 종종 허전해하고 애틋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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