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순/취재기획국장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은 비록 13일이었지만 선거법이 워낙 요지경 속이라, 도지사와 교육감은 선거일 전 120일, 시장·도의원은 선거기간개시일 전 90일, 시의원은 법 시행일 후 17일... 각기 다른 선거일정으로 인해 후보자나 유권자나 어둡고 어지러운 미로를 빠져나온 기분이다.

이번 6·4지방선거 역시 나주의 감추어진 속살을 만천하에 드러내 헐뜯고 발목 잡고, 허물은 너에게, 공은 나에게, 폭로와 비방으로 일 삼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고약한 병치레를 해야만 했다.

우리가 이번에 치른 지방선거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결코 그래서는 안 되는 선거였다.

우리나라 지방선거 역사는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 시작됐다.

이승만 정부는 1952년 전쟁의 와중에 피난지인 임시수도 부산에서 지방선거의 실시를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국회의 간선으로 대통령이 된 이승만이 2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간선제를 통해서는 재집권이 불가능했고, 직선제 개헌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직선제 개헌을 추진할 원외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1952년 4월 25일 제1대 시·읍·면의회의원 선거, 같은 해 5월 10일 도의회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닻을 올린 지방선거는 1956년 두 번째 선거를 치른 뒤 1960년 세 번째 선거에서 시·읍·면장선거와 시·도지사 선거까지 확대 실시하게 됐다.

시·읍·면장을 주민의 직접선거로 선출함에 따라 지방의원의 무리한 청탁에 응하지 않아도 불신임결의가 쉽사리 발동될 수 없어서 임기 동안 소신껏 지방행정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재선을 위해 인기 위주의 사업에 치중하고 파행적인 재정운영으로 지방재정이 더욱 악화되었으며, 공무원 인사에서도 정실인사가 만연했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하지만 여당인 자유당은 1958년 12월 24일 장기집권을 위한 정치적 의도로 시·읍·면장 직선제를 임명제로 바꾸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소위 ‘2·4파동’을 겪으면서 가결시켜 직선제를 폐지하고 말았다.

다음 해의 3.15대통령선거에 대비하여 시·읍·면장을 여당인물로 임명하여 관권선거로 정권을 연장하려 했던 조치였다.

그러나 이 개정법에 의한 지방선거는 선거를 5개월 앞두고 일어난 4·19혁명에 의해 실시되지 못하였다.

4·19혁명에 의해 제2공화국 민주당 정권이 출범함에 따라 1960년 11월 1일 지방자치법은 본래적 의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개정, 공포되었다.

이에 따라 1960년 12월 지방의원 및 단체장 선거가 각각 주민직선제로 실시되어 한국지방자치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당시 지방의원의 선거결과의 투표율을 보면, 광역단체장 투표율이 가장 낮은 38.8%이고, 시장(54.6%), 읍장(72.7%), 면장(81.6%) 순으로 나타난 점이 특이하다.

그러나 이같은 선거결과는 1961년의 5·16군사쿠테타에 의해 전면 중단되었다. 5·16 당일 군사혁명위원회는 포고 제4호로 전국의 지방의회를 강제 해산시키고 말았던 것이다.

유신독재시대를 지나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 오랜 논란 끝에 1995년 지방선거가 35년 만에 부활했다.

그로부터 20년, 우리지역 지방자치는 제대로 가고 있는가? 이번 선거를 돌아볼 때 여전히 세력다툼이고 돈잔치고, 야합에 가깝다.

후보들의 정책적 대결은 온데간데없고, 바람몰이와 모략, 후보로부터 밥 한 끼 못 얻어먹은 사람은 바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유치하게 치러진 선거가 바로 이번 6·4지방선거였다.

이미 선거가 끝난 이 마당에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할까 마는 이제는 선거과정의 불법행위, 공직수행중의 비리행위에 대해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고공(考功)’ 조항을 두어, 목민관들의 업적을 세밀하고 자세하게 평가해 신상필벌의 원칙으로 그들을 규제할 수 있을 때만 세상은 제대로 되어진다고 강조했다.

다산시대의 임명제도와 오늘의 선거제도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산의 고공법으로 일률적인 규제는 어려우니 선거를 통해 당선되는 고위공직자를 평가하고 규제하는 타당한 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다산은 1년에 두 차례, 6월15일과 12월15일에 업적을 9등급으로 평가하자고 했다.

상·중·하 3등급에 각각 3등으로 매겨 상상·상중·상하, 중상·중중·중하, 하상·하중·하하를 매겨 하하는 당연히 퇴출시키고 상상이야 마땅히 포상 받게 한다는 것이다.

그때의 방법을 그대로야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부디 앞으로라도 선거직 공직자 퇴출제도를 만들어 조금이라도 깨끗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꿈’을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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