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순 취재기획국장
지난 13일은 문열공 김천일 선생이 임진왜란을 당하자 전국에서 최초로 의병을 일으키고 망화루에서 창의기병한 지 422년째 되는 날이었다.

이를 기념해 정렬사에서 추모제향이 엄수됐다. 행사를 지켜보다가 얼마전 한 단체가 주도하는 밴드(BAND)에 올려진 사진이 생각나 급히 열어 보았다.

6·4지방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후보자들 사이에 비방과 폭로로 불꽃 튀기던 그 즈음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됐다.

임성훈 후보가 공식선거운동 첫 날 정렬사 참배를 하면서 신발을 신고 절을 하는 장면이었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무식하다느니, 저런 사람이 시장이라면 나주는 세월호라느니, 밥상머리교육이 안되었다느니 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그런데 13일 정렬사 추모제향에서 제례를 봉행하는 헌관이며 집사들이 모두 가죽신발을 신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현장에서 관계자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확인한 결과 당시 임 후보는 정렬사에서 참배객들에게 의전용으로 내 준 신발을 신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걸 두고 ‘서울도 안 가본 사람들이 남대문에 문턱이 있네, 없네 큰 소리 친다’고 하나보다 싶어서 불편함을 무릅쓰고 정렬사 추모제향 당시의 사진 몇 장과 함께 임 후보가 신었던 신발의 정체를 알려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저지른 비난과 비판에 대해 반성하는 반응을 보인 반면, 소위 시민활동가로 잔뼈가 굵은 몇몇 사람들은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통 제례의식에서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느니, 팩트를 확인해 봐야 한다느니, 다른 사람들은 다들 신발을 벗었는데 왜 임 후보만 신발을 신었냐느니...

결국 한 사람이 정렬사 관계자의 설명을 빌어 그것이 정렬사에서 제공한 공식 의전용 신발임을 확인시켜 준 다음에야 단체 리더가 후보자의 사소한 문제까지 시비를 삼았던 것이 잘못이었음을 인정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그것마저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들이 조롱을 합리화 했다면 그들은 끝까지 기본도 안 된 시장에게 지난 4년의 시정을 맡겼다고 아쉬워 했을 것이 아닌가.

지난 십수 년 동안 나주사회를 움직여 온 소위 시민운동가들을 보면서 마치 ‘동굴의 우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플라톤은 인간이 동굴 속 의자에 결박된 채 자신의 앞에 있는 동굴 벽과 모닥불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그 것이 실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다 결박에서 풀려나 모닥불을 보고 또 동굴 밖의 태양을 보면서 자신이 봐 왔던 사물이 결국은 모닥불과 태양빛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베이컨이 말하는 동굴의 우상은 보다 현실적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이 절대적인 진리인 듯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베이컨의 동굴의 우상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 등장하는 결박된 사람이 품고 있는 세계에 대한 생각들이다.

그리고 동굴의 우상에 사로잡힌 사람이나 동굴의 비유에 등장하는 결박된 사람이나 모두 세계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플라톤과 베이컨은 동굴의 우상을 극복해야만 세계의 참된 모습을 알 수 있게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개인에 그칠 때는 문제가 없지만 다원화 된 사회에서 사회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동굴의 우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면서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때 불행과 불화, 불신은 시작되는 것이며,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지만 펴야 할 때 펴지 않으면 중대한 장애가 되고 마는 것이다.

6·4지방선거를 끝내자마자 또 다시 7·30 국회의원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나주사회는 현재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불안하고 조바심 나는 상태에 놓여있다.

이럴 때 적어도 지역사회를 이끌어 가는 책임 있는 사람들이라면 현상을 바로 보고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혜안을 회복하길 기대한다.

배기운 국회의원이 낙마는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소식이다. 하지만 사법적 판단에 의해 그의 혐의는 분명해졌으며 그에 합당한 정죄를 받았다.

그리고 미래산단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임성훈 시장을 비롯한 17명이 기소된 이번 재판에서 과연 사법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지 나주사회는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나주 시민사회는 이미 지난 지방선거에서 그에게 유죄판결을 내렸고 낙선으로 정죄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법부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만약 무죄판결이 난다면 그들은 또 다른 ‘팩트’를 찾을 것인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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