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에서는 무소속 강풍이 휘몰아쳤지만, 나주에서는 강풍이 미풍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 시장 선거에서는 ‘무식한 놈’과 ‘도둑놈’ 등의 흑색선전과 미래 산단 부조리 문제, 중앙당의 경선과 무소속 출마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이 등장해 그 결과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역시 시민들의 판단은 매서웠다. 새정치민주연합에게 한번 기회를 주겠다는 표심이 집결되어 승패가 갈렸고, 당선자와 낙선자를 추려냈다.

전국의 선거 판세와 결과가 그랬다. 유래 없는 치열성을 보인 선거에서 국민들은 균형을 절묘하게 잡아 승자도 패자도 없는 선거 결과를 보여주었다. 국민의 판단은 역시 정확하고 냉철했다.

예전에 한 대기업 총수가 “한국 국민은 1등이고, 기업은 2등이며, 정치는 3등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그 말의 진심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지는 지방선거를 치렀다.

선거전이 치열·과열·혼탁할수록 그 후유증은 그 만큼 더 크다. 인친 관계를 떠나 감정의 날을 세우고, 이윽고 반감의 정도를 넘어 불신과 배척의 악감정을 갖고 등을 돌리게 된다.

선거의 승자와 패자가 양분되어 시기 견제한다면 이것도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손실일 것이다. 후임자가 전임자의 사업을 잇지 않고 전면 부정한다면 결국 시민들의 혈세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더구나 선거가 끝나면 인사의 논공행상이라는 숙제가 남아 당선자의 발목을 잡는다.

선거를 도운 지지자들에게 자리와 응분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니 일종의 새로운 헤게모니 다툼도 내부에서 발생한다. 이것을 잘 조정하지 않으면 당선자는 새로운 족쇄를 차게 된다.

새로운 발걸음에 짐이 된다.

단체장이 바뀌면 인사 태풍이 불기 마련이다.

그런데 자리는 언제나 한정돼 있고,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은 새롭게 넘쳐나기 때문에 논란이 생겨난다. 그래서 선거 끝나면 위인설관(爲人設官) 논란이 일어난다.

불요불급한 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면 시민 예산이 더 들어간다.

그러던 차에 또 우리 지역에서는 새로운 분열의 씨앗이 발아하기 시작했다.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 당선 무효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것이다.

이에 따라 7.30 재보선 대상 지역구로 우리 나주가 다시 선거판에 휘말리게 됐다.

국회의원을 다시 뽑는 일은 지역의 정치적 추동력을 얻는 일이고, 의원직 상실로 지역 발전은 더뎌지고, 더 많은 지역 발전 역량이 낭비된다. 거기다가 이번에 서로 갈등을 일으킨 선거 세력이 서로 사분오열되어 또 난타전을 벌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지역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이 변해야 나주가 새롭게 변화한다고 말들은 한다. 그런데 새로워져야 할 대상은 그런 정치인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 시민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이 선택한 판단이 옳고 정당한 것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시민들은 정치인들과 새롭게 당선된 지방자치 리더들을 움직이고 리드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법으로 보장된 국민 참정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의 당선을 반대한 사람들이라도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투표권자들이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장을 안아줘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먼저 관용의 모습을 보이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 정치는 변하게 된다.

서로를 보듬어 주는 치유 상생의 문화만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의 요법인 것이다. 지역이라는 전체 테두리 내에서 전체 그림을 그리려면 곳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소통하지 않고는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문제의 발견이 어려운 것이다.

지금 시장 인수위원회에 바란다. 먼저 우리 지역 갈등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위해 시민들을 만나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소통을 위해 먼저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지혜를 발휘하라는 것이다.

하나 되는 상생의 지역 리더십 위에 새로운 지역 발전을 위해 부단히 개혁하고 새로워져야 한다.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시민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한 정책 개발과 실천, 그리고 중단 없는 조직 개편과 활력 불어넣기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지역민들이 시정에 자긍심을 갖도록 만들어주어야 하며, 시민들이 지역 발전의 주역으로 나서도록 등을 떠밀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책임과 권한으로 지방자치 단체장들이 솔선수범해야 하는 것이다. 협치와 소통이 다시 한 번 강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시민이 우선되는 ‘인간 중심의 정치와 리더십’이 우리에게 절실한 것이다. 새로운 지역 리더들이 이 점 너무도 잘 실천해주리라 우리 시민들은 믿고 있다.

이제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선거의 과정에서 발생한 지역민들의 불신과 반목을 치유하고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여 지역 발전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은 새로운 출발에 박수를 보내고, 낙선자들의 등을 쓰다듬어주어야 한다. 인간 사회에서는 영원한 패자도 없고, 영원한 승자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