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순 취재기획국장
“오늘 우리가 선조들을 기렸듯이, 훗날 후손들이 오늘의 우리를 기리게 합시다. 저는 전남의 융성을 위해 제 영혼까지도 바치겠습니다.”

1일 오후 전남도청 김대중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영혼을 바치겠다’는 표현으로 도정에 첫발을 내딛는 각오를 다졌다.

강인규 나주시장도 이날 오전 나주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시민 여러분은 ‘나주호’라는 큰 배의 선장이고 저는 항해사이고 조타수입니다.”라는 말로 민선6기 시정의 주인은 시민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같은 각오들이 첫 취임의 설렘에서 오는 자아도취적인 선언에 그칠 것인지, 임기 내내 자아성찰을 위한 ‘참말’이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지만, 왠지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민선6대 시장에 취임한 강인규 시장은 선거과정에서 당의 공천으로 힘을 얻었고, 지역에서 막강한 조직력을 행사하는 신정훈 전 시장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그러다 보니 인수위원회 구성원이 신 전 시장의 오른팔, 왼팔, 수뇌부 역할을 하던 사람들로 구성이 됐고, 그 결과물로 민선6기 시정목표와 시정방침이 만들어졌다.

그 것까지는 좋다고 하자. 하지만 강 시장이 취임 하자마자 단행한 인사는 과연 강 시장이 자주적으로 시정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인지 의심스러운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나주시 행정의 가장 실무적인 부서라고 할 수 있는 안정행정과장에 민선3, 4기 신정훈 전 시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신 모 과장을 발령했다. 인사팀장과 비서실장도 강 시장과 공교롭게도 성 씨가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전임자들이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 선거에 개입을 했다는 정황이 있어서 급히 바꾼 것인지 따져볼 일이지만, 7·30국회의원 재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실무부서 과장부터 교체한 데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의도가 선명해 보인다.

조선 건국의 이념적 기틀을 세운 정도전(1342∼1398)은 말했다.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위협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지모로써 속일 수 없다. 그들의 마음을 얻으면 따르게 되고, 얻지 못하면 떠나가게 되니, 떠나가고 따르는 사이에 털끝도 용납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왕이 절대권력을 갖고 다스리던 왕조시대에도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백성은 그 임금을 버리고 떠나간다고 했다.

그 떠나간 백성들의 마음을 누군가 얻게 되면 백성들이 그를 따라간다는 것.

고려가 그렇게 해서 망했고 조선이 그렇게 해서 새로 섰다. 조선이 건국할 수 있었던 것은 토지개혁을 통해 백성의 삶을 안정시켜서 백성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정도전이 살던 때로부터 6백 년이 지난 지금도 정도전의 이 말은 여전히 의미가 깊다. 민주주의시대에는 선거를 통해 민심이 따르고 떠나는 흐름을 알 수 있다. 그 터울이 4년이니 그리 긴 것도 아니다.

나주의 지방선거를 돌아보자.

시민의 마음이 떠나면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뀌게 되니 한 번 시민의 마음을 얻어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때 시민의 마음을 얻은 자는 계속 지키려고 노력하고, 시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자도 새로이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시민이 약하다고 힘으로 위협하고 시민이 어리석다고 계략으로 속이면 결국 그 마음을 얻지 못해 시민이 떠나가게 될 것이다.

시민이 시장이고, 시민이 시정의 주인이라는 강인규 시장의 선언이 참말이 되기 위해서는 시장 스스로 자기선언을 할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진 빚은 취임과 함께 다 내려놓아야 한다. 시장은 어느 특정 정당, 특정 정치세력에 휘둘려서는 안 되는 나주시민 전체의 권한을 위임 받았기 때문이다.

자칫 ‘인사권’은 궐밖정승 누가 행사를 하고, 시민참여라는 명분으로 정치세력화 된 특정인들이 시정을 들었다 놨다 한다면 나주시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 갈등과 분열, 반목하는 불행을 낳게 될 것이다.

지금 나주는 지방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또 국회의원을 뽑는 재선거 돌풍에 휩싸여있다.

지난 2년을 허송세월했다면 앞으로 남은 2년이라도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일꾼을 뽑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주의 정치인들이 힘과 계략이 아닌 진정성 있는 정책으로 승부를 해야 할 것이다.

무엇 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강인규 시장의 강단 있는 결단과 공정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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