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인의 옥비녀를 닮은 꽃

▲비비추는 주로 산지 반그늘의 비옥하고 누기(漏氣)가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학명: Hosta longipes (Franch. & Sav.) Matsum.& 외떡잎식물강 아스파라거스목 용설란과 옥잠화속의 여러해살이풀

『비비추』의 잎 가장자리는 물결처럼 조금 쭈글쭈글한데 ‘비비’는 그 모양에서, ‘추’는 나물의 뜻인 ‘취’또는 ‘채’에서 변한 말이다.

자줏빛의 어여쁜 꽃을 피우는 비비추는 주로 산지 반그늘의 비옥하고 누기(漏氣)가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키는 30~50cm 정도로 소담한데, 지표면에 주걱 모양의 연두색 넓은 잎들로 포기를 이루고 있어 우거진 여름 숲에서도 눈에 잘 띈다.

비비추류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원산지로 지구상에 약 70종이 분포한다. 「좀비비추」,「흰좀비비추」,「참비비추」, 「일월비비추」 등 우리나라에는 10여종이 분포한다.

비비추는 어린잎을 데친 후‘비벼서’ 나물로도 먹지만, 백합과답게 자태가 고아 정원 이곳저곳에 관상용으로 심기 딱 좋은 야생화다.

정원의 초화류는 무엇보다 키가 크지 않아야하고 흔하면 싱겁다. 식물의 모양이나 꽃빛, 키, 번식력 등을

▲비비추
잘 알아 정원을 짜임새 있고 조화롭게 구성하는 일이란 쉽지 않다.

지형이나 지대, 지질, 일조량 등 생태환경을 따져주고, 먼저 심고 나중 심어서 계절에 따라 색색이 변하는 개화의 맛을 보려면 더 많은 경험을 요구한다.

정원은 도시를 탈출한 귀촌인들의 꿈이다. 평생 풀 한포기 맘껏 가꾸어보지 못한 손이 텃밭과 화단에 한번 놓이면 세끼 때를 잊고 날 저무는 줄 모른다.

필자가 시골에 나와 들판을 바라보면서 농부들의 날라운 손에 반하고 놀라운 허리에 감복했다.

뭘 좀 안다싶은 나 같은 풀쟁이가 도통 절기에 따른 곡식과 채소를 모르니 어찌하랴. 오만 연장을 다 사서 농부흉내를 내고, 노인들에게 길손처럼 다가가 꼬질꼬질 캐묻기도 한다.

자연과 인간이 합심하여 옥외에 합작한 조경이야말로 또 다른 환경미술· 대지미술· 설치미술이다. 드넓은 대지를 일구는 농부의 손은 그래서 자연예술가의 손이다.

쟁기질을 마친 산비알의 검붉은 밭으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써레질을 끝낸 맑은 논바닥에 오월의 고단한 새벽하늘이 깃든다.

잠꾸러기 도시인들이 부스스 차를 모는 신작로 가에도 어느새 초록 융단을 깔아 일거에 대지의 풍광을 바꾸는 붓질은 압권이다. 농부들의 캔버스, 논밭은 과시 사시를 배경으로 펼치는 시간예술이자 공간예술의 결정이다. 청보리밭길을 걸어 이라이라 소를 모는 목가적인 풍경화도 일찌감치 농부들이 걸어놓은 명작들 아닌가!

▲옥비녀 모양을 닮은 옥잠화
치마폭에 감춘 바우머리 샛서방에게/바우 벽에 붙어 그 속 다 아는 달팽이에게/꽃대 시퍼런 기둥서방 낮잠 자는 바지춤에/꽃미소 잃은 가련한 이웃 아짐 산나리에게/그리고 또 벌 바람 버러지에게도/해 달 별에게도/거기 사는 우리 서방 상투꼭지에도/옥비녀 하나 눈보라 한 섬  - 졸시 「옥잠화」 전문

뜰에 비비추도 심고 옥잠화도 피우면서 홀로 앉아보았던 시다. 옥잠화는 중국원산으로 꽃이 크고 희며, 잎이 넓고 생명력도 좋아서 화단에 즐겨 심는 화초이다.

옥잠화(玉簪花)의 꽃은 옥비녀처럼 생겼다.

넓은 잎사귀치마 위로 비를 맞은 채 함초롬 피어난 꽃은 참 여성스럽다.

비비추의 생약명은 「자옥잠(紫玉簪)」이라 하며, 성미는 달고 서늘하다.

안덕균의 《한국본초도감》에서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옥잠화, 비비추, 좀비비추, 일월비비추, 주걱비비추의 꽃, 잎, 뿌리에 대해 ‘약성이 서늘해서 인후염에 쓰고, 열이 있으면서 소변을 잘 못 보는 증상에 쓰인다.

창독과 화상에는 짓찧어 붙인다’고 하였다.

또 화상에 잎을 찧어 참기름에 2개월간 담갔다가 창상 면에 하루 2회씩 바르자 5~10일 후 완쾌되었다는 임상보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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