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박물관을 만나다

▲전숙
/시인, 나주 금안보건진료소장
관람객과 소통하는 미래형박물관을 지향하는 국립나주박물관은(이하 박물관)국립박물관 중 최초로 수장고를 개방하였다.

영산강유역의 고분문화를 중점적으로 수집, 보존, 전시할 목적으로 문을 연 박물관은 자연과 유적 속에서 느림과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강과 함께 흘러온 오랜 역사의 향기를 음미하며 옛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하는 공간인 것이다. 슬로시티 나주에 걸 맞는 박물관이 세워진 것에 나주인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하다.

박물관은 1층과 지하1층으로 설계되어 있다. 1층에 있는 제1전시실은 중앙홀 왼쪽에 입구가 있다.
‘-역사의 여명, -마한의 형성, -영산강 유역의 고분문화, -강의 길, 바다의 길’ 의 4가지 존으로 전시 공간이 연결되어있다. 지하1층에 있는 제2전시실은 ‘고고학의 세계’와 ‘수장전시’ 공간으로 나뉜다.

고고학의 세계는 과거 인류가 남겨 놓은 흔적을 통해 당시의 사회와 문화를 연구하는 고고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유적에 대한 발굴조사과정을 알아보는 공간이다.

영암 자라봉, 고분 토층 단면을 볼 수 있으며 한국의 고분 문화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수장전시는 발굴, 기증, 구입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박물관에 입수된 문화재들의 관리, 보관되는 수장고를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체험공간이다. 또한 문화재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문화재의 보존처리, 과학적인 분석, 문화재 등록과 검색 과정도 체험적 전시를 통해 경험해 볼 수 있다.

한반도의 인류역사는 70만 년 전까지 추정된다. 경기도 연천의 전곡리유적의 지하 6m에서 출토된 석기층이 일본학자들에 의해 30만년~35만 년 전으로 연대가 측정되었다고 한다.

이는 유럽의 네안데르탈인보다 앞선 시기라 한다. 아무튼 까마득한 옛날에 네 발로 기던 우리의 조상이 몸을 일으켜 앞발이 손이 되고, 손이 생긴 구석기시대인들은 돌의 모서리를 떼어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뗀석기’의 시작이다. 제1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나주 용호구석기유적에서 수습된 뗀석기가 우리를 맞이한다.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다가 서늘해진다.

수만 년 전 비 맞는 원숭이와 다름없던 나의 수천 대 할아버지는 뗀석기로 사냥감을 해체하면서 아폴로11호 달 착륙의 환희를 맛보았으리라.

신석기시대의 유물전시목록에는 조와 기장 같은 씨앗이 있다. 씨앗을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씨앗의 강에는 이쪽과 저쪽의 양안에서 선조와 후손으로 갈리며 동류의 뜨거운 애착이 흐른다.

한 알의 씨앗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강이 흐른다.

견뎌왔던 것, 견디고 있는 것, 견뎌내야 할 흙탕물과 누려야할 복락의 생수가 함께 흐른다. 억센 껍질을 부드럽게 갈았던 갈판과 갈돌이 나란하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서 기장의 껍질을 벗기는 나의 할머니를 추억한다. 다람쥐처럼 도토리를 저장해 겨울을 건넜던 신석기인들, 그 시절에 벌써 일본과 왕래가 있었던지 일본규수지역에서만 나온다는 흑요석의 뗀석기가 우리 유적지와 일본 유적지에서 같이 발견되고 있단다.

한반도 전역에서 발견되는 신석기토기인 빗살무늬토기를 들여다본다.

인류는 타고난 예술가다. 토기를 빗자마자 빗살무늬를 넣고 여러 디자인을 시도한다. 조가비팔찌로 멋을 부리고 뼈로 바늘을 만들어 옷을 지어 입고 농사를 시작하고 움막을 지어 정착을 하고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았다.

‘김병만표’ 신석기 시대가 방송에서 한창 인기다. 구경하는 재미로 그들의 눈물맛을 알까마는 그때의 족장도 김병만처럼 부족의 안위와 입성과 먹이는 일에 총력을 기울였으리라.

아마도 ‘平和’라는 단어가 그때 태어났으리라. 쌀이 모든 목구멍으로 고루 들어가야 평화가 온다는데, 수천 계단으로 나뉜 현대의 차별화된 분배방식으로 평화를 유지하기란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일 터. 지구촌에 전쟁이 끊임없는 이유일 것이다.

고대의 유적들이 발견된 지명에는 곡(谷)자가 들어있는 게 많다. 전곡, 군곡, 운곡....... 골짜기에 옹기종기 모여 살던 선사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전시해둔 모형들을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나도 신석기 시대로 안착한 기분이다. 해변에 서서 조개껍질을 꿰어 목에 걸어본다.

동물의 뼈를 만져 오늘의 운수를 점쳐본다.

해남군곡리 조개무지는 철기시대 유물이다. 패총을 수직으로 잘라서 원판을 전시했다. 기원전에서 기원후로 넘어가는 약 오백여년의 시기가 역사책처럼 오롯이 보존되었다.

중국의 화폐인 화천이 나오고 쌀, 밀 같은 씨앗이 보이고 조개 사이사이에 질그릇과 철기 부스러기, 석기, 점뼈, 짐승뼈.......들이 옹기종기 섞여있다. 하나하나 더듬어 보물을 찾듯이 오백년의 시간이 잠들어 있는 패총을 음미해본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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