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선 논설위원
요즘은 뭔가 신명나는 일이 없나? 찾아다니는 일상이다.

세월호 특별법의 국회통과가 되지 않아 정치는 경색되어 있다. 40여 일 이상 세월호 희생자 아버지가 단식을 하고 있다.

대통령의 불통 정치도 그렇거니와 야당인 새정치 민주연합도 7.30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후 표류하고 있다. 윤일병 사건으로 드러난 우리 군대 내부의 폭력과 무질서가 도를 넘고 있다.

정부가 쌀시장 전면 개방을 발표하면서 농민들의 만발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경기 침체에 빠지면서 지역 중소기업들의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가장 어렵고 힘겨운 땅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많은 이들이 진심이 담긴 선물을 건넸다.

유족들과 수백 km 도보 행진을 함께 한 세월호 십자가, 위안부 할머니가 그린 ‘못다핀 꽃’, 장애인이 발로 접은 종이학, 3개월간 손으로 일일이 자수를 놓아 완성한 교황의 초상화. 그리고 방한 내내 달고 다녔던 노란 리본까지. 우리 한국인들에게 크나큰 마음의 선물을 제시하고 돌아갔다.

방문한 큰 목적은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참석과 한국 가톨릭 순교자 124위의 시복식 집전이었다. 그러나 정작 우리를 감동시킨 일은 가난한 이웃과 함께 하는 진정성이었다.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와 장애인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가만가만 그들의 마음을 토닥였다.

그야말로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며, 그렇게 살아가기를 말없이 주문하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복해지기 위한 10가지 지침이 번역되어 전해지고 있다.

자신의 인생을 살고 타인의 인생도 존중하라. 타인의 말에 귀 기울여라.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라. 소비주의에 빠지지 말라. 주말은 가족을 위해 보내라. 타인을 험담하지 말라. 타인을 개종하려 들지 말라. 전쟁을 지양하고 평화를 추구하라. 젊은이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라. 환경 보전에 힘써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렇게 말과 행동으로 본을 보여주고 돌아갔다.

낮은 자세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그 모습은 우리를 향한 큰 가르침이 되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라는 생소한 운동에 동참하는 사회 지도층들과 일반 시민들의 릴레이가 계속되어 이것도 조금은 우리 마음에 숨통을 트이게 한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 혹은 ALS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사회 운동으로, 한 사람이 머리에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미국의 ALS 협회에 기부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있다. 2014년 여름에 시작된 이 운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격히 퍼져나가 하나의 유행이 되었다.

이 운동의 방식은 참가자가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시작된다. 참가자는 우선 동영상을 통해 이 도전을 받을 세 명의 사람을 지목하고, 24시간 내에 이 도전을 받아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10달러를 기부하든지 100달러를 미국 ALS 협회에 기부하든지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그 후 참가자가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간단한 방식이다. 훈훈한 릴레이가 정치 지도자, 연예인 등을 거쳐 일반인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운동이 세월호 특별법 국회통과라는 국가적 이슈와 명분으로 이어져가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일들 빼고는 전부 어둡고 힘겨운 뉴스 일색의 대한민국이다. 아니다. 필자가 모든 일들을 어둡고 힘겹게 느끼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현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판단이 현상을 변화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히려 어렵다고 생각될 때, 더 중요해지는 것이 긍정적 마인드이다.

이번 추석은 모든 국민들이 힘겹고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희망과 긍정의 만남이 되고, 서로 소통하고, 위해주는 그런 따뜻한 가족애와 향토애를 보여주어야 하겠다.

우리 나주 향우들을 정겹게 맞이하고 추석을 추석답게 보낼 수 없는 분들과는 사랑을 나누는 한가위가 되어야 하겠다. 벌초, 운송 대책, 추석상 차림, 고향 공동체 행사 등을 위한 지원에 나주시는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따뜻한 한가위를 위한 소외 계층 지원책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서 나주가 잊히지 않는 정겹고 다정한 고장이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추석은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다.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추석에는 좋은 일들이 많을 것이라는 기원을 하는 날이다.

힘들다면 더 좋고 기쁜 일들이 많기를, 좋은 일들이 많다면 대보름달처럼 그 좋은 일들이 커지기를 가족과 동네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를 성원하고, 서로를 위해 천지신명께 기도하는 날이다. 그득한 가을걷이로 마음과 몸이 모두 든든해지는 날이다.

그런 든든하고 아름다운 가절, 추석을 보내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야 한다. 나주에서 보내는 추석이 다른 어떤 고장보다 더 따뜻하길 대보름달을 보며 기원해본다. 좋은 일이 많은 풍성한 한해를 기원해본다.

나주 사람들의 마음속 갈등을 해소하고 너그럽고 여유로운 가을이 계속되길 기원해본다. 해묵은 고통과 근심을 버리고 신명나는 한가위가 되기를 빌어보는 것이다.

전남타임스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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