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음자/나주시 대호동
“글을 배웠다고 협동조합에서 내 이름을 쓰라고 하기에 자신 있게 썼네요.”
“나도 그럽디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성님들이 너무 고마워서,

“아이고 성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했더니
“우리가 감사하지, 선생님이 감사해요?”

이렇게 성님들께 핀잔을 받았지만 감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한글을 배워 이름 석 자를 똑똑히 쓸 수 있다고 좋아 하시는 성님들의 모습이 나를 행복하게 했답니다.
교사로서 정년퇴임을 한지가 7년이 지났지만 아이들이 있는 교실이 그립습니다.

학교 앞을 지나가노라면 교문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운동장을 기웃거립니다. 그뿐 아니라 ‘선생님’ 하고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내 귀에 울린답니다.

그런데 나주시 노인복지회관에서 ‘문화교실’ 을 운영하는데 한글 교사로 일하게 되었답니다. 가르칠 수 있는 교실이 있고 제자들과 함께 산다는 것이 기쁨입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의 나이는 76세로부터 86세까지 입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을 ‘성님’ 하고 부른답니다. 굳은 살 박힌 손으로 잡은 연필은 떨리며 글자를 30분만 써도 눈은 침침해진답니다.

그래도 열심히 공부하는 성님들이 너무 예쁘고 존경스럽습니다.

집에서 20분을 걸어 버스를 탑니다. 버스에서 내려 20분을 걷노라면 한글교실이 열리는 나주시 문평면 남산마을회관이 있습니다.

나는 오늘도 교실문은 활짝 열고 즐거운 마음으로 제자들 앞에 섰습니다.

“선생님, 매를 들고 탕탕 때려야 하는데. 그저 잘 한다고만 하니 공부가 되어야지.”
“성님, 매를 때리면 폭력교사로 세상은 시끄러워집니다. 삶을 함께 나누며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공부랍니다. 한글 배워서 공무원 시험이라도 보시겠어요?”
“하하하!”

오늘도 공부방은 웃음으로 가득합니다. 어제는 무안 성님이, 오늘은 함풍 성님이 가져온 먹을거리로 행복이 넘치는 남산마을입니다.

그리고 내가 성님들께 받은 사랑을 여기에 적어볼까요? 콩 한 주먹, 싱싱한 상추, 양파, 마늘, 보리쌀 한 되, 포도 한 송이, 몇 개의 찐 감자... 이것도 모자라 금년 5월 15일 스승의 날에는 촌지를 받았습니다.

“성님, 이러면 안돼요. 정말 안돼욧!”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며 손사래를 쳤지만.
“아따, 시끄럽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받으시오.”

나보다 더 큰 소리를 치시는 성님들을 이기지 못하여 현직에 있을 때에도 받지 않았던 돈 봉투를 받았습니다. 성님들보다 훨씬 나이가 어리고 부족한 나를 선생으로 따라주시며 스승의 날을 기억하시는 성님들이 계시기에 나는 행복한 교사입니다.

늘 건강하세요. 많이많이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성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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