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처럼 아름다운 열매

/김진수 회장 /전남들꽃연구회
학명: Callicarpa japonica Thunberg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마편초과의 낙엽관목

 

 

『작살나무』의 속명 ‘캘리카파(Callicarpa)’는 그리스어로 아름답다는 뜻의 ‘캘로스(callos)’와 열매라는 뜻의 ‘카포스(carpos)’의 합성어로 열매가 아름답다는 뜻이다.

한자이름 ‘자주(紫珠)’나 북미 남부산의 작살나무속 관목을 총칭한 ‘Beauty Berry’도 열매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이름 ‘작살나무’는 줄기의 맨 끝에 돋아난 겨울눈과 이것의 양쪽으로 뻗은 두 가닥의 잎줄기를 짧게 자르면 마치 삼지창모양이 되는데 이 부분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예쁜 열매를 달고 있는 키 작은(2~3m) 나무의 호칭으로는 조금 과한 듯싶지만 부르기는 재미있다.

여름부터 꽃이 피어 10월경에 결실하는 『작살나무』는 산기슭 낙엽활엽수와 침엽수가 혼재해 있는 혼합림을 좋아하며 수림이 비어있는 곳에 개척자종으로 들어가 산다. 속명에서 보았듯 과연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이 나무의 열매이다.

광채가 나는 파스텔톤의 구슬다발을 꺾어 목에 걸고 싶을 만큼 영롱하다.

▲새비나무

그러므로 작살나무는 세상의 곱던 풀꽃과 색색의 나뭇잎들이 모두 사라진 뒤꼍, 을씨년스런 늦가을을 타고 더욱 사랑받는 나무이다.

꽃을 바랄 수 없는 계절의 아쉬움을 달래며 외로이 산길을 걷노라면, 빨간 청미래덩굴이나 까만 댕댕이덩굴도 무춤 반갑다.

그러나 저 작살나무를 지날 때면 필경에 가던 걸음을 멈추게 된다. 지나치는 눈인사만으로는 부족하다.

작살나무의 꽃말이 ‘총명’인 이유도 필시 이 열매의 이미지에 잇닿아있을 터, 자줏빛 또는 남보랏빛의 예사롭지 않은 색감으로 ‘보석의 욕심’을 자극한다.

진주알 같은 열매나무든 작살처럼 생긴 줄기나무든 우리 인간 삶의 거처와 가깝게 자리 잡은 생태도 기특하다.

▲작살나무 잎
초목들의 축제기간인 봄부터 초가을까지는 잘난 나무들 틈에 끼어 조용하다가 때마침 텅 빈 광장에 홀로 모습을 드러내는 몸가짐도 조신하고, 보랏빛 립스틱으로 미소 짓는 상상의 비주얼은 드문 미인을 만난 듯 달콤하다.

우리나라에는 잎줄기에 털이 없는 「민작살나무」, 흰 열매가 맺는 「흰작살나무」, 잎과 꽃이삭이 큰

「왕작살나무」 등이 자란다. 작살나무와 비슷한 것으로는「좀작살나무」와 「새비나무」가 있다.
개나리처럼 기부에서 여러 갈래로 자라나 상부가 휘우듬 기우는 좀작살나무는 작살나무에 비해 키가 작고 잎과 열매도 작아 울타리용으로 흔히 심는다.

새비나무 역시 수형이 매우 비슷한데, 잎의 표면에 별모양의 털이 나있고(‘털작살나무’라고도 부른다.), 꽃가지가 잎새 아래로 쳐진 듯 피며, 주로 남해안이나 섬지방에 분포한다는 차이가 있다.

『작살나무』의 잎을 ‘자주(紫珠)’라 하여 약으로 쓴다. 성미는 쓰고 평하며 활혈지혈(活血止血)하고 제열해독(除熱解毒)한다. 따라서 각혈, 토혈, 육혈, 대변출혈, 자궁출혈 등에 유효하며, 종기를 비롯한 인후염, 편도선염, 폐렴, 기관지염 같은 호흡기감염질환에도 효능이 입증되었다.

약리실험에서 혈소판 증가, 출혈시간 단축의 반응이 나타났으며 황색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등에 대한 항균작용도 밝혀졌다.

늦가을의 숲은 스산하다.

여름내 짓무르던 초록도 아우성치던 오색단풍도 모두 사라져버리면 해월의 산과 들은 쭉정이만 남아 우리들 가슴을 텅 비게 한다.

인생의 늦가을도 그만하리라.

◀좀작살나무 열매

삶이 마른 풀처럼 가볍더라도 가슴속 여윈 열매들을 어루만지며 아득히 눈보라를 견뎌내야 한다. 자식이고 재산이며 추억이고 사랑인 것들이 다 뿌리고 꽃이며 열매이다.

이 가을, 보석 같은 열매를 목에 걸고 제가끔 훈장처럼 겨울을 채비하는 키 작은 작살나무들 오래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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