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준선 논설위원
어려운 경제난을 실감하지 못하는 국빈은 이제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서민들의 경제 파탄 때문에 서민들의 삶의 고통의 끌도 깊어지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가장 기본적인 생활자금마저 없이 겨울을 나야하는 혹심한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 인심이 흉흉하고 조그마한 일에도 계층 간 사회 단위 간 개인 간의 불신과 갈등이 조장되고 있다.

농촌 현실은 더 암담하다. 농자재 가격은 오르고 농산물 값은 제자리에다가 빚 이자는 늘어나고 열악한 교육 환경에 낮은 소득 때문에 농촌은 더욱 고령화되고 있다.

경제위기-투자위축-실업사태-서민경제의 파탄-소비 억제가 고리에 고리를 물고 악순환을 계속하는 경제 위기이다.

여기에 정치권부패와 정부의 실정(失政),위화감과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인사정책, 귀족 정권의 거듭된 부도덕 때문에 국가적인 소모와 지체가 계속되고 있다. 도대체 국정의 발전이라는 것이 보류되고 후퇴하고 있는 지경이다.

국민의 모두의 삶이 위태롭고 불안하다. 위기 한국의 총체적인 불안이다. 도대체 어이서부터 문제를 풀어야지 모르는 혼란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어려울수록 나누자

우리 민족은 공동체적 운명 의식을 지니고 있다. 지금도 남아 있는 농촌 문화 중에서 공조 공동작업의 문화인 품앗이는 노동력을 교환하여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는 농사철에 서로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불문율이없다.

품앗이가 소수의 개인 간의 노동 나누기라면 두래는 대규모의 공동 작업을 함께 하면서 노동력을 나누는 공동 문화였다.

온 동네의 동민이 모두 참여하여 모심기와, 보리풀, 나락베기, 나락 들이기, 타작 등을 했다.

우리 농촌의 전통적인 공조 문화가 기계화, 품앗이나 두레는 농촌 마을의 농사 능률을 올리는 실효성보다는 인간적 유대를 통해 마을의번영과 안녕을 기도 하는 정신적인 효율성이 더 컸다.

상부상조하는 복지 문화도 우리 전통 속에 있었다.

마을 안에 중병을 앓거나 불구자, 과부 그리고 상중에 있는 사람의 농사를 같은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지어주는 불문율도 있었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어려운 사정에 처한 사람 이 외에도 졸지에 농사의 적기를 놓치는 불행한 일을 당한 사람도 공존의 혜택을 받았다.

이것이 마을 단위의 상호 부조 문화였다. 동네 사람들이 집을 새로 지을 때, 열 살 미만의 아이가 죽었을 때 하는 장사, 그 밖의 일에 서로를 돕고 어려움을 나누는 동계(洞契)로 서로의 고통을 나눴다.

향약(鄕約)도 있었다.

마을 사람들끼리 덕업상권(德業相勸), 과실상규(過失相規), 예속상교(禮俗相交), 환난상휼(患難相恤),의 덕목을 정하고 지켜나갔다. 덕은 나누고, 죄는 서로 지지않고 예의는 서로 교환하고, 어려울 때 서로를 구휼하자는 전통이었다.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것

우리 조상은 무척 가나하게 살았다. 열 집에 한 집 꼴로 제 식구 먹고서 남은 양식이 있었을 뿐이라고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다. 남에게 의지하고 살아야 하는 딱한 형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요즘 도시 생활에서처럼 남의 물건을 훔친다거나 도박에 빠진다거나 사기를 친다든가 하는 범죄는 없었다. 가난해도 악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한 마을에 사는 사람끼리는 공생공존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유전질 속에 이것이 체질화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왕과 선비라는 지배계급은 서민들의 어려움을 내 몫으로 알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는 정권이란 없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조선조 명종때 명재상인 상진(尙震) 이 있었다. 그는 좀도둑질을 한자가 잡혀들면 나무라기보다 오히려 불쌍하게 여겨 “ 기한(飢寒)을 견디지 못하여 부득이한 것이라” 하고 도로 그 장물을 내주면서 말했다. ‘만약 춥고 배고프거든 나에게 와서 말을 할 것이며 다시 이런 짓은 하지 말라“ 하고 타일렀다.

그리고 친지들이 새나 짐승을 집안에 가두어놓고 완상(玩賞) 하는 것을 목격하면 반드시 놓아 보냈다.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것은 짐승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고 하였고 또 짐승을 잡아서 먹을 수 있는 것이 있어도 반드시 그것을 살려주면서 말했다.

 “어찌 산 것을 보고 차마 먹을 것을 생각하겠는가.” 지금 우리에게 이런 행정가나 정치가가 있는가? 지금 우리에게 마을의 공동 운명을 걱정하며 서로를 돕고 고통을 이겨내는 전통이 살아 있는가? 물어볼 일이다.

경제난으로 서민들이 어렵고 힘들 때 가장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다는 공무원들의 비리가 더 심하고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태만과 부패가 더 심하다.

어찌 이런 일이 있는가? 경제난에 어렵지 않은 이가 있겠는 가마는 우리 사회와 지역의 지도 세력은 더 조심하고 각성하고 절제해야 한 지역민들은 힘을 내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돕고 해결해야 한다.

어려움과 빈곤과 고통은 서로 나누어 지자. 일자리도 나누고 노동도 나누고 사랑도 나누자. 어려울수록 강인한 인내와 참을성을 발휘하고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서로 보여주자. 서로를 아끼고 감싸자. 이겨 낼 수 없는 시련은 없다.

공동체의 운명을 서로가 나눠 지는 아름다운 우리 전통을 되살려 공생공존하자. 봄날에 풀리는 얼음처럼 우리 마음속의 빗장도 풀리고 경제난의 이 고통의 겨울도 끝나기를 서로 기원하자. 힘을 합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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