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회장 /전남들꽃연구회
학명: Crataegus pinnatifida
쌍떡잎식물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활엽소교목

산사(山査)라는 이름은 ‘산(山)에서 자라는 아침(旦) 나무(木)’란 뜻이다.

숲으로 드는 산문(山門)에서부터 산사(山寺)가 굽어보이는 깊은 골짜기까지 숲에서 자라는 나무이다.

5월에 아리잠직 흰 꽃이 피고, 가을에 노랗게 물들면 잎사귀 새로 빨갛게 입술을 내미는 열매의 미소가 볼우물처럼 맑다.

열매가 해당화 같고 또 찔레나무 같은데 크기는 그 중간쯤 된다.

모두들 함박웃음 웃으며 화려한 단풍잎에 반할 때 행락에 들뜬 이들의 눈을 피해 귀여운 장신구들을 치렁거리며 저만의 가을을 즐긴다할까.

아담한 키(4~6m)에 기품 있는 미색(美色)을 갖춘 여성스러운 나무이다.

산사나무는 잎 모양이 독특하고 줄기에 가시가 나 있다.

종명 피나티피다(pinnatifida)가 잎이 깃털 모양이며 깊은 골이 있는 잎의 특징을 꺼냈다면, 속명 크라타에구스(Crataegus)는 그리스어로 힘을 뜻하는 '크라토스(kratos)'와 가시를 가졌다는 의미인 '아게인(agein)'의 합성어로, 목질이 단단하고 가시가 돋쳐있는 줄기를 들추었다.

▲산사나무의 성미는 시고 떫으며 달고 따뜻해 소화촉진작용이 있어서 소화불량, 복통 등에 탁월한 반응을 보인다.

한국이 원산지인 산사나무의 이름을 흔히 ‘아가위나무’라 부른다. 이 순수 우리이름 역시 ‘가시가 있는 나무’라는 뜻인데, 흥미롭게도 ‘아(棘)+가(棘)+외(棘)’의 3중 이음동의어에서 왔다고 한다.

산사나무를 북한에서는 ‘찔광나무’라 부른다. 우리 산야에는 같은 속의 넓은잎산사, 좁은잎산사, 가새잎산사, 털산사(잎 뒷면과 꽃자루에 밀모가 있다) 자작잎산사(잎이 갈라지지 않는다) 등이 더 있다.

숲이 삶터이지만 일조량이 좋은 곳에선 원정형의 자연스러운 수형을 유지하여 독립적이다. 싱겁게 키가 크지 않아 산 아래 정원에서 한결 야성의 것으로 다가온다.

더욱이 산사나무의 열매는 바로 우리들 일용할 식탁의 서랍 속에 상비약으로 넣어둘만한 천연소화제로서 빼어나다.

한 그루만 뜰에 자라도 연중 온 가족에게 넘치고 남는다.

산사나무의 생약명은 ‘산사자(山査子)’이다.

성미는 시고 떫으며 달고 따뜻하다.
간, 비, 위경으로 들어가 소식(消食)하고 어체(瘀滯)를 풀어준다. 즉 건위 및 소화촉진작용이 있어서 소화불량, 복통 등에 탁월한 반응을 보인다.

▲‘산에서 자라는 아침나무(旦木)’라는 뜻을 가진 산사나무
어혈을 제거하므로 타박상이나 고지혈증, 협심증, 고혈압에도 널리 응용되며, 강심작용과 혈압강하, 관상동맥혈류량촉진, 혈관확장의 약리작용이 임상 보고된 바 있다(신맛이 강한 열매이므로 위산과다, 위궤양이 있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다.).

산사자는 너무 익으면 물러지므로 붉은 빛이 들기 시작할 때 벌써 따서 썰어 말리거나 통째 쪄서 건조하는 것이 좋다. 

<물류상감지>에는 “늙은 닭의 질긴 살을 삶을 때에는 산사열매를 넣으면 쉽게 연해진다”고 적었다. 과즙은 해독작용이 있으며 숙취를 풀어준다.

귤껍질(진피)처럼 오래 묵을수록 효능이 좋아지는 열매의 성품도 그렇고, 거칠고 투박한 잎 모양도 가만 보면 그 시절‘할머니의 약손’을 빼닮았다.

배앓이 하는 손주의 배를 열고 쓱쓱 문질러주는 할머니의 따스한 물리치료와, 썩지 않고 거뭇해질 때까지 말랐다가 어느 날 아이의 닫힌 뱃속으로 들어가는 산사자의 시원한 약물효능은 서로 통하는 바가 크다.

산사나무의 꽃말은 ‘유일한 사랑’이라 한단다.

나는 ‘변함없는 사랑’이라 말하고 싶다.

풋풋한 사랑보다 쿰쿰한 사랑, 엄마 사랑보다 할머니 사랑이 더 움푹하다.

다산(多産)의 열매와 바람 잘 날 없는 시련, 고단한 손마디와 초름한 식탁으로 이어졌던 그 오랜 옛날을 떠올리면, 무릎 위에 갓난아기를 눕힌 채 이제 막 발갛게 익어 치렁거리는 아가위나무 한그루 창밖으로 바라보는 새 며느리의 그림이 고향처럼 평화롭게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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