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순   취재기획국장
지난 연말연시를 전후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청와대 십상시’ 논란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 청문회에 묻혀 사그라진 듯하다.

이완구 후보 청문회를 보면서 “아이고 저런 저런 쯧쯧쯧...” 하던 사람들도 얼마 안 있으면 또 까맣게 잊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역사는 돌고 돌아 어느 시점,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 다시 그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마련이다.

지난 연말, 한 신문에서 보도돼 세간의 화제가 된 ‘청와대 십상시 사건’은 현 정부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 아무개와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3명의 비서를 포함한 10명의 인사가 외부에서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 정보를 교류하고 청와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참으로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사건”이라고까지 하면서 “문건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 찌라시”라고 했지만 그 말을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청와대 십상시 논란을 보면서 어느 먼 나라 얘기처럼 들었던 일들이, 나주에도 십상시, 좀 더 정확하게는 ‘칠상시’가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권력의 측근에서 자기가 행사할 수 있는 것 이상의 행세를 하는 사람, 그리고 그것이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몇몇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통하는 것일 때 흔히 ‘십상시의 농단’이라는 비유를 하게 된다.

오래전 읽었던 삼국지에 등장하던 십상시(十常侍)는 중국 후한 말 영제(靈帝, 156~189) 때 조정을 장악했던 환관(宦官) 10여 명을 일컫는 말이다.

후한의 영제는 십상시에 휘둘려 나랏일을 뒷전에 둔 채 거친 행동을 일삼아 제국을 쇠퇴시켜 결국 망하게 한 인물로 유명하다. 한마디로 십상시의 농단(壟斷)에 한 제국이 무너지고 만 것이다.

농단, ‘깎아 세운 듯 높은 언덕’을 일컫는다. 그런데 어떤 이익이나 권력 등을 부당하게 또는 과도하게 독차지하거나 휘두르는 상황을 가리킬 때 이 ‘농단’이란 말을 사용한다.

그 유래를 살펴보면, 옛날 한 상인이 시장 상황을 잘 알 수 있는 ‘높은 언덕(농단)’에 장사 터를 잡고 그곳에서 시장에 어떤 물건이 많이 나오고 적게 나왔는지를 조사했다.

그는 시장상황을 잘 살펴 시장에 부족한 물건을 미리 사들였다가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했다.

그는 언제나 ‘농단’을 독차지하고 물건을 팔아 큰 이득을 독점했다. 그때부터 ‘농단’에 거래를 좌지우지하여 이익을 독차지한다는 뜻이 생겼다.

그런데 요즘은 정치적으로 농단이라는 말을 더 자주 쓰게 된다. 정보가 집결하는 권력의 상층부와 가까이 지내면서 이익을 향배를 좌지우지 하는 십상시들의 농단과 그리 동떨어져 보이지 않는 말이다.

나주에도 십상시에 버금가는 칠상시가 있다는 말은 지난해 6.4지방선거와 7.30재선거 이후 등장했다.

공무원이면서 정치권에 줄을 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공무원들이 이후 다른 공무원들 위에 군림하며 자신이 발휘할 깜냥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함을 일컫는다.

이들은 민원인은 물론 언론인도 가려서 상대하고, 소위 단체장과의 호 불호 관계를 가려 태도를 달리하기 일쑤다. 글쎄다, 20년 넘게 기자생활을 하면서 얻은 후천적 감각이라고나 할까?

그런 사람들을 보면 바로 십상시의 냄새를 감지하게 되는 것이 직업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물론, 나주시에 어디 그런 사람이 있느냐고 발끈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발끈 하는 그 당사자야 말로 자기 자신에 대해 자성을 하길 바란다. 십상시의 권한은 결국 권불십년이요, 아무리 붉고 어여쁜 꽃도 열흘을 넘기기 어렵다는 말을 상기하면서 말이다.

최근 나주시 내부의 칠상시가 십상시로 불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궐 밖에서 움직이던 비선들이 속속 공직내부로 입성해 이제 비선이 아닌 실세의 입장에서 나주시를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여론이다.

어떻게 해야 십상시의 문제를 풀 수 있는가?

그것은 공무원조직 내부의 결속과 자정 노력에 달렸다.

공무원 한 사람의 힘으로는 십상시의 권세를 뛰어넘을 수 없겠지만 공무원 조직의 결속과 스스로의 정당성 확보를 통해 그들 스스로 권리를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외롭지만 의로운 투쟁을 다짐하고 나선 나주시공무원노조 ‘쌈닭’ 수뇌부에 드리는 격려의 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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