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민향을 날리는 바람개비꽃

▲김진수 회장 /전남들꽃연구회
학명: Trachelospermum asiaticum var. intermedium
쌍떡잎식물강 용담목 협죽도과의 만경상록덩굴나무

시골의 돌담길이나 논밭의 석축을 따라 산길을 오르면 길섶으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덩굴식물이 있다.

여름에는 녹색 겨울에는 잎이 갈색으로 가라앉는 가죽질의 ‘마삭줄’. 무성한 곳에서는 나무기둥을 타고 하늘 높이 솟구치기도 하고 커다란 바위절벽을 이불처럼 뒤덮어버리기도 한다.

마삭줄은 줄기에서 공기뿌리(氣根)를 내어 다른 물체에 잘 붙는다. 꽃은 5~6월에 잎겨드랑이나 가지 끝에서 피는데 인동덩굴처럼 흰색에서 차차 담황색으로 변해간다.

이 바람개비모양의 꽃에서는 은은한 자스민빛 향기가 붐빈다.

열매는 돌동부 꼬투리 같은 가늘고 긴 껍질에 싸여 있다가 터지면 갓털(冠毛)을 이용하여 바람결에 산포하는 낙하산 전략을 쓴다.

항상 두 개가 서로 세트로 길어나는데 밖으로 어슷하게 다리를 벌려 시옷(ㅅ) 자를 그리기도 하고 반대로 서로 안으로 오목하게 모아 럭비공 같은 이응(0)자를 쓰기도 하는 가위바위보 게임이나 한글자음 표기의 신기를 보여준다.

▲‘하얀 웃음’이라는 꽃말을 가진 마삭줄

잎이 삼각상을 하고 있는 아이비와는 다른 식물인데, 영명은 ‘차이니스 아이비(Chinese ivy)’라 부른다.
속명 트라켈로스페르뭄(Trachelospermum)은 'trachelos(목, 경부)'와 'sperma(종자)'의 희랍어 합성어로 긴 열매 속에 종자가 들어 있는 것을 두고 붙인 이름이다.

종명 아시아티쿰(asiaticum)은 원산지가 아시아임을 나타냈다.

마삭줄은 망토식물군락의 식생형을 가진 난온대상록활엽수림대의 식물사회를 지표한다.

한글명 마삭줄은 마삭(麻索)이란 한자명에서 유래하며, 삼(麻)으로 꼰 동아줄(索) 같은 굵고 질긴 덩굴줄기에서 온 말이다(북한에서는 ‘마삭덩굴’이라 부른다.). 비슷한 종류가 꽤 많은 편이나 일반적으로 털마삭, 민마삭, 좀마삭, 백화등이 잘 알려져 있으며 왕마삭, 당마삭, 긴잎마삭 외에 삼색, 오색, 황금, 미니, 무늬, 칼 등 다양한 수사의 이름으로 재배되고 있다.

일반 마삭줄이 잎이 작고 꽃이 드물며 겨울에 갈빛으로 흐려져 화훼용으로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백화등’은 보다 크고 미끈한 잎에 꽃송이가 많으며 줄기가 빨리 성장하고 겨울에도 초록이 잘 유지되어 실내나 정원의 아치, 고목, 테라스, 분, 돌담의 지피용으로도 폭넓게 가꿀만한 화훼식물인 점에서 인기가 높다.

마삭줄의 생약명은 ‘낙석등(絡石藤)’이다.

<속방>에는 ‘바위에 있는 것이 낙석(絡石)이고, 담장에 있는 것이 벽려인데, 같은 것이다.’라고 하였다.
‘낙석등’은 성질은 약간 차고 맛은 쓰며 독이 없다.

심, 간 이경에 작용하는 서근활락(嶼筋活絡: 근육과 경락에 작용하여 뭉치고 아픈 것을 풀어주는 효능)의 전문 약이다.

▲마삭줄 열매
특히 풍습성으로 오는 근육경련, 인후염, 종기, 어혈, 임파선염, 관절염, 통풍, 좌골신경통 등에 효과가 크다. 약리는 혈관확장작용, 혈압강하작용을 나타내지만 과용하면 피부 발적, 복통 설사 등의 반응도 나타난다.

사람들이 사계절 푸르게 덩굴로 뒤덮는 마삭줄의 재주도 좋아하지만 마삭줄을 사랑하는 더 흔한 이유는 바로 귀엽고 특이하며 향기롭기 그지없는 꽃송이의 매력에 닿아있다.

흰 꽃의 가운데는 구멍이 뚫려있으며, 가장자리는 선풍기나 프로펠러처럼 회오리를 느낄 수 있도록 젖혀져 있다. 비비 꼬였다가 슬슬 풀리면서 바람개비처럼 피어나더니 빙글빙글 웃으며 깊고 그윽한 자스민향을 숲속 가득 전해준다.

꽃이 잎 밖으로 내밀어 피지만 잎새 안에서도 하얀 니를 드러낸다.

과연 이 꽃의 꽃말은 ‘하얀 웃음’이었다.

안팎으로 웃음이 가득하고 웃음이 어여쁘고 웃음이 맑은 사람들이야말로 행복한 세상을 열어가는 ‘생태 문화적 주역’들임이 분명하다. 티끌을 위해 싸우고 나름을 앞세워 대립하며 이웃에 무관심한 자들에서는 만날 수 없는 희망의 메시지를 오늘은 마삭줄과 백화등에서 즐겨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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