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Kalopanax pictus&쌍떡잎식물강 미나리목 두릅나무과 음나무속의 낙엽활엽교목

▲김진수 회장 /전남들꽃연구회
『음나무』는 흔히 엄나무(嚴木)이다. 가시가 엄하다하여 민간에서 불러온 이름이다.

산길을 걷다보면 여느 나무와 다르게 수피에 사마귀처럼 울퉁불퉁 뭐가 돋아나 있는 듯 특이한 식물을 만날 때가 있다.

어린 『음나무』는 온 몸에 가시가 돋아나 있어 마치 두릅나무 같지만 10m가 넘는 어른 나무가 되면 줄기나 굵은 가지에서 가시가 떨려나가고 그 자리엔 유두처럼 볼록 튀어나온 흔적만 남게 되는데 그 표정이 아주 귀엽고 독특하다.

그런데 속명 칼로파낙스(Kalopanax)는 그리스어로 ‘아름답다’는 의미인 칼로스(kalo)와 인삼의 속명인 파낙스(panax)의 합성어로 되어 있는데, 손바닥모양의 인삼 잎을 닮은 특징에 주목하였다.

종명 픽투스(pictus)는 ‘그림’이라는 의미인바 성목이 된 이 나무의 멋진 수형에 걸맞다.

파낙스는 또 ‘만능 약’의 의미를 지녔으니 풀면 ‘만병통치의 효능이 있는 아름다운 잎을 가진 식물’이 된다. 중국에서는 잎이 오동나무를 닮았다고 하여 ‘가시가 달린 오동’ 즉 ‘자동(刺桐)’이라 부른다.

두릅나무과의 닮은꼴들은 팔손이나무의 잎과 꽃, 독활의 꽃, 오갈피나무의 가시와 꽃과 열매, 송악의 열매 등이 쉽게 떠오른다. 나무 전체에서 특유의 향기가 나서 벌레가 잘 꼬이지 않지만, 사람들은 봄에 이 독특한 향을 즐겨 새순을 나물로 먹었다.

▲음나무 새순은 봄철에 나물로 먹는다.

음수이면서도 목재는 잘 썩지 않으며 광택이 있고 무늬가 아름다워 과거에 바리때, 나막신, 가구재, 악기재로 많이 활용하였다.

『음나무』와 같은 속으로 우리나라에는 「가는잎음나무(음나무에 비해 잎이 깊게 갈라져 열편이 좁다)」와 「털음나무(잎 뒷면에 털이 밀생한 것)」가 있다.

옛날에 이 나무로 육각형의 노리개를 만들었다. 악귀의 접근을 막는 의미로 아이의 허리에 달아주었는데 이 노리개의 이름이 ‘음’이라 했다.

세상에 알려진 『음나무』의 유래다. 육각의 ‘6’은 음수이며 주역에서 물(水)을 뜻하여 대체로 음지를 좋아하는 『음나무』가 습한 사질양토에서 성장이 빠른 특징과도 잘 연결된다.

이 나무의 특별한 의미를 살려 무당이 굿을 할 때 귀신을 물리치는 도구로 이 나무의 가지를 이용하기도 하였는데 전래동화에 나오는 도깨비방망이를 이것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상상해보니 여간 재미있다.

『음나무』는 꽃말도 경계, 방어이다. 가시가 무섭게 생겨 벽사의 생활문화사적 이력들도 많다. 귀신을 막는다는 뜻에서 가시 돋친 가지를 대문이나 방문 위 같은 출입구에 꽂아 놓는 풍습이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으니.

전국적으로 신목으로 ‘추앙’받고 있는 노거수도 적지 않다. 천연기념물 제363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의 음나무는 유명하다.

이 나무는 사람나이로 1,000살 정도 먹었으며 키 18m에 5.43m의 허리둘레를 가졌다. 그 아래에서 매년 음력 정월에 마을의 평화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고 단오에는 그네뛰기, 널뛰기, 농악놀이 등 잔치를 벌인다.

『음나무』의 생약명을 「해동피(海桐皮)」라 한다. 중국 남해의 산 계곡에 자생하고 황백색의 수피를 가졌으며 오동나무를 닮은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경계, 방어라는 꽃말을 가진 음나무. ‘귀신을 막는다’는 뜻에서 대문이나 방문 위에 꽂아 놓기도.
우리나라에서는 음나무나 가는잎음나무를 쓰는데, 성미는 쓰고 매우며 평하다.

예의 음기(陰氣)를 함축하고 있어 음혈을 담고 있는 간의 각종 질환과 관련이 깊다. 즉 간의 풍습을 없애고 경락을 소통시켜 간이 주관하는 근육과 힘줄, 관절 등에 효능을 발휘한다.

사지마비, 허리와 무릎의 동통, 저림증 등을 해소하고 옴이나 습진, 악창 등에도 살충과 소염효과를 내어 새살을 빨리 돋게 한다.

바야흐로 봄이다.

올 봄엔 두릅나무보다 쌉싸래한 음나무 순으로 꼭 나물을 무쳐야겠다.

새해의 기특한 행사로,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고 가족의 건강을 약속하는 조촐한 기도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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