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순   취재기획국장
“몸에 발진이 생기고, 머리가 가려운 증상 때문에 당장 아이들 데리고 병원을 가봐야 했는데 갈 수 있는 병원도 없고, 아이들에게 죄 지은 것 같아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작년 4월 전남에서 세월호 사고가 났는데 아직까지도 이런 상황에 대해 위기대응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됩니까?”

“혁신도시라면서요? 혁신도시에 지은 새 아파트에서 어떻게 흙탕물이 쏟아지냐고요. 그 물로 밥 해 먹고 세수하고, 빨래하고 그랬다는 게 상상이나 됩니까?”

한 달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 빛가람혁신도시 흙탕물 수돗물사태로 인해 주민들의 상태는 불안과 불신을 넘어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먹는 물은 대부분 정수기나 생수를 사용해 왔지만 주방과 욕실, 세탁에 사용하는 물은 수돗물을 사용해 왔던 주민들이 오염된 물로 인해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어린아이를 둔 주민들은 불안감에 건강검진까지 받아보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혁신도시 주민들이 이번 흙탕물사태를 겪으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최초 이웃아파트에서 흙탕물이 쏟아졌을 때 다른 아파트 주민들에게 소식을 전해준 건 나흘이나 지나서 관리사무소를 통해서였다.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꼬박 닷새 동안 오염된 물을 먹고 사용했다는 사실에 주민들은 경악을 넘어서 분통을 터뜨렸다. 아니 ‘반 미친 상황’이었다고 했다.

사고가 났는데 닷새 동안이나 쉬쉬하고 있었던 것이 ‘세월호 선장’과 다를 게 뭐냐고 따져 물었다.

이렇게 하루 이틀 세월이 지나가면서 흙탕물 소동은 단지 일시적인 소동으로 끝나가는 듯 했다.

신문과 방송에서도 혁신도시 수돗물이 정상을 되찾아 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또 다시 흙탕물이 쏟아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주시가 제법 발 빠르게 대응하는 듯 했다.

수질검사 결과를 실시간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폭주하는 주민들의 민원에 대해 일일이 답변도 달아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다.

여론이 들끓자 비상대책회의가 잇따르고 관계기관에서 속속 현장을 방문해 보고를 받는 상황이 계속되면서도 정작 주민들에게는 그 진실이 도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수돗물의 오염 원인이 상수원 자체에 있느냐, 시공과정에 있느냐를 두고 수자원공사와 시행3사가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처음에는 아파트를 지은 LH공사측에서 책임을 통감하는 듯 하더니 슬쩍 책임을 수자원공사에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라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수질검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주민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고, 수도관 내부를 들여다보는 내시경검사를 했는데도 원인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하게 넘기고 있다.

주민들이 제기할 지도 모를 집단소송에 대해 책임을 줄이기 위해 발뺌을 하는 모양새, 그러면서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더 이상 혁신도시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도록 이쯤에서 묻어두자고 하는 사람들...
이런 상황이라면야 주민들이 누구를 믿고 마음을 풀겠는가. 뿌옇게 쏟아지는 수돗물에 어떤 물질이 함유돼 있는 것인지 명확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왜 혼탁한 수돗물이 쏟아지는 것인지도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만 대책이 나오는 것이다.

주민들이 분노하며 불안에 떨었던 기간에 대해서는 응분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소송을 해온다면 달게 받아야 하고, 그것이 물질적인 보상으로 환산될 수 있다면 당연히 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면 더 큰 불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최근 가로등과 교통여건 등 가뜩이나 정주여건이 부실해 불편을 겪고 있는 혁신도시 입주민들은 먹는 수돗물에 대한 신뢰마저 깨지는 불미스런 상황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신속히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못 막는 지경이 되지 않도록 나주시가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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