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Mallotus japonicus (Thunb.) Muell. Arg.&쌍떡잎식물강 쥐손이풀목 대극과의 낙엽소교목

▲김진수 회장/ 전남들꽃연구회
사월의 바람이 좋아 뒷산을 올랐더니 양지꽃, 바람꽃, 봄구슬붕이, 노루귀, 제비꽃들이 눈을 비비며 앙증스레 웃어준다.

땅거죽에서 엄동설한을 견딘 어린 초화로서나 겨우내 녹색 갈증에 시달린 나그네로서도 햇살은 솜사탕처럼 달콤한 것. 보드라운 풀밭 위로 발을 옮길 때마다 노란 하얀 파란 것들이 팔랑거리며 봄나들이에 동참한다.

바야흐로 봄의 제전! 땅이 몰래 쪽지를 날렸을까. 화답하듯 일제히 동면에서 깨어나는 초목들. 우러러 꽃을 내미는 하늘이 천길만길이요 굽어보니 잎을 내다는 땅이 천리만리라. 길이면 길 산이면 산 애타는 진달래에서 산발한 개나리까지 아지랑이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런데 이 꽃들의 잔치에는 『예덕나무』도 끼어있다.

『예덕나무』의 개화 시기는 육칠월인데 사월의 꽃잔치에 무슨 말인가. 사실 누굴 놀린다거나 속일 맘은 없었더라도 새순을 마치 장미처럼 붉히고 가장행렬에 나서니 사람이라면 시새움이 없겠는가. 꽃인가 하면 꽃 아니요 꽃 아닌가 하면 정말 꽃인 나무가 봄에 『예덕나무』다.

그래도 진짜가 아니라서 실망이라면 멕시코 원산의 대극과 ‘포인세티아’를 보라. 꽃보다 아름다운 화포에 세상이 반하지 않던가. 잎보다 먼저 꽃부터 내밀고보는 나무들 속에서 태연히 입술을 붉히며 『예덕나무』는 동면에서 덜 깬 나그네의 눈을 잉큼잉큼 낚아챈다.

▲예덕나무 잎순

눈 속에 핀 ‘설중매(雪中梅)’나 헛꽃으로 먹고사는 ‘산수국’의 솜씨쯤 되나? 저 수상가옥(樹上家屋)의 둥지를 트는 ‘겨우살이’나 소금물 속의 ‘칠면초’며 ‘퉁퉁마디’, 전신을 백옥으로 비다듬은 ‘수정난풀’... 이런 묘기의 반열에는 못 들더라도 식물사회에서 이만한 나무도 드물다. 인생에도 그런 것이 있을 것이다.

남몰래 쌓여만 가는 우체통이랄지, 홀로 남겨진 포구처럼, 더러 꽃편지도 되고 나룻배도 되는 외딴 그리움.

남과 다를 뿐 결코 흉허물이 될 수는 없는 모든 외톨이들의 소망 같은! 그러매 장미가 아니면 어떠랴. 안에서 붉어진 것을 주체하지 못하여 불끈 솟아오르는 것이 꽃이 아니면 또 어떠랴!

『예덕나무』는 독특하다. 암꽃 또는 수꽃이 술잔 모양의 꽃턱(花床) 속에 들어있는 특유의 배상꽃차례를 취하며, 당질의 점액을 분비하는 밀선(蜜腺)이 꽃 밖으로 나 있다.

보통은 씨방 기부나 수술 기부 등에 있어 매파인 벌, 나비, 박쥐, 새들을 유인하는 ‘꽃안꿀샘’들인데 비해 『예덕나무』는 ‘꽃밖꿀샘’을 가지고 있다(벚꽃은 잎자루 위에 있고, 예덕나무는 잎몸 상부에 있다.).

개미는 무엇에 홀린 듯 이 밀선을 따라 쉴 새 없이 오르내리며 단물을 취하고 그 값으로 다른 벌레나 초식동물의 접근을 막아주는 충직한 청지기의 소임을 다한다.

그런 가운데 빨강 싹은 차차 초록으로 돌아가고 가을에 샛노랗게 물든다. 또 녹황색의 꽃이 시들면 그 자리에 까만 씨가 여물고, 예의 흰 수액을 머금던 솜털 줄기는 단단한 회갈색의 수피로 갈라진다.

▲예덕나무 수꽃
『예덕나무』를 흔히 꽤잎나무, 비닥나무, 예닥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한자로 야오동(野梧桐: 생약명), 야동(野桐)이라 하는 것은 이 나무가 오동나무 잎을 닮은 데 따른 것이다.

일본에서는 새순이 붉다하여 적아백(赤芽柏), 넓은 잎을 잘라 밥을 담거나 떡을 싸기에 좋아 채성엽(採盛葉)이라 부른다.

또 개오동나무 추(楸), 떡갈나무 곡(?)을 더해 적아추, 적아곡이라고도 하였다.

붉은 기운을 머금은 열매와 껍질로 적갈색 염료를 우려내었으며, 제주에서는 가볍고 부드러운 목질의 특성을 살려 솔박(나무를 둥그스름하고 넙죽하게 파서 만든 작은 바가지 모양의 그릇)을 만들었다한다.

집 근처 볕이 잘 드는 개간지 등에 흔하기도 하거니와 키도 크지 않아 일상의 고만고만한 생활용구들을 만들어 쓰는데 이만큼 수월한 나무도 없었을 것이다. 『예덕나무』는 세계적으로 약 80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1종이 분포한다.

「야오동」의 껍질에는 지방유와 베르게닌(bergenin)이, 잎에는 루틴(rutin), 말로프레놀(malloprenol) 등이 함유되어 있다. 성은 평하고 맛은 조금 쓰고 떫다.

주로 위경으로 들어가서 소화,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을 치료하며 간염, 혈뇨, 대하, 결석에도 공효하다.

강한 해독과 소염, 진통작용이 있으며 위암 치료의 성약으로도 알려져 있다. 활용하기 나름으로 나물에서 탕약까지 쓰임새가 참 많은 나무이다.

전남타임스 후원

저작권자 © 전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