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훈
/나주교회 담임목사
새싹이 돋고 아름다운 꽃이 피는 계절 4월이 저물어 갑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펴고 새로운 희망을 품는 봄을 맞을 때마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새로운 힘이 넘치고 마냥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그 기분에 취해 우리는 급하게 할 때도 많습니다. 조금만 차분하게 좀 멀리 바라보면 많은 것들을 누리며 준비하며 힘차게 달려갈 수 있습니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조금만 더 멀리 바라본다면 우리는 후회하지 않고 멋있는 뒤안길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면 올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뒤돌아 볼 때 우리가 걸어온 길이 올곧은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던 어느 봄날, 한 농부와 그의 아들이 밭을 가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소를 몰고 고랑을 파려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처음 쟁기질을 할 때에는 목표를 바로 세워야 똑바로 갈 수 있단다.”
얼마 후, 아버지가 간 고랑은 똑바로 뻗어 있었는데, 아들의 고랑은 구불구불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다시 일러주었습니다.

“네가 움직이는 황소에 목표를 두었기 때문이란다.”
그러자 이번에 아들은 저 끝에 우뚝 선 포플라 나무에 목표를 두고 밭을 갈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만 앞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보고 급하게 처리하며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으로 나가면 우리의 뒤안길은 울퉁불퉁 구불구불 해져서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조금만 더 멀리 바라보고 가면 당장의 앞에 있는 문제들이 해결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멀리 바라보고 가야 제대로 된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제 나이 마흔 살에 읽는 동의보감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빨리 열리는 열매가 매번 제일 크고 제일 달지는 않다. 제일 크고 제일 단 열매는 가장 늦게 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내 인생이 다른 사람보다 좀 늦게 풀리더라도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려보자.

30대에 이미 화려한 열매를 맺은 동기와 나를 비교하지 말자. 40대가 지나가려는데 아직 눈에 띄는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럴수록 지금 내가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길에 더욱 충실하면서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버려보자. 짜증이 많고 성질이 급한 사람은 아직 열매를 맺지 못한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받기 어렵다. 사랑받지 못하니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도 불리하다. 그러니 성질이 급한 것은 하나도 유익하지 못하다. 이렇게 말하는 나부터 이 급한 성질을 좀 고쳐야겠다.”
이 글처럼 좀 천천히 가더라도 알차게 달려가기를 바랍니다.

너무 조급한 것보다는 멀리 바라보는 것이 바른 길을 걸어가게 되는 것이고 더 알차고 아름다운 결과를 얻게 됩니다.

좀 더 멀리 보라는 말이 좀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분명 힘든 상황에서 좋은 것을 떠올리면 도움이 되듯 내가 가지고 있는 좋은 것들을 잘 생각하면서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서는 앞으로 절대 나아갈 수 없습니다.

봄, 흥분되는 계절입니다.

그러나 흥분된다고 급하게 해서는 안 되겠지요? 아름다운 꽃들이 풍기는 진한 향기에 취해서 순간의 판단력을 잃기보다는 한 발자국만 뒤로 물러서서 진정한 꽃의 아름다움과 향내를 맡으며 더 멀리 바라보며 탐스러운 열매까지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봄, 마음껏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마음껏 꽃향기에 취하되 그 뒤에 있는 아름답고 탐스러운 멋진 열매를 볼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꽃을 바라보는 눈도 맛 나는 향내도 새롭게 바라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요? 가끔씩 눈앞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고 착각하고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좀 더 넓고 좀 더 멀리 볼 수 있는 선구안이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나날이 진화하는 모습으로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는 모습으로 달려갑시다.

새벽 일찍 일어나고 하늘을 높이 날아 멀리 바라 볼 수 있는 새가 먹이를 많이 비축하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 인간도 노력은 끊임없이 하고 부지런한 자만이 살아남게 되며 또한 남에게도 이길 수 있습니다. 노력 없고 자기반성 없는 사람은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눈앞에 현실만 바라보며 아파하지 말고 더 멀리 바라보며 달려갑시다. 2015년 조금만 더 멀리 바라보고 묵묵히 힘차게 달려 나가는 우리 모두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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