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순/취재기획국장
전남도의회 예산결산위원장인 김옥기 의원의 도정질의 소식이 심심찮게 뜨거운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우연히 빛가람동에 사는 지인과 얘기를 나누던 중, 지난달 22일 열린 전남도의회 제294회 임시회에 방청담을 전해 듣게 됐다.

이날 빛가람동 주민 여남은 명이 전남도의회 본회의장을 찾아 방청을 했는데, 참으로 흥미진진하고 속이 후련해지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어떤 내용이었을까 궁금해 전남도의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의록을 검색해봤다.

빛가람혁신도시 수돗물 오염사고와 의료복지 혜택, 교육문제, 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 대책, 나주축산물공판장과 도축장 이전 논란 등 지역에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현안들이 줄줄이 엮어져 나왔다.

이 가운데 전라남도 예산을 총괄하고 있는 예결위원장으로서 예산감소에 대한 우려가 남달랐다. 김옥기 의원의 질문이다.

“세금이 걷히지를 않았습니다.

전라남도가 보통교부세, 분권교부세 해가지고 예상된 세수보다 1천295억이 적게 내려왔습니다.

또 일선 시·군은 1천264억이 적게 내려왔습니다.

일례로 장흥 같은 경우는 127억 원, 곡성·구례 142억 원, 여수 252억 원, 영광 118억 원이 교부세가 적게 왔거든요. 이만큼 교부세가 적게 오면 그 지역은 그만큼 도민을 위해서, 군민을 위해서 쓸 수 있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각 시·군의 의견 조율을 들어보시고 우리 전남도도 1천300억 원 정도가 부족한 예산에 대해서 어떠한 대책을 세우고 계신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송상락 기획조정실장의 답변이다.

“보통교부세는 지방세처럼 우리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지방의 세원입니다.

그래서 저희들로써는 상당히 우려를 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일단 저희들은 교부세가 줄어든 것은 이미 확정된 것이기 때문에 일단 재정 지출을 절감하는 이런 방식으로 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요불급한 예산은 조정을 하고 특히 경상경비, 행사나 축제성 경비 이런 부분의 예산은 강력하게 좀 절감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김옥기 의원의 반박이다.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하면 몇 십억 원의 효과는 있겠지만 1300억 원, 1200억 원 우리 전남도와 전남 22개 시·군이 한 2600억 원 정도 부족한데 허리띠 졸라맨다고만 해서 해결되는 사항은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중앙에 가서 우리 전남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중앙에서 많은 교부세를 가져올 수 있도록 힘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면서 이어진 짤막한 하소연이다. 농도인 전남이 농산물을 수출하는 농가들에게 수출물류비를 지원하는데, 전남도와 다른 시군은 20%를 지원하는데 나주시만 14%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종문 경제과학국장은 “나주시에 추가로 요청을 하라고 얘기를 했는데도 나주시가 자체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결국 나주시는 전남도에서 지원을 해주는 예산에 대해 아예 지원신청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체예산만으로 찔끔찔끔 지원하다가 농민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도에서 예산지원을 해주지 않는다고 둘러대다가 된서리를 맞은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동강면과 공산면 일부 주민들에 따르면, 나주시는 도비 40%, 자체예산 60%로 지원하는 벼농가 경영안정자금 역시 도비 신청을 하지 않은 채 자체예산만만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농민들에게 다른 지역 농민들 보다 적은 금액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전남도가 벼농가에 대한 경영안정자금으로 228억원을 확보, 지원을 요청한 18개 시군에 대해서는 이미 설 명절 이전에 모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주시는 전남도에 사업신청을 하지 않은 채 자체예산 17억원만으로 벼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어 인근 영암군, 무안군 등과 비교해 30~40만원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농민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 무슨 무모한 배짱인가. 예산확보를 위해 공무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로비활동을 해도 부족한 판에 신청만 하면 내주는 예산마저도 신청을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지역의 농민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최근 다른 지자체들은 국·도비 확보를 위해 정부부처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예산로비’를 한다고들 한다. 지역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은 정부요로의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또는 불러들여서 예산확보전쟁을 벌인다고도 한다.

하지만 지금 나주시는 잠자고 있나? 공무원들이 시장의 정치색에 맞춰 흰고양이, 검은고양이를 가려가며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후일담이지만, 무소속 재선의원으로서 도의회 예결위원장을 맡아 그 누구보다도 전남도와 지역구에 영향력 있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역의원이 있는데도 나주시에서만큼은 찾아오는 공무원도 없고, 사업을 문의해오는 의원도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강인규 시장은 예산이 동반되는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전임시장이 예산을 다 써버리고 나가서 쓸 돈이 없다”고 변명을 했다면, 올해 상황에 대해서는 뭐라고 답변을 할 것인가.

강 시장은 나주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국고 지원이 줄고, 자치단체 예산이 바닥이 나도 공무원들 월급은 철밥통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끔 일하지 않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과감히 밥그릇의 밥을 덜어내는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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