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헌법재판소가 인구수 최대선거구와 최소선거구의 인구 편차가 3:1인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헌법 불일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새 기준으로 2:1 이하를 제시하고 2016년 20대 총선거 전인 내년 말까지 선거구를 다시 만들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때 이른 헌재 결정에 국회의원들의 셈법이 불이 난 호떡집 마냥 부산스러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결정(2:1)에 따른 인구기준 불부합 선거구 현황’에 따르면 불부합 선거구 수는 62개이고, 인구상한 초과 선거구 수 37개 중 수도권에만 24개가 몰려있다.

농촌지역 국회의원들 초비상

물론 인구하한 미달 선거구의 대부분은 지방농촌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불행한 일이지만 지방농어촌을 대변하는 국회의원 수는 격감하고 도시민을 대변하는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이 예민하게 국민여론을 주시하면서 여야의 기득권 지키기가 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회는 2001년 헌재가 인구편차를 4:1에서 3:1로 줄이라고 결정했을 때도 273석이던 의원정수를 299석으로 늘렸던 전과를 가지고 있다.

벌써부터 독립선거구를 유지할 수 없는 지방농어촌 시·도의 저항이 감지되고 있다.

문화와 생활권이 다른 인근 도·농간 읍면을 합치고 잘라내는 게리멘더링 방식의 선거구 조정안도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과 EU(유럽연합)에 이어 최근에는 중국과도 자유무역협정(FTA)가 체결돼 농촌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지역민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국회의원 숫자마저 줄어든다는 것은 그야말로 농촌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필자가 농어업의 비중이 큰 신안지역 도의원이라서 하는 말은 아니다. 도시지역이야 경제·문화 환경이 대동소이하지만 농어촌지역은 조건과 여건이 상이한 곳이 많다.

도시지역은 지역의 정체성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지만 농어촌의 경우는 도시와 다르다.

읍면 단위는 물론이고 각 마을마다 지역정서가 따로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지역적인 특성을 무시하고 선거구를 획정한다면 얼마나 많은 반발이 생길지는 불 보듯 뻔하다.
또 농어업에 종사하는 지역민들의 권익대변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각 지역마다 문화적인 특성이 따로 있듯이 농어업인들의 생계 수단도 지역마다 다르다. 농산물만 보더라도 각 지역마다 주력 작목이 따로 있다.

이는 곧 정치·행정 등에 각 공공부문에 관한 농업인들의 욕구가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구획정과정에서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결국 농어업인들의 권익만 피해를 입게 될 게 뻔하다.

한·중 FTA 체결로 위기에 내몰린 농어업인들의 권익을 이제 누가 대변한다는 말인가.

헌재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지만 이를 해소해 내는 방법론을 정치권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지금의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사상 최악의 무능과 무책임한 국회로 낙인찍혀 있는 상황에서 선거구획정을 저들에게 맡긴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선거구 획정의 시간이 아직은 많이 남아있다. 이번 기회에 소선거구제를 대체하는 중·대선거구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자체를 집중 점검하고 시대변화와 높아진 국민정서를 반영하는 제도를 도입하여 선거판의 혼탁과 과열을 잠재우고 지역대결구도를 일신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독립된 선거획정위 만들어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선거구획정이나 선거제도 개혁은 상상할 수 없다.

특히 국회의원 수를 늘린다던지 여야 나눠먹기식 선거구획정안이 정치권에서 나오지 않도록 제3의 독립된 선거구 획정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선수로 뛸 사람들에게 룰을 결정하라고 하는 것은 ‘시작부터 배가 산으로 갈 공산이 크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벌써부터 알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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