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Trichosanthes Kirilowii &쌍떡잎식물강 박목 박과 하늘타리속의 여러해살이덩굴풀

/김진수 회장/ 전남들꽃연구회
박과에 속한 다년생 덩굴성초본인 『하늘타리』를 흔히 ‘하늘수박’이라 부른다.
 
17세기 《동의보감》에서는 ‘하?타리’로, 《향약집성방》에는 ‘하??래’라 기록하고 있듯 꽃이 하늘을 향해 피고 열매가 다래를 닮아 ‘하늘다래’인 것. 크기, 모양, 무늬를 보아도 오이나 다래가 수박보다는 낫다.
속명 트리쵸산테스(Trichosanthes) 는 실처럼 생긴(thrix) 꽃(anthos)의 합성어로 이루어져 있다.
 
흰 꽃부리가 다섯 갈래로 나뉘어 다시 머리카락처럼 여러 가닥으로 길게 늘어트리는 럭셔리한 포스는 여느 날개꽃들을 벗어나는 멋과 힘이 있다.
 
우리가 탐스럽게 매달린 가을 열매에 매료되었다면, 희랍인들은 특이한 꽃모양에 빠진 게다. 종소명 키릴로위(kirilowii)는 러시아 식물학자 키릴로우(Kirilow)의 이름에서 온 것.
 
하늘타리속은 세계적으로 약 50종이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하늘타리 외에 ‘노랑하늘타리’가 제주도에서 자란다.

간밤의/헝클어진 머리오리와 취한/맨발인 것을/새벽 반달에 빗고 고쳐 신는다/어제는 언제까지 오늘의 부끄러움을 낳는/어둠으로 남을까/나는 언제쯤/밤에 드는 향기로 먼동을 깨울까 - 졸시 「하늘타리」

하늘타리는 이름도 무색하게 밤에 피는 꽃이다. 박과답게 박꽃처럼 저녁 어스름에 활짝 피었다가 날이 새면 꽃술을 실타래처럼 되감아 서서히 시들어간다. 꽃은 통째 떨어져 동백꽃처럼 아깝고 쓸쓸하게 나뒹군다.
▲하늘타리 암꽃

 
밤을 잊은 달맞이꽃, 분꽃, 나팔꽃, 노랑원추리, 흰독말풀들은 모두 하늘타리의 동무들이다. 밤에만 피는 문라이트 식물은 매파들을 부르기 위해 희거나 노란 밝은 색의 옷차림을 즐겨 입는다.
 
하늘타리의 꽃이 그 산신령 수염과도 같은 흰 레이스를 길게 늘어뜨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가운데 노란 ‘빛샘수술’을 발광하여 사방으로 흩뿌리는 빛보라의 유혹이다. 보름날 휘영청 달 밝은 밤이라면 달보다 밝고 별보다 아름다운 이 꽃향기를 날랜 박각시나방이 어찌 모르고 굼뜬 밤나방이라서 외면하겠는가.
 
하늘타리는 망토식물군락의 식생형으로 구릉이나 산기슭의 양지 또는 반음지를 좋아한다. 농가 근처에서도 흔한데, 넓은 이파리가 시멘트블록 벽이나 허름한 돌담을 커튼처럼 잘 가려준다.
축대나 비탈 또는 폐가를 가득 덮던 꽃자리에선 이윽고 다래처럼 둥그스름한 열매가 달린다. 여름내 초록이던 것이 10월이면 화려한 오렌지색으로 몸빛을 바꾼다.
 
숲 기운이 소슬한 날, 움켜쥔 빈 나뭇가지에 오렌지빛 매끄럽고 탐스러운 열매를 덜렁덜렁 매달고 이번엔 산새들을 꼬드긴다. 왜 이름이 하늘타리인지는 여기서도 결코 캐묻지 않게 된다. 꽃말이 ‘변치 않는 귀여움’이라 했던가? 싸구려 칭찬이 아니다.
한자이름 괄루(括蔞)란 과루(瓜蔞)의 음을 바꾼 것으로 괄(括)은 ‘싸다’는 뜻이고 루(樓)는 ‘모으다’의 뜻으로 ‘씨앗을 모아 자루에 담는’것에 비유하였다.
 
박처럼 생긴 물열매는 씨앗과 함께 끈적거리는 액체를 가득 머금고 있는데, 이것이 다 마르면 씨앗들이 꼬들꼬들 ‘반 자루’를 넘는다. 숫제 씨앗통이라 할 만하다.
 
그러면 언제고 얇은 겉껍질이 바스러지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바람결에 뒤웅거리며 씨앗을 하나 둘 땅 위에 떨어뜨린다.
이 식물의 생약명 천화분(天花粉)을《도경초본》에서는 ‘꽃이 피어 하늘을 향하고 뿌리를 가루로 하면 흰 눈과 같다.’고 기록하였다.
 
하늘타리의 뿌리는 깊게 들어가는 고구마 모양의 괴근이다.
 
▲하늘타리 씨앗
성미는 달고 쓰며 시고 차다. 주로 폐와 위경으로 들어가 열을 내리고 진액을 잘 생성하여 한방에서는 갈근, 산약, 생지황 등을 배합하여 당뇨병 치료에 요약으로 쓴다.
폐열에 의한 기침이나 열에 의한 종기, 간암 등에도 자주 이용한다. 또한 천화분에서 분리한 트리코산틴(trichosanthin)이 인간 HIV(에이즈)병을 억제한다는 사실도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태반의 영양세포에 직접 작용하여 임신중절 효과가 있으므로 임신부는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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