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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그러나 넓고 평화롭게
학명: Glechoma grandis (A.Gray) Kuprian.&쌍떡잎식물강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
2015년 07월 21일 (화) 16:30:58 전남타임스 jn-times@hanmail.net

   
▲김진수 회장/전남들꽃연구회
『긴병꽃풀』의 속명 글레코마(Glechoma)는 박하의 일종에 붙인 그리스어의 글레콘(Glechon)에서 유래되었고, 종소명 그랜디스(grandis)는 ‘큰, 성대한’ 의 뜻으로 왕성하게 퍼져나가 넓은 지면을 뒤덮는 긴병꽃풀의 생태를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활짝 입을 연 통꽃의 긴 꽃부리가 병처럼 생겼다 해서 긴병꽃풀이라 한다지만 이 식물은 국명 보다는 약명으로 더 유명하다.

풀잎이 신장형으로 둥근데다 연이어진 모습은 마치 동전을 바닥에 깔아놓은 듯하고 가을에 잎색마저 구릿빛으로 변했을 때는 더욱 그럴듯하니 이름 하여 「연전초(連錢草)」, 「동전초(銅錢草)」, 「금전초(金錢草)」라 부른다.

또 이 식물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따라 「구리향(九里香)」, 「유향등(乳香藤)」이라는 이름도 얻었는데 동전모양의 ‘금전’과 방향성의 ‘박하’를 결합하여 「금전박하(金錢薄荷)」라 부르기도 하였으니 이 풀이 동서양 공히 꽃보다는 동그란 잎사귀와 향기의 특성에 주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앵초과의 봄맞이꽃도 근생엽이 동글동글하여 동전초라 하며, 십자화과의 도입종 루나리아는 아주 납작한 꼬투리를 보고 그렇게 부른다. 우리나라에는 엽형이 비슷한 식물로 제주에서 자라는 병풀이 있는데 이는 산형과식물이다.
   

세상의 모든 식물은 생장과 발달에 직접적인 기능을 하지 않는 2차 대사물질인 각종 천연화합물을 생산한다. 식물체에 들어있는 페놀화합물은 수천 종에 이르며 이들 화합물은 다른 식물의 생장을 제한할 수 있다.

식물로서는 우선 초식동물이나 병충해에 대한 방어능력을 높이는 수단이 필요하겠으며, 유해한 자외선을 흡수하고, 수분 매개자나 열매 산포 동물을 유인하며, 주변 식물 간에 영양이나 햇빛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또 식물과 미생물간의 공생을 위한 작용제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가시박이 이런 물질을 분비하여 주변 식물의 생장을 억제하여 말라죽게 하는 것이나, 피톤치드가 원생동물이나 미생물에 저해작용을 주는 것, 천수국의 뿌리에서 나오는 물질이 토양선충을 죽이는 작용, 빨간 단풍잎이 상추씨의 발아를 현저히 감소하게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개망초의 뿌리는 주변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내면서 번식하기 때문에 큰 군락을 이룰 수 있으며, 결명자 재배지에선 잡초들의 생육이 억제되고, 명아주는 콩이나 밀 같은 식물에 타감작용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박하와 같은 허브식물의 독특한 향기나 샐비어속, 쑥속의 식물이 테프펜 류의 휘발성분을 내어서 아래 식물의 생육을 저해하는 따위들이 그 예로 식생 천이의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알렐로파시(allelopathy), 즉 타감작용(他感作用)이다. Allelon(상호)와 Pathy(한쪽이 다른 한쪽에 장해를 준다.)의 합성어로, 생물(식물)이 무리와 떨어져 생활하는 다른 종의 생물(식물)에게 영향을 주는 현상을 뜻한다.

긴병꽃풀이 다른 풀을 억제하고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직조하듯 얼기설기 사방으로 뻗는 줄기와 잎의 밀도에도 있지만 보다 타감작용을 하는 강한 방향성에 있다. 줄기가 땅을 기면서 멀리 뻗는데, 잎과 꽃이 달리는 마디마디에서 뿌리를 내린다.

이것이 덩굴식물로 보이나 예사 덩굴풀들처럼 둘레의 다른 식물을 감고 오르지는 않는다. 땅을 기어가다 직립의 풀기둥에 부딪히면 함부로 삿대질하지 않고 그 사이사이를 더듬어 사방으로 제 갈 길을 향해간다.

그래서 화단이나 빈터가 잡초의 기습으로부터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는데 이만한 지피 소재도 없으니, 긴병꽃풀이 지상에 머물며 우리들에게 전하는 생태적 교훈은 ‘낮게 그러나 넓고 평화롭게’가 아닐까 싶었다.

굳이 타감작용이라는 식물세계의 생존전략을 들지 않더라도 사람도 삶에 시달리면 독해져서 둘레의 다른 존재에 저해를 줄 수 있다.

상호간의 소통이 부족하면 경계하게 되고 각각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매섭게 칼날을 벼릴 수도 있겠다.

식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스로 생장을 멈추는데 만일 배타적 경쟁 속에서 생의 고통이 분명하다면 스스로 극한 외로움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금전초」는 긴병꽃풀의 생약명이다. 맛은 쓰고 떫고 매우며 성질은 서늘하다. 열을 내리고 이뇨하며, 기침을 멈추고 종기를 없애는 효능이 있다.

간, 신, 담, 방광으로 귀경하여 해독하고, 급성간염으로 인한 황달을 치료한다.

무엇보다 방광결석을 비롯한 여러 결석을 용해시키는 특별한 효능이 있다.

담즙분비를 촉진하여 간내 담관의 내압을 높여 결석을 배출시키는 힘에서 금전초는 으뜸이다.

《방약합편》의 담석을 배출하는 ‘담도배석탕(膽道排石湯)’각호 방에서 맨 첫 자리에 올라 군약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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