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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속의 경계에 선 듯
학명: Magnolia sieboldii K.Koch.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목 목련과의 낙엽소교목.
2015년 08월 12일 (수) 18:15:12 전남타임스 jn-times@hanmail.net

   
▲김진수 회장/전남들꽃연구회
속명의 마그놀리아(Magnolia)는 프랑스의 식물학자 ‘피에르 마그놀’의 이름에서, 종명의 시에볼디(sieboldii)는 독일의 의사이자 생물학자인 ‘필립 프란츠 폰 지볼트’의 이름을 따서 제정된 라틴어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중국동북부에 분포하는 『함박꽃나무』는 잎에 반점이 있는 것을 「얼룩함박꽃나무」라 하고 꽃잎이 12개 이상인 것은 「겹함박꽃나무」라 한다.

1991년 북한에서는 함박꽃나무를 새 이름 ‘목란(木蘭)’이라 칭하고 공식 국화(國花)로 지정하였다. ‘난향을 풍기는 나무’라는 이름을 앞세워 “목란 꽃은 한 계절에만 피는 자연의 꽃으로서만이 아니라 인민의 높은 존엄과 정중성, 순결한 마음과 슬기로운 기상을 한껏 떨치며...”로 설명하고 있다.

나라꽃을 인민의 꽃으로 연결하고자하는 의중의 행간에서 이 꽃의 품격과 형상이 어렴풋하다. 중국에도 같은 이름의 목란(木蘭)이 있는데 이는 북한처럼 함박꽃나무가 아닌 목련(木蓮)이다.

중국과 북한의 ‘목란’은 같은 한자의 서로 다른 나무이다. 꽃송이가 함지박(나무그릇)같이 크고 넉넉하다 하여 함박꽃나무이며 이것이 또 목련을 닮았으니 ‘산목련’이라고도 한다.

공해나 염해를 피해 산바람 맑은 곳에 서식하며, 수분조건이 좋은 반그늘에서 피어 연꽃향기처럼 숲이 그윽하다. 목련(木蓮)이 한자로 ‘나무 연꽃’이듯 같은 과인 함박꽃나무도 백련같이 맑은 꽃을 새순의 끝에 하나씩 피운다.
   
▲목련 꽃처럼 하늘을 향하지 않고 잎새에서 가만 고개를 떨구는 모습의 함박꽃나무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조지훈의 시 「승무(僧舞)」속 비구니는 곱기로 함박꽃나무 잎새에 숨은 꽃 같다.

산문에 들어서며 세속의 찌든 때를 벗어내는 여인의 어깨는 무엇일까. 사무친 인연의 끝에서 돌아온 맨발은 또 어디쯤일까. 모든 고독의 배경에는 수사가 딱 멈추는 말없음 부호가 있다. 그것을 ‘경계’라 인식한다.

바다와 육지처럼, 쉴 새 없이 선을 넘나드는 무심한 모래톱 같은! 함박꽃나무의 꽃말이 수줍음 또는 분노라 한다. 목련 꽃처럼 하늘을 향하지 않고 잎새에서 가만 고개를 떨구는 모습은 분명 ‘수줍음’이 맞지만, 분노의 모습 또한 아닌 것은 아니니 한 사물에 대한 이형의 감정이 썩 불편하다.

딱히 드러낼 말이 없는 날선 벼랑에서 한 마리의 흰 새처럼 활강하는, 그 서늘한 묵음의 삼매경이 함박꽃나무의 꽃봉오리에는 있다. 눈은 콧등을 보고 콧구멍은 배꼽을 향하게 앉아 두 손을 단전에 모은 참선수행자의 얼굴처럼 정중하고 환하다.

함박꽃나무는 인민보다는 비구니스님 같은 나무이다. “잎은 감잎 같고 꽃은 백련 같으며 씨주머니는 도꾸마리처럼 생겼고 씨는 새빨개서 절간에서들 목련이라 부른다.” 매월당 김시습이 남긴 이 글귀는 사찰 주변에 절로 피는 함박꽃나무숲의 풍경화로 다가온다.

   
▲함박꽃나무 열매
세속의 인연은 목련처럼 화려하지만 너무도 일찍 사윈다. 목련이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꿈꾸기 괴롭다면 산목련은 ‘수줍어서’꽃말이 설렌다. 목련은 이른 봄을 꽃부터 서두른다면 산목련은 잎을 먼저 내보내고 찬찬히 그 뒤를 밟는다.

목련이 양지쪽 들창가에서 화려하다면 산목련은 산사의 그늘에서 함초롬하다. 목련이 횃불로 거리를 나섰다면 산목련은 연등으로 숲길을 밝힌다. 같은 목련과라 하여도 취향에 따라 손가락을 꼽아보니 별로 닮은 구석이 없다. 함박꽃나무는 「천녀목란(天女木蘭)」이라는 아리따운 약명도 가지고 있다.

생약명이라는 것이 거개 약효를 따라 ‘거시기’한 이름들이 많았던 것에 비추면 파격이다. 어찌하여 하늘을 날아다니며 하계 사람과 왕래한다는 여자 선인에 빗대었을까. 약명이 되레 약으로 쓰기 아깝다.

이뇨소종(消腫利尿)하고 청폐지해(淸肺止咳)하는 효능이라면 다른 푸나무들도 얼마든지 많지만 저 꽃송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침이며 종기를 다 잊을 만큼 곱다.

기슭의 아픈 연인들이여! 들길을 걸어 산사에 이르는 동안 간절히 마음의 눈을 감아보시라. 둘이서 손잡고 나무그늘에 앉으면 세속의 찌든 이마며 어깨의 먼지가 천녀목란의 향기 속에서 환하게 씻어지는 순간을 바라도 혹 보실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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