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순 취재기획국장
얼마전 나주시내 한 식당 주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파워블로거’라고 소개한 어떤 사람으로부터 돈을 주면 나주의 맛집 5위권에 들 수 있도록 인터넷에 소개글을 올려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주변식당들은 줄을 서서 손님을 받는데 반해, 자신의 식당은 비교적 한산한 것에 마음이 쓰여 응해 볼까하는 마음도 먹었지만 그 주인은 결국 그렇게까지 ‘작업’을 해서 손님을 끌고 싶지는 않다며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요즘 한창 소위 ‘먹방’이라고 불리는 먹는 방송과 요리방송이 인기를 모으면서 인터넷과 페이스북, 밴드 등 SNS공간에서는 맛집을 소개하는 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 글들을 보면, 비싼 요릿집에서 비싼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는 얘기 보다는 값이 싸면서도 맛있고 친절한 집들에 대한 얘기가 많다. 운만 좋으면 이들 가운데 몇 집은 인터넷 소문을 통해 ‘맛집’으로 등극하는 경우도 많다.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많이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힌두법전에서는 “네가 먹는 것이 네가 된다”고 해서 음식은 물질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도 했다. 또 사람의 그릇에 따라서 음식을 대하는 태도와 실천은 달랐다는 사례도 있다.

퇴계 이황(1501~1570)이 서울의 서성(西城) 안에 우거할 때 당시의 좌의정 권철이 찾아오자 식사를 대접했다. 반찬도 없고 맛도 없어 젓가락을 댈 수가 없었던 권철과는 달리 퇴계는 마치 진미를 대한 듯 아주 맛있게 식사를 했다.

권철은 물러나와 사람들에게 이황의 집에서 푸대접을 받았다고 투덜댄 것이 아니라 “내가 입맛을 잘못 길러서 이렇게 되고 보니 매우 부끄럽다”고 하였다.

요즘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 식당 고유의 손맛과 지역의 특산물을 즐기기 위해 맛있는 집들을 찾곤 한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잘 차려져 나오는 푸짐한 남도한정식 집이 있는가 하면, 뚝배기 한 그릇에 잘 지어진 밥을 말아먹는 것만으로도 속이 든든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밥상이 있다.

나주시가 최근 ‘값도 맛도 착한’ 업소 18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대부분 시내 중심상가 보다는 변두리와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박리다매’를 전략으로 내세운 집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값이 싸다고 맛과 질이 떨어진다면 착한 업소라는 말을 얻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격수준과 영업장 위생·청결상태, 종사자의 친절도 등을 현장실사를 통해 평가한 뒤 전라남도와 행정자치부의 협의·조정을 거쳐 결정되기 때문에 당당히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하다.

착한 식당이 되기 위해서는 신뢰와 친절이 우선되어야 한다.

얼마전 광주의 한 대학교 평생교육원 수강생 30여명이 남도답사차 나주를 방문했다.

이들은 아침 일찍 나주를 향해 오면서 나주의 한 유명맛집에 점심식사를 예약하면서 15,000원짜리 식사와 8000원짜리 식사를 놓고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8000원짜리를 식사를 예약했다고 한다.

하지만 예약된 시간을 한 시간쯤 앞두고 돌연 식당으로부터 예약을 취소하는 통보를 받았다. 인솔자는 일행들에게 “더 비싼 메뉴 손님들이 오기로 했나보다”며 씁쓸해 했다.

결국 이들 일행은 식사를 하기 위해 곰탕집과 식당을 찾아 나주시내를 전전해야만 했다.

이런 가운데 나주시시민소통위원회 혁신경제분과에서는 ‘나주시 식당문화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놓고 실태조사와 대안을 모색해나가는 활동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혁신도시가 들어서고 관광객들이 늘면서 최근 나주 원도심 식당들이 점심시간에는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음식점 문화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상황을 모니터링하기로 한 것이다.

음식의 질과 맛도 중요하지만 종사자들의 친절도와 서비스도 개선 돼야 하고, 화장실이나 식수 같은 위생도 개선돼야 한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듯 나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나주를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들고, 안 들고 하는 중요한 갈림길이 바로 식당에서 좌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주가 깨끗하고 성숙한 음식점문화로 문화와 관광, 지역경제 활성화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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